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9. 2024

문학평론가 김왕식,  '귓구멍 벌레'를 평하다

문학평론가 김왕식




                귓구멍 벌레



        초등학생   조현빈



나의 귓속에는
말 먹는 벌레가 산다
선생님 말씀도
부모님 말씀도
벌레가 전부 다 먹어 치운다.
하지만 배가 부르면
반대쪽 귀로 버려 버린다









문학평론가 김왕식



이 시는 초등학생 조현빈 군이 '한국문학신문'에 공모하여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조현빈 군의 시 "귓구멍 벌레"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표현된 신선하고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 시는 간결한 표현과 풍부한 상징을 통해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작가의 재치와 통찰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나의 귓속에는 말 먹는 벌레가 산다"

이 첫 행은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를 설정한다. "말 먹는 벌레"라는 독특한 표현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어린이의 상상력을 잘 드러낸다. 이 벌레는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언가로, 외부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하는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벌레는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외부의 소리를 걸러내는 내면의 필터로 볼 수 있다.

"선생님 말씀도"

이 행은 벌레가 먹어 치우는 첫 번째 대상을 제시한다. 선생님의 말은 일반적으로 권위와 지식을 상징한다. 이를 벌레가 먹어 치운다는 것은 작가가 권위적인 말이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어린이의 반항심이나 독립적인 사고를 암시할 수 있다.

"부모님 말씀도"

이 행은 벌레가 먹어 치우는 두 번째 대상을 제시한다. 부모님의 말은 사랑과 보호를 상징한다. 이를 벌레가 먹어 치운다는 것은 작가가 부모님의 간섭이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를 나타낸다. 이는 어린이의 자립적인 성향과 성장 과정에서의 독립심을 드러낸다.

"벌레가 전부 다 먹어 치운다."

이 행은 벌레의 행동을 강조하며, 앞의 두 행에서 언급된 내용을 종합한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을 모두 먹어 치운다는 것은 작가가 외부의 모든 권위와 간섭을 거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이는 어린이의 자유로운 사고와 자아 형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배가 부르면"

이 행은 벌레의 행동에 변화가 있음을 나타낸다. 벌레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말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그 말을 다시 외부로 내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외부의 영향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반대쪽 귀로 버려 버린다"

이 행은 벌레가 먹은 말을 다시 내보내는 과정을 묘사한다. 반대쪽 귀로 버린다는 것은 외부의 말을 내면화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어린이의 순수한 면모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사고를 상징한다.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사용한 점이다. "말 먹는 벌레"라는 비유는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작가의 창의적인 사고를 잘 보여준다. 또한, 반복적인 구조를 통해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마지막 두 행에서 변화를 주어 독자의 흥미를 끌고 있다.

조현빈 군은 이 시를 통해 어린이의 독립적인 사고와 외부의 권위에 대한 반항심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가는 외부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걸러내어 필요 없는 것은 흘려버리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독자에게 자기 주도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지만, "반대쪽 귀로 버려 버린다"라는 표현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이미지나 상황을 제시했다면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벌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더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조현빈 군의 "귓구멍 벌레"는 어린이의 순수한 시선과 독창적인 상상력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간결한 표현 속에 깊은 의미를 담아내며, 독자에게 자기 주도적인 사고와 외부의 영향을 걸러내는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작가의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며, 더 많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길 바란다.



ㅡ 청람 김왕식

작가의 이전글 김민정 시인의 '파로호 가는 길'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