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4. 2024

문학평론가 김왕식, '여명처럼 아린 그리움을'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여명처럼 아린 그리움을  



                 시인   정순영  





하얀 눈바람에 시린 콧잔등을 부비며 피는 매화에서부터  갈바람에 엎드려 강의 소리로 울음 우는 갈대까지  
나 이제 낡은 육신의 옷을 벗고  하늘로 빚은 세마포 자락으로 휘감아 오르려니  
어이 하리  새벽이슬방울에 여울지는 여명처럼 아린 그리움을  











문학평론가 김왕식, 정순영 시인의
'여명처럼 아린 그리움을'을 평론하다




정순영 시인의 시 「여명처럼 아린 그리움을」은 섬세한 감성과 깊은 사색이 담긴 작품이다. 이 시는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그리움의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 행, "하얀 눈바람에 시린 콧잔등을 부비며 피는 매화에서부터 갈바람에 엎드려 강의 소리로 울음 우는 갈대까지"는 자연의 두 가지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매화와 갈대는 각각 겨울과 가을을 상징하며, 매화는 추운 겨울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력, 갈대는 바람에 휘둘리며 울음을 우는 연약함을 나타낸다. 이는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인간의 의지와 그 속에서 느끼는 슬픔을 동시에 상징한다.

두 번째 행, "나 이제 낡은 육신의 옷을 벗고 하늘로 빚은 세마포 자락으로 휘감아 오르려니"는 죽음을 암시하는 구절로 해석된다. '낡은 육신의 옷을 벗고'는 현세에서의 육체적 삶을 마감하고자 하는 소망을, '하늘로 빚은 세마포 자락'은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고자 하는 열망을 나타낸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평화로운 안식을 갈망하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행, "어이 하리 새벽이슬방울에 여울지는 여명처럼 아린 그리움을"은 새벽의 이슬과 여명을 통해 그리움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새벽이슬방울은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여명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아린 그리움'은 이러한 희망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그리움의 고통을 강조한다. 이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나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은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깊은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매화와 갈대, 세마포 자락, 새벽이슬방울 등의 자연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시어의 선택이 매우 섬세하여 독자로 시인의 감정에 공감하게 한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삶과 죽음, 그리움과 희망 사이의 복잡한 감정이다. 시인은 자연의 이미지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발견하고 이를 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 '어이 하리'라는 표현이 약간의 시대적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현대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좀 더 현대적인 표현으로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요컨대, 정순영 시인의 「여명처럼 아린 그리움을」은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의 감정을 깊이 있게 결합한 작품으로,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의 각 행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내어 삶과 죽음, 그리움과 희망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섬세한 감성과 아름다운 시어로 인해 독자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순영 시인은

1949년 경남 하동에서 나다.


동명정보대 총장

세종대석좌교수

국제펜한국본부 부이사장




*수상


옥조근정훈장

한국시학상

여산문학상

부산문학상

자랑스러운 시인상



*시집


<거룩한선물>

<그리움은 희망이다>

<위대한 숲>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잡은 손을 놓으며>

<시간을 갉아 먹는 누에>

<꽃이고 싶은 단장> 등 다수가 있다.



ㅡ 청람

작가의 이전글 문학평론가 김왕식, 이홍렬의 '섬집아이'를 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