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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0. 2024

내 가슴속 별을 섭섭게 하지 마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가슴속 별을 섭섭게 하지 마라




                             청람 김왕식





맑고 고요한 밤이었다.
도서관 불빛을 피해

한적한 꾀꼬리 동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이야기가

떠오른다.

"하늘에 있는 별을 탐하지 마라.
이미 그 별은

너의 가슴속에 있다."

 할머니는 늘 이 말을 하셨다.
어린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늘에 반짝이는 저 아름다운 별들이

내 가슴속에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덧붙이셨다.

"자신 속 별을
섭섭게 하지 마라."

어느덧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할머니의 말씀을 잊고

바쁜 일상에 치여 살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득 채웠고,

밤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날이 반복되는 입시 공부 속에서

어릴 적 동경하던 꿈과 이상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오늘 밤,

오랜만에 별을 바라보며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하늘의 별들을 보며
할머니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다시금 곱씹어 보았다.
별을 탐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외부의 무언가를 갈망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이미 그 별은 나의 가슴속에 있다고 하셨으니,

내가 찾고자 하는 모든 것은 결국 내 안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테다.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나만의 별을

찾기 위해서였다.
바쁜 일상에 묻혀 잊고 지냈던

나의 꿈,

나의 열정,

나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어릴 적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이든 이루고 싶었다.
그 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별을
다시 찾고 싶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니,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어릴 적 즐기던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친구들과의 모험들.
그 모든 것들이

가슴속에서 반짝이는 별이었다.

그 별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것들을

다시 꺼내어 빛나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 속 별을 섭섭게 하지 마라."
 할머니의 말씀이 더욱 깊이 와닿았다.

나 자신의 별들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이다.
외부의 성공과 인정에만 집착하며 나 자신을 소홀히 했던 것이었다.
가슴속 별들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지만, 그것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심했다. 앞으로는 가슴속 별들을 더 이상 섭섭하게 하지 않기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진정으로 즐기는 것들을
다시 찾기로 했다.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것임을 깨달았다.

그날 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할머니께 속삭였다.

"할머니,

이제사 할머니의 말씀을

이해했어요.

 내 가슴속 별들을

다시 찾기로 했어요.

더 이상

외면하지 않을게요."

할머니가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했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은 이제

더 이상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가슴속에 빛나는 별들과 함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하늘의 별을 탐하지 않고,

내 안의 별들을 빛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내 안의 별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꿈과 열정을

다시금 되새기며,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아껴주기로 했다.

 외부의 성공이 아니라,

내 안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

그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임을

깨달은 순간,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하늘의 별을 탐하지 않고,
내 가슴속 별들을 빛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인생의 방향이 되었다.






70년 중반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
메모한 노트를 발견했다.
당시
본고사 입시 준비에
골몰했던 시절임에도 잠시 짬을 내

끄적인 메모일레라.

아버지가 세 살 때 돌아기시고
어머니는 들녘으로
날 품팔이 가다.


하여

하루종일
문맹자인 할머니 슬하에서

자연스레

구두口頭로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이렇듯
내 삶의 8할은

할머니 무릎 아래 교육이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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