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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30. 2024

정형표 시인의 시 '봉숭아꽃'을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봉숭아꽃  


              시인 정형표  



봉숭아꽃을 보면  
옛사랑이 생각난다  
엄지발톱과 새끼손가락에  
봉숭아 물들여주었던 여인  

붉은 꽃잎에 지극한 사랑 섞어  

나무젓가락 태우며 소원 넣고  
소금 명반 짓이겨  
나를 꽁꽁 묶었던 여인  

그녀는  
그녀의 마음을 나에게 묶었고  
사랑을 묶었다  

엄지발톱 새끼손가락이 아닌  
평생 지울 수 없고 지워지지 않는  
내 심장 빨갛게 물들였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형표 시인의 시 '봉숭아꽃'을
평하다



'봉숭아꽃'은 우리의 어린 시절과 옛사랑을 회상하게 만드는 매우 감성적인 시다. 정형표 시인은 단순한 봉숭아꽃을 통해 깊은 추억과 감정을 끌어낸다. 본 시의 첫 행에서 "봉숭아꽃을 보면 옛사랑이 생각난다"라고 시작함으로써 시인은 독자를 과거로 데려가며, 옛사랑을 회상하는 감정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봉숭아꽃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옛사랑을 자연스럽게 연결 짓고 있다.

두 번째 행에서 시인은 "엄지발톱과 새끼손가락에 봉숭아 물들여주었던 여인"이라며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 행에서는 시인이 옛사랑을 매우 세밀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행동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친밀함을 상징한다.

다음 행에서 시인은 "붉은 꽃잎에 지극한 사랑 섞어 나무젓가락 태우며 소원 넣고 소금 명반 짓이겨 나를 꽁꽁 묶었던 여인"이라며 더욱 세부적으로 당시의 장면을 그려낸다. 여기서 붉은 꽃잎과 나무젓가락, 소금 명반은 모두 강렬한 상징성을 지니며, 사랑의 깊이와 강렬함을 암시한다. 특히 "나를 꽁꽁 묶었던 여인"이라는 표현은 사랑의 속박과 그리움의 강도를 나타낸다.

시인은 "그녀는 그녀의 마음을 나에게 묶었고 사랑을 묶었다"라는 구절에서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진지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구절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 시인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사랑의 흔적을 보여준다.

마지막 두 행은 "엄지발톱 새끼손가락이 아닌 평생 지울 수 없고 지워지지 않는 내 심장 빨강게 물들였다"라며 시인의 사랑이 단순한 손톱의 물들이기에 그치지 않고, 그의 심장에 깊이 새겨졌음을 나타낸다. 이로써 시인은 사랑의 불변성과 그리움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한 감정의 표현이다. 시인은 봉숭아꽃이라는 구체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깊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시어의 선택이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여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시에서의 '봉숭아꽃'은 단순한 과거 회상의 매개체가 아니라, 현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상징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시인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감정과 연결시키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봉숭아꽃'은 시인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 다리이며, 독자는 이를 통해 시인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게 된다.

요컨대, 정형표 시인의 '봉숭아꽃'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인의 세밀한 기억과 감정 표현은 독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 시인은 감정의 흐름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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