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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1. 2024

이오장 시인의 시 '그네의 빈자리'를 청람 평하다

이오장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오장 시인은
중견작가이다

아니
우리 한국 문단
거장이다







                   그네의 빈자리

                                시인  이오장




잔디밭 멀리
꽃 한 송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림자꽃
맨발로 구르는 그네 무게보다
더 무거운 구름 탔을까
흔드는 간격이 한 뼘으로 보인다
경계 없이 앉아 나눈 이야기
귀에 앉아 뚜렷한데
꽃잎 숫자보다 어지럽게 흩어져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대답
그넷줄에 새긴 말일까
까치가 딛고 간 잔디마다
누웠다 일어서는 몸짓으로 맺은 빗방울
기다림은 한낮의 별이 되었다
찰랑이는 커피잔 올려두고
발돋움으로 밀어낸 그네
한 발짝 높이로 솟구쳐도 그만큼뿐
엎질러지지 않는 커피에
약속하지 않는 그리움 닿지 못하고
비 그친 뒤 따라온 바람
빈 옆자리에 앉아 발을 구른다









이오장 시인의 '그네의 빈자리'를
청람 평하다




이오장 시인의 '그네의 빈자리'는 섬세한 감각과 깊은 감성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잔디밭 멀리 꽃 한 송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잔디밭 멀리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는 꽃 한 송이는 시각적으로는 아주 작은 움직임일 수 있으나, 이는 곧바로 시인의 섬세한 감각을 드러내는 요소이다. 시인이 이 장면을 포착한 것은 독자가 놓치기 쉬운 세밀한 감각을 통해 시인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
이 행은 곧 작품 전체의 서정적 분위기를 설정하며, 독자를 시인의 내면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림자꽃"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림자꽃은 존재의 불확실성과 정체성의 모호함을 상징한다. 이는 곧바로 시인의 정체성이나 감정의 불명확성을 반영하며,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자라는 단어가 주는 음영과 미묘함이 시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맨발로 구르는 그네 무게보다 더 무거운 구름 탔을까"
맨발로 구르는 그네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구름을 탔다는 표현은 시적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는 가벼움과 무거움,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상징한다. 동시에, 이는 그네를 탄 사람의 내면의 무거운 감정을 암시하기도 한다.

 "흔드는 간격이 한 뼘으로 보인다"
그네를 흔드는 간격이 한 뼘으로 보인다는 표현은 시간과 공간의 축약을 통해 시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는 시인이 경험한 순간의 짧고 강렬한 인상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경계 없이 앉아 나눈 이야기 귀에 앉아 뚜렷한데"
경계 없이 나눈 이야기가 귀에 뚜렷이 앉아 있다는 표현은 말의 소중함과 그 영향력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나누는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키며, 시인이 느꼈던 감정의 깊이를 표현한다.

 "꽃잎 숫자보다 어지럽게 흩어져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대답"
꽃잎의 숫자보다 어지럽게 흩어진 대답은 명확하지 않은 감정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혼란을 상징하며, 독자가 그 감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넷줄에 새긴 말일까 까치가 딛고 간 잔디마다"
그넷줄에 새긴 말과 까치가 딛고 간 잔디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나타내며, 이는 시적 공간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흔적은 시인이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누웠다 일어서는 몸짓으로 맺은 빗방울"
누웠다 일어서는 몸짓으로 맺은 빗방울은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변화를 상징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 속에서 경험한 생동감과 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기다림은 한낮의 별이 되었다"
기다림이 한낮의 별이 되었다는 표현은 시적 시간의 역설을 나타내며, 이는 시인이 느끼는 기다림의 무게와 그 의미를 강조한다. 한낮의 별이라는 상징은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비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찰랑이는 커피잔 올려두고 발돋움으로 밀어낸 그네"
찰랑이는 커피잔과 발돋움으로 밀어낸 그네는 시인이 경험한 순간의 구체성을 더해준다. 이는 시적 공간과 시간 속에서 시인의 감정과 경험을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한 발짝 높이로 솟구쳐도 그만큼뿐"
한 발짝 높이로 솟구쳐도 그만큼뿐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며, 이는 시인이 느끼는 한계와 무력감을 나타낸다. 이는 독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엎질러지지 않는 커피에 약속하지 않는 그리움 닿지 못하고"
엎질러지지 않는 커피와 약속하지 않는 그리움은 시인이 느끼는 감정의 고정성과 변화의 불가능성을 상징한다. 이는 독자에게 시인의 고정된 감정을 전달하며, 그리움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비 그친 뒤 따라온 바람 빈 옆자리에 앉아 발을 구른다"
비 그친 뒤 따라온 바람이 빈 옆자리에 앉아 발을 구른다는 표현은 시인의 내면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나타낸다. 이는 시적 공간 속에서 시인이 느끼는 감정을 극대화하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오장 시인의 '그네의 빈자리'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인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각 행마다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시인의 감정과 경험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시적 표현의 섬세함과 상징성은 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다만, 일부 독자에게는 시적 표현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작품의 깊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네의 빈자리'는 자연과 인간의 섬세한 상호작용을 통해 시인의 내면을 깊이 탐구한 작품으로,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시인의 감정과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표현력이 돋보이며, 이는 독자가 작품을 통해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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