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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3. 2024

손주 사랑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할머니의 손주 사랑


 

                                      




여름 문턱,
대학생인 나는 할머니 댁을 방문하기로 했다. 기말고사도 끝나고, 도시에서의 번잡한 생활에 지친 나에게 할머니 댁은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였다. 할머니의 따뜻한 웃음과 정성 어린 음식들, 그리고 시골의 고요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한 나는 오랜만에 뵙는 할머니의 모습에 반가워하며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우리 손주, 정말 많이 컸구나!" 할머니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할머니에게 안부를 전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할머니의 눈길이 내 청바지에 머물렀다. 나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손주야, 그 바지 왜 이렇게 찢어졌니?" 할머니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물으셨다.

 웃으며 "요즘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에요, 할머니."라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더 이상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날 밤,

할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시골의 고요한 밤을 만끽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내 청바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방 안을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드디어 할머니의 방에서 청바지를 발견했다.

 청바지는 어제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찢어진 부분이 모두 깔끔하게 꿰매져 있었다.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지는 바지였다.

 할머니가 이 일을 하셨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할머니는 내가 자는 동안 밤새도록 바지를 꿰매셨을 것이다.

 내 마음 한구석에는 복잡한 감정이 자리 잡았다.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져 감사하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을 잘 모르는 할머니가 귀엽기도 했다. 꿰맨 청바지를 들고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할머니, 이거 할머니가 하셨어요?"  바지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손주야. 밤새 찢어진 바지를 보니 마음이 아파서 꿰매줬단다. 이젠 더 이상 찢어지지 않을 거야."

할머니의 말을 듣고 순간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 찢어진 청바지가 유행이라는 것을 할머니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런 내 표정을 본 할머니는 오히려 놀라시며 물으셨다.

"왜 그러니, 손주야? 혹시 마음에 들지 않니?"

급히 고개를 저으며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아니에요, 할머니. 정말 감사해요.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바지를 입고 다니면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사실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이 바지가 이제는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낡은 청바지를 꿰매 입는

근검한 학생이 되었다.


그 바지를 자주 입고 다녔다. 물론 친구들은 내 바지의 변화를 보고 놀라며 웃었지만, 그들에게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친구들은 할머니의 사랑에 감동하며 이제는 그 바지를 '행운의 바지'라 불렀다. 나 또한 그 바지를 입을 때마다 할머니의 정성을 떠올리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들은 나에게 언제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바지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할머니는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계시지 않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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