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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9. 2024

김민정 시인의 '파로호 가는 길'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민정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파로호 가는 길




       시조시인, 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

                              김민정





아리디 아린 기억 파로호는 눈을 뜨고 이끼 낀 비목에도 새파랗게 돋아나는 설움은 굽이굽이길 비단처럼 펼쳐진다


해산령 마루에서 들꽃으로 흔들리다 두견이 울음소리에 꽃대만 남아 떠는 슬픔은 이 땅 위에 피는 또 하나의 꽃이었다


그날의 젊은 피 노오란 달맞이꽃

고향 못 간 그 사연을 향기로 띄우나니 못다 핀 젊은 꿈 두고 강물은 흘러간다




 ㅡ






김민정 시인의 '파로호 가는 길'을

문학평론가 김왕식 평하다





김민정 시인의 "파로호 가는 길"은 역사적 비극과 개인적 슬픔을 한데 엮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시이다. 시인은 '파로호'라는 구체적 지명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상처와 개인적 기억을 부각한다.


“아리디 아린 기억 파로호는 눈을 뜨고 이끼 낀 비목에도 새파랗게 돋아나는 설움은 굽이굽이길 비단처럼 펼쳐진다”


‘아리디 아린 기억’이라는 표현은 파로호가 단순한 지명이 아닌, 아픈 역사를 지닌 장소임을 암시한다. 이끼 낀 비목(碑木)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슬픔을 상징한다. 특히 ‘새파랗게 돋아나는 설움’이라는 표현은 자연 속에서 되살아나는 슬픔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이 슬픔은 마치 비단처럼 부드럽고도 길게 펼쳐진다. 시인은 이러한 표현을 통해 자연과 슬픔의 융합을 절묘하게 나타내고 있다.


“해산령 마루에서 들꽃으로 흔들리다 두견이 울음소리에 꽃대만 남아 떠는 슬픔은 이 땅 위에 피는 또 하나의 꽃이었다”


이 연에서는 해산령의 마루에서 흔들리는 들꽃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덧없음을 묘사한다. 두견이의 울음소리는 슬픔의 상징으로, 꽃대만 남아 떠는 슬픔은 생명이 사라진 후의 공허함을 표현한다. 시인은 이러한 공허함을 또 하나의 꽃으로 비유하며, 슬픔도 결국 이 땅 위에 피어난 것임을 강조한다. 이는 슬픔도 삶의 일부이며,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날의 젊은 피 노오란 달맞이꽃 고향 못 간 그 사연을 향기로 띄우나니 못다 핀 젊은 꿈 두고 강물은 흘러간다”


젊은이들의 희생을 상징하는 노란 달맞이꽃을 통해, 그들의 못다 이룬 꿈과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연을 향기로 띄운다. 강물은 흘러가지만, 그 속에 담긴 사연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희생된 젊은이들의 꿈과 그리움을 자연 속에 녹여내며, 역사적 비극의 개인적 측면을 부각한다.


김민정 시인의 시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슬픔과 역사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끼 낀 비목, 두견이 울음소리, 노란 달맞이꽃 등 구체적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시인은 파로호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전쟁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며, 그 속에서 피어난 슬픔과 희생을 아름답고도 애절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슬픔과 고통도 삶의 일부이며, 그 속에서도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김민정 시인의 "파로호 가는 길"은 역사적 비극과 개인적 슬픔을 자연 속에 녹여낸 걸작傑作이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깊은 성찰과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독자에게 슬픔도 삶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며, 한국 문단에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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