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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08. 2024

주광일 시인의 시 '망각'을 청람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망각
     

                                      시인  주광일



나 젊었던 시절, 까닭 하나 없이 잠자코 있는 나에게 시비를 걸고 못된 짓을 했던 사람들의 과오를 매일매일 용서하여 왔거늘, 어찌하여 잊고 싶은 기억은 오늘도 생생하게 나이 든 나를 죄어오는 것인가?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 내 전 존재가 깡그리 무시당했던 기억은 언젠가 무덤 속에 나와 함께 묻힐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선 망각이 용서보다도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인가, 오늘 나는 모든 것을 다 잊은 것 같은 낮달을 쳐다보며 잊어야 할 쓰디쓴 기억들을 모두 모두 털어버리고 싶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의 시 '망각'은 인생의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그것을 잊고자 하는 바람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시는 과거의 상처를 용서하며 살아왔으나, 정작 잊고 싶은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망각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고통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삶의 한 부분인 고통과 용서를 독특하게 조명한다.

"나 젊었던 시절, 까닭 하나 없이 잠자코 있는 나에게 시비를 걸고 못된 짓을 했던 사람들의 과오를 매일매일 용서하여 왔거늘"
첫 행에서는 시인이 젊었던 시절에 겪었던 부당한 대우와 그로 인해 상처받았던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까닭 하나 없이 잠자코 있는 나에게 시비를 걸고 못된 짓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인은 자신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음을 강조한다. 여기서 '잠자코 있는'이라는 구절은 시인의 무고함과 피해자의 수동적인 입장을 부각한다. 또한, 매일매일 그들의 과오를 용서해 왔다는 표현은 시인의 관용과 인내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용서가 얼마나 반복적이고 고통스러웠는지를 암시한다.

"어찌하여 잊고 싶은 기억은 오늘도 생생하게 나이 든 나를 죄어오는 것인가?"
두 번째 행에서는 시인이 잊고 싶은 기억들이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생생하게'라는 표현은 기억이 얼마나 강렬하게 남아 있는지를 나타내며, '나이 든 나를 죄어오는'이라는 구절은 그 기억이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시인을 압박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여기서 시인은 망각의 어려움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며, 그 고통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 내 전 존재가 깡그리 무시당했던 기억은 언젠가 무덤 속에 나와 함께 묻힐 것이다."
세 번째 행에서는 시인이 그 기억들이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내 전 존재가 깡그리 무시당했던 기억'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겪었던 모욕과 상처가 얼마나 깊고 심각했는지를 나타낸다. 또한, '언젠가 무덤 속에 나와 함께 묻힐 것이다'라는 구절은 시인이 그 기억들을 평생 동안 안고 갈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이는 망각의 불가능성을 더욱 부각하며, 시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선 망각이 용서보다도 더 어려운 것 같다."
네 번째 행에서는 시인이 망각이 용서보다도 더 어려운 일임을 깨닫고 있다. '망각이 용서보다도 더 어렵다'는 표현을 통해, 시인은 용서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망각은 그것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망각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고통을 절실하게 드러내며, 시인의 고통을 더욱 부각한다.

"그래서인가, 오늘 나는 모든 것을 다 잊은 것 같은 낮달을 쳐다보며 잊어야 할 쓰디쓴 기억들을 모두 모두 털어버리고 싶다."
마지막 행에서는 시인이 낮달을 보며 잊어야 할 기억들을 털어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잊은 것 같은 낮달'이라는 표현은 낮에 떠 있는 달이 보통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비유하여, 잊힌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상징한다. 시인은 그런 낮달을 보며 자신도 쓰디쓴 기억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망각의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고자 하는 강한 바람을 나타낸다.

주광일 시인의 시 '망각'은 과거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고통과 그로 인한 감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뛰어난 작품이다.

시인은 용서와 망각의 관계를 독특하게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각 행마다 시인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망각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고통을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망각과 용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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