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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6. 2024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 시인과 청람 김왕식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시인  모윤숙




 나는 광주廣州 산곡山谷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 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 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 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 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크바 크레믈린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 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으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 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에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러운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럽게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내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가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들을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 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 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
 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 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 서백리아: 시베리아
* 누른: 누런



 



                              문학평론가 김왕식





모윤숙 시인의 작품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전쟁의 비극성과 애국심을 담아낸 장시이다. 이 시는 고독하게 죽어간 국군의 모습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위한 희생의 가치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 연은 시인이 국군의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라는 구절은 시인의 고독한 탐색과 국군의 처절한 죽음을 동시에 암시한다. 외따른 골짜기에 누워 있는 국군의 모습은 전쟁의 잔혹함과 그 속에서의 개인의 무력함을 상징한다. 이 연에서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라는 묘사는 국군의 자부심과 명예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는 표현은 생명의 소중함과 그 헛됨을 강조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죽어간 국군의 독백이 시작된다.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라는 문장은 젊은 나이에 희생된 군인의 비애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는 구절은 그의 죽음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라는 표현은 그의 희생이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조국을 지키기 위한 영웅적인 행위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 연에서는 국군의 투쟁과 의지를 강조한다.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라는 구절은 군인의 무장과 결의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라는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통해 그의 투쟁이 위대한 역사의 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들에게 군인의 용기와 희생을 더욱 감명 깊게 전달한다.

네 번째 연에서는 군인의 개인적인 소망과 희망을 드러낸다.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는 구절은 그가 단순히 군인이 아니라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으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는 표현은 그의 소박한 꿈과 그 꿈이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현실을 대비시킨다. 이러한 대비는 독자들로 하여금 전쟁의 비극성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

다섯 번째 연에서는 국군의 죽음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조국을 위한 헌신임을 강조한다.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는 구절은 그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희생했음을 나타낸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는 표현은 그의 죽음이 자연의 일부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여섯 번째 연에서는 그의 유언이 담겨 있다.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가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들을 만나거든"이라는 구절은 그의 마지막 소망이 조국과 동포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 것임을 나타낸다.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라는 문장은 그의 희생이 단순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국을 위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일곱 번째 연에서는 그의 죽음이 조국을 위한 영광스러운 희생임을 재차 강조한다.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는 구절은 그의 희생이 조국과 동포들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나타낸다.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는 문장은 그의 죽음이 다른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임을 강조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그의 죽음이 조국의 미래를 위한 희망임을 나타낸다.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라는 표현은 그의 죽음이 자연의 일부로서 영원히 조국과 함께 할 것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는 문장은 그의 희생이 조국의 영원한 번영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나타낸다.

이 시는 전쟁의 비극성과 군인의 희생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그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와 조국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반복적인 표현이 다소 과다하여 독자에게 조금의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보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마무리한다면, 독자에게 더 강한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모윤숙 시인의 이 작품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인간의 고귀한 희생과 애국심을 아름답게 노래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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