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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시인의 시 '어머니 편찮으시니'를 청람 평하다

시인 허영자 , 청람 김왕식








어머니 편찮으시니





시인 허영자





봄은 언제나
분홍빛이고

어둠은 언제나
유록빛이더니

어머니
편찮으시니

봄도 여름도
캄캄한 검은빛이네

절벽 앞에 선 듯
막막해지는 가슴

온갖 색깔 지우는 찬 비가
천지를 적시네









청람 김왕식




허영자 시인의
'어머니 편찮으시니'는
깊은 정서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봄은 언제나 분홍빛이고"는 봄의 밝고 따뜻한 이미지를 분홍빛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봄은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계절로, 분홍빛은 그 자체로 생기와 희망을 상징한다. 이는 어머니가 건강할 때의 평온하고 행복한 시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둠은 언제나 유록빛이더니"는 밤의 어둠마저도 유록빛, 즉 푸르른 녹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시인의 시선이 드러난다. 유록빛은 자연의 푸르름과 생명의 지속을 의미하므로, 이는 어머니가 계실 때의 어둠조차도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었음을 나타낸다.

"어머니 편찮으시니"는 시의 전환점을 나타낸다. 어머니의 병환이 시인의 세계를 뒤흔들었음을 짧고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행은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하며, 이후의 감정 변화를 예고한다.

"봄도 여름도 캄캄한 검은빛이네"는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계절의 색채가 모두 어두워졌음을 표현하고 있다. 분홍빛의 봄과 푸른 여름이 검은빛으로 변했다는 것은 시인의 삶에서의 색채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어머니의 존재가 시인의 삶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했는지, 그 부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절벽 앞에 선 듯 막막해지는 가슴"은 시인의 불안과 절망감을 절벽 앞에 선 상황에 비유하고 있다. 절벽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을 의미하며, 시인은 어머니의 병환 앞에서 무력함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음을 표현한다.

"온갖 색깔 지우는 찬 비가 천지를 적시네"는 비를 통해 시인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찬 비는 차가운 현실과 고통을 상징하며, 온갖 색깔을 지운다는 것은 모든 희망과 생기가 사라진 상황을 나타낸다. 비가 천지를 적신다는 표현은 시인의 슬픔과 절망이 그의 모든 삶을 뒤덮었음을 의미한다.

허영자의 이 시는 짧은 길이에도 강렬한 감정과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어머니의 존재와 그 부재가 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인 허영자는

1938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허영자 전 시집>, <소멸의 기쁨>, 등이 있으며,
《한국시협상》, 《월탄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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