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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란 작가의'비 오는 날 해피엔딩'을 평하다

브런치스토리작가 즐란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비 오는 날 해피엔딩

시인 즐란






깜장 빨강 노랑
미끄럼틀 위에
주르륵주르륵
또로록 또로록
어디로 떨어질지도 모른 채
덩실덩실 높이뛰기 중이다
지친 퇴근길
아내가 준비하는 김치찌개를
읊조리며 벌렁벌렁 벌어지는 콧구멍으로
웃음 지는 아저씨
오늘 시험 망쳤다며
친구들과 수다 떠는
사춘기 여고생
비를 피해 요리조리
뛰어가는 발자국들이
번잡스럽던 하루를 거두어 간다
나 잡아봐라 도망가도
바짓단에 운동화끈에
본드처럼 달라붙는
저 투명한 미소들
"엄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 젖었어"
"여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 젖었어" 하고 뛰어들어와 콧구멍으로
반기는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에
그제야
평온한 이 집에서
긴 장마의 축축한 냉기를 내려놓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즐란 작가의 시 "비 오는 날 해피엔딩"은 비 오는 날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고 소소한 행복들을 다채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비를 통해 일상의 순간들을 연결하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감정과 평온함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비가 주는 낭만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을 통해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깜장 빨강 노랑
미끄럼틀 위에"
여기서 시인은 다양한 색깔을 언급하며 비 오는 날의 미끄럼틀을 묘사한다. '깜장', '빨강', '노랑'은 비가 떨어지는 모습이 각기 다른 색깔로 빛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비 오는 날의 다채로움을 상징한다.

"주르륵주르륵
또로록 또로록"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부분이다. '주르륵'과 '또로록'은 비의 리듬감과 생동감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청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어디로 떨어질지도 모른 채
덩실덩실 높이뛰기 중이다"
비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며, 동시에 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덩실덩실 높이뛰기'라는 유쾌한 동작으로 표현한다. 이는 비의 자유로움과 경쾌함을 부각한다.

"지친 퇴근길
아내가 준비하는 김치찌개를"
비 오는 날 퇴근길의 피곤함을 묘사한 후, 아내가 준비한 따뜻한 김치찌개로 이어진다. 이는 가정의 따뜻함과 안락함을 상징하며, 비로 인해 더 극대화되는 집안의 포근함을 표현한다.

"읊조리며 벌렁벌렁 벌어지는 콧구멍으로
웃음 지는 아저씨
오늘 시험 망쳤다며"
아저씨의 행동 묘사는 코믹하면서도 친근하게 그려지며, 이는 가정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시험을 망친 여고생의 등장은 비 오는 날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사춘기 여고생"
여고생이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습은 사춘기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이는 비 오는 날의 풍경 속에서 조화롭게 그려지며,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강조한다.

"비를 피해 요리조리
뛰어가는 발자국들이"
비를 피하려는 발자국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느끼는 여유로움과 소소한 재미를 상징한다. 이는 비가 주는 일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번잡스럽던 하루를 거두어 간다
나 잡아봐라 도망가도"
비 오는 날의 번잡스러움이 가라앉는 순간을 묘사한다. '나 잡아봐라 도망가도'는 비를 피하려는 행동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

"바짓단에 운동화끈에
본드처럼 달라붙는"
비가 옷과 신발에 달라붙는 모습을 '본드처럼'이라는 비유로 표현하여, 비의 끈적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비가 주는 불편함도 동시에 상기시킨다.

"저 투명한 미소들
엄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 젖었어"

비로 인해 생긴 투명한 미소와 아이의 말은 비 오는 날의 순수함과 즐거움을 나타낸다. 이는 가정의 따뜻함과 연결되며, 비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한다.

"여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 젖었어" 하고 뛰어들어와 콧구멍으로
반기는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에"
남편의 말과 함께 김치찌개의 냄새는 집안의 따뜻함을 더욱 부각한다. 이는 비로 인해 더욱 귀가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제야
평온한 이 집에서"
비가 그친 후의 평온함과 가정의 안락함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는 비가 지나간 후 찾아오는 고요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긴 장마의 축축한 냉기를 내려놓는다"
긴 장마의 냉기를 집안의 따뜻함으로 대체하는 순간을 묘사하며, 비로 인해 더욱 깊어진 가족의 결속력을 상징한다.

즐란 시인의 "비 오는 날 해피엔딩"은 비 오는 날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비의 생동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을 통해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비가 주는 낭만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을 통해 인간적인 감정과 평온함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이 시는, 비 오는 날의 다양한 풍경과 감정을 느끼게 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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