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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광야'

이육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광야


시인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육사의 시 '광야'는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시인의 깊은 철학적 성찰과 역사적 비전을 담고 있다. 이 시는 한국의 자연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시인의 강렬한 의지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각 행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 의미와 표현상의 특징을 파악하고, 작품 전체의 총평을 통해 이 시의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까마득한 날에"

이 행은 시간의 무한함과 원초적인 순간을 나타내고 있다. '까마득한'이라는 표현은 시간이 무한히 멀고 아득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시의 시작을 장엄하게 열어준다. 이는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시간적 배경이 단순한 과거가 아닌, 영원에 가까운 원초적 시점임을 암시한다.

"하늘이 처음 열리고"

하늘이 처음 열린다는 표현은 세계의 창조를 의미한다. 이는 자연의 기원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시인이 서술하고자 하는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하늘의 개방은 곧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의 시작을 암시하며, 독자로 하여금 시의 장대한 스케일을 기대하게 한다.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닭 우는 소리는 새벽을 알리는 소리로,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 여기서는 과거의 시작점에서 들렸을 법한 소리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내포하고 있다.
의문형을 사용하여 독자의 생각을 유도하며,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형성한다.

"모든 산맥들이"

산맥은 자연의 거대한 존재로서, 시의 배경이 되는 자연의 웅장함을 상징한다. 이는 자연의 장대한 스케일을 강조하며, 동시에 시인의 시선이 자연의 큰 흐름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산맥이 바다를 연모하여 달린다는 표현은 자연의 동적인 아름다움을 묘사한다. 산과 바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연결성을 강조하며, 이는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관의 일면을 드러낸다.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이 행은 자연의 순수성과 성스러움을 강조한다.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성스러운 장소는 침범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며, 이는 시인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이상을 상징한다.

"끊임없는 광음을"

광음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며, '끊임없는'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간의 영속성을 강조한다. 이는 시인이 바라보는 시간의 무한성과 그 속에서의 자연의 지속성을 나타낸다.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순환을 의미하며, '부지런한'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연의 질서와 규칙성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의 지속성과 순환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묘사한다.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큰 강물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상징하며, 길을 여는 것은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는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의 힘과 그 속에서 열리는 새로운 길, 즉 희망을 나타낸다.

"지금 눈 내리고"

눈이 내리는 장면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는 현재의 순간을 상징하며, 시인이 경험하는 현재의 감정을 반영한다.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매화 향기는 희망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홀로 아득하다'는 표현을 통해 그 고요함과 고독함을 강조한다. 이는 시인이 느끼는 내면의 평화와 동시에 고독감을 나타낸다.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시인이 자신을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겸손함과 동시에 창조적 열망을 나타낸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역할을 자연 속에서의 작은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천고의 뒤에"

천고는 오랜 시간을 의미하며, 이는 시인이 바라보는 시간적 스케일의 장대함을 나타낸다. 이는 시의 서사적 구조를 더욱 확장시킨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백마와 초인은 영웅적 인물을 상징하며, 이는 시인이 기대하는 미래의 구원자나 영웅의 등장을 암시한다. 이는 시인의 희망과 이상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는 장면은 자유와 해방을 상징한다. 이는 시인이 꿈꾸는 궁극적인 자유와 해방의 순간을 묘사하며, 시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부분이다.

이육사의 '광야'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시인이 민족의 자유와 희망을 노래한 작품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깊은 철학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시인은 광야라는 공간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넘어선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며, 이는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시의 표현 방식은 매우 감각적이고 생동감 있으며, 의문형과 명령형의 문장 구조를 통해 시인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 독자가 시인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인 묘사와 시각적 이미지를 강화한다면, 시의 효과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이육사의 '광야'는 독특한 상징성과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넘어선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으로, 시인의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시인의 염원과 결의를 느끼며,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을 품게 된다. 이 작품은 시인의 시대적 고뇌와 염원이 담긴 걸작으로, 후대에 큰 감동과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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