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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시인의 시 '바느질'을 청람 평하다

시인 정순영 청람 김왕식





바느질




시인 정 순 영





건넛산 등허리 겨울나무 숲 사이로
여릿하게 눈부신 여명 한 올을
바늘귀에 꿰어
한 해의 옷을 깁는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마름질과
시원하게 하늘과 소통하는 사유思惟의 바느질로
하늘빛 물든 모시적삼을 깁는다.

한 올 한 올
내 안에 계신 이가 주신 감사하는 마음을
내 삶에 깁는다.

세상의 가장 낮은 그 밑바닥에 절정絶頂이 있음과
다 비운 그릇에 넘쳐나는 하늘을 깨달으며








청람 김왕식




정순영 시인의 「바느질」은

삶의 다양한 측면을 바느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정순영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과 깊은 사유는 독자로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첫째 연에서

"건넛산 등허리 겨울나무 숲 사이로 / 여릿하게 눈부신 여명 한 올을 / 바늘귀에 꿰어 / 한 해의 옷을 깁는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시작한다. 겨울나무 숲 사이로 비치는 여명黎明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며, 이 여명을 한 올의 실로 바늘귀에 꿰어 한 해의 옷을 깁는다는 표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은유한다. 이 표현에서 '여릿하게 눈부신 여명'이라는 묘사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한 해의 옷을 깁는다'는 비유는 삶의 지속성과 변화를 함께 내포한다.

둘째 연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마름질과 / 시원하게 하늘과 소통하는 사유思惟의 바느질로 / 하늘빛 물든 모시적삼을 깁는다."


바느질 행위를 통해 삶의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 '배려의 마름질'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삶을 계획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유의 바느질'은 깊은 사색과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미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늘빛 물든 모시적삼'은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을 상징하며, 이는 삶의 태도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연에서는 특히 '마름질'과 '바느질'이라는 바느질의 다양한 과정을 통해 삶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어 인상적이다.

셋째 연은

"한 올 한 올 / 내 안에 계신 이가 주신 감사하는 마음을 / 내 삶에 깁는다."


내면의 성찰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한 올 한 올 바느질을 하듯이 내 삶을 세심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내 안에 계신 이'가 주신 감사의 마음을 깁는다는 표현은 신앙적 또는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도 감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넷째 연은

"세상의 가장 낮은 그 밑바닥에 절정絶頂이 있음과 / 다 비운 그릇에 넘쳐나는 하늘을 깨달으며"


역설적인 진리를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세상의 가장 낮은 밑바닥에 절정이 있다'는 표현은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다 비운 그릇에 넘쳐나는 하늘'은 비움의 미학을 통해 진정한 충만함을 깨닫게 한다. 이는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정순영 시인의 「바느질」은 전반적으로 섬세한 표현과 깊은 사유를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바느질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요컨대, 정순영 시인의 「바느질」은 아름다운 자연의 이미지와 깊은 사유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이다.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과 철학적 통찰이 잘 드러나며, 독자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독자들에게 큰 감동과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순영 시인은

1949년 경남 하동에서 나다.


동명정보대 총장

세종대석좌교수

국제펜한국본부 부이사장



*수상


옥조근정훈장

한국시학상

여산문학상

부산문학상

자랑스러운 시인상


*시집


<거룩한선물>

<그리움은 희망이다>

<위대한 숲>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잡은 손을 놓으며>

<시간을 갉아 먹는 누에>

<꽃이고 싶은 단장> 등 다수가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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