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파 유치환의 '행복'을 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생명파 시인 유치환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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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시인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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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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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의 시 "행복"은 사랑과 그로 인한 행복을 다루며,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인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며, 사랑의 본질과 그로 인해 느끼는 행복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시는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사랑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며, 세밀한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이 행은 시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며, 사랑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이 구절은 주체적 사랑의 의미를 강조한다. 여기서 시인은 사랑의 능동성을 찬양하며, 행복의 근원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음을 시사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평서문 구조를 통해 단정적이고 확고한 어조를 사용한 점이 돋보인다. 아쉬운 점을 굳이 찾자면, 더 많은 구체적 예시를 통해 사랑하는 것의 행복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 행은 시인이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한다. 에메랄드빛 하늘이라는 표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로 인한 시적 영감을 드러내며, 우체국 창문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시적 공간으로 변모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색채의 사용이 매우 인상적이며, 독자가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이 행에서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특별한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술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이 부분에서는 일상 속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각자의 생각에 잠긴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이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총총히"라는 부사는 사람들의 바쁜 일상을 묘사하며, 시인의 관찰력을 보여준다. 여기서 시인은 일상의 모습 속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읽어내며, 사랑과 관계의 보편성을 제시한다.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이 행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묘사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슬픔, 즐거움, 다정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고향과 그리운 사람이라는 대상은 시인의 애틋한 감정을 더욱 강조한다. 여기서 시인은 감정의 다층성을 통해 사랑의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감정의 대조를 통해 독자의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이 부분에서는 세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꽃밭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고달픈 바람결"은 인생의 고난을 상징하며,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정의 꽃밭은 인간의 따뜻함과 사랑을 상징한다. 시인은 여기서 인간의 고통과 그것을 극복하는 힘을 동시에 묘사하며, 사랑의 힘을 강조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자연 이미지를 사용하여 감정의 깊이를 더한 점이 인상적이다.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이 행에서는 시인과 사랑하는 이의 관계를 양귀비꽃에 비유하여 애틋하게 묘사한다. 양귀비꽃은 연약하지만 강렬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으로, 시인은 이를 통해 사랑의 아름다움과 그 속의 연약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이라는 표현은 시적 감수성을 극대화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시의 첫 번째 행을 반복하며, 시의 주제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시인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이별의 순간에도 사랑을 통해 느끼는 행복을 놓지 않는다. 여기서 시인은 사랑의 지속성과 그로 인한 행복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마지막 행에서는 사랑의 절대적인 가치를 강조하며, 사랑이 주는 진정한 행복을 고백한다. 시인은 설령 이것이 마지막 인사일지라도 사랑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여기서 시인은 사랑의 궁극적인 의미를 탐구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고백적인 어조와 함께 시의 절정을 이루는 감정의 폭발이 돋보인다.
유치환의 시 "행복"은 사랑의 본질과 그로 인한 행복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의 다층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시적 공간과 일상의 조화를 통해 독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시적 경험을 제공한다.
각 행마다 감정의 변화와 시적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아내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걸작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