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일 시인의 시 '숲길에서'를 청람 평하다
주광일 검사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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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서
시인 주광일
여름 숲길을 걷는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걷는다
온몸에 땀이 흐른다
여름 숲도 폭염에
굴복하고 말았는가
나무들은 무표정하다
나 같은 사람
기다리지 않았었는 듯
나뭇잎 하나 흔들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의 달 8월이여
8월의 숲이여
이 숲 속에서
나처럼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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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일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시는 자연의 풍경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특징을 지닌다.
주광일 시인은 자신의 삶에서 겪었던 고독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자연을 통해 표현하는데, 이는 그의 시에서 자주 발견되는 주제이다.
'숲길에서'라는 작품에서도 이러한 요소가 두드러지며, 고독과 인간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름 숲길을 걷는다"
첫 행은 '여름 숲길'이라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통해 시작한다. 여름은 종종 생동감과 활기를 연상시키지만, 여기서는 더위와 지친 자연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구절은 시인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암시한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걷는다"
이 문장은 시인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숨기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는 사회적 관계에서의 피로감과 자신을 드러내기 꺼리는 마음을 반영한다. 시인의 이러한 태도는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상징한다.
"온몸에 땀이 흐른다"
여기서 땀은 여름의 더위와 시인의 피로감을 나타낸다. 이는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부담을 상징하기도 한다. 여름의 폭염이 육체를 지치게 하듯이, 시인의 마음도 지쳐 있음을 나타낸다.
"여름 숲도 폭염에 굴복하고 말았는가"
자연조차도 무더위에 지쳐 있음을 표현하며, 시인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연의 상태를 동일시한다. 이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려는 시인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나무들은 무표정하다"
'무표정하다'는 표현은 자연이 감정을 나타내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에서 위로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자연의 무관심은 시인이 느끼는 고립감을 강화시킨다.
"나 같은 사람 기다리지 않았었는 듯 나뭇잎 하나 흔들지 않는다"
이 구절은 시인의 존재가 자연에게조차 의미 없음을 암시한다. 나뭇잎조차 흔들리지 않는다는 표현은 시인이 느끼는 철저한 외로움과 무시당함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존재의 미미함을 잘 드러낸다.
"뜨거운 태양의 달 8월이여 8월의 숲이여"
여기서 8월은 자연의 한계를 초월하는 뜨거움을 상징하며, 이는 시인이 느끼는 극한의 감정을 대변한다. 시인은 이 뜨거운 환경 속에서 자신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 숲 속에서 나처럼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마지막 행에서는 시인이 자연 속에서 완전한 고독을 느끼고 있음을 표현한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고립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 외로움 속에서 혼자임을 인지한다.
주광일 시인의 '숲길에서'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존재의 미미함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여름의 무더운 숲길에서 자신을 숨기며 느끼는 피로감과 고독감을 자연의 모습과 교차시킨다. 이 시는 자연이 단순히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복잡하게 연결된 곳임을 강조한다.
'숲길에서'는 주광일 시인이 자연을 매개로 인간의 감정과 존재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그의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의 고독한 여정을 통해 우리는 자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이러한 주광일 시인의 작품 세계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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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한평생 봉직했던
공직을 은퇴하고 소일하는
노인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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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서 한평생
공직으로 살다 나온
노인으로서,
나도 참 할 말이 많수다.
주광일 시인의 '숲길에서'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수다. 우리도 공직서 몸담고 있을 때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수까.
혼자일 때도 많았고, 남들 눈엔 쉬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속은 늘 복잡했수다.
시인이 그려낸 여름 숲길은 참말로 더운 8월의 제주를 생각나게 했수다.
여름의 제주도는 해도 짱짱하고,
사람도 많아서 그 속에서 혼자 걷는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시인은 그 여름 속에서 홀로 있는 감정을 참 잘 표현했수다.
나도 퇴직하고 나서 그간의 세월을 돌이켜보니,
말로는 다 못할 만큼 많은 일이 있었수다.
시절이 지나고 보니,
사람들은 다들 자기 일만 챙기고, 나같은 사람은 남들이 기억하지도 않더라구.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걷는다는 말은 참으로 공감이 됐수다.
나도 공직에서 일할 때,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던 적이 많았수다.
남들 눈에 안 띄게,
그러나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이었수다.
그 때는 그렇게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고독한 순간이 많았수다.
온몸에 땀이 흐르는 것은 단순한 더위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수다.
그 땀은 육체적인 피로뿐만 아니라 마음의 무게를 상징하는 것이겠지. 우리도 참 그 무게에 눌려서 많은 시간을 보냈수다.
특히나 제주도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어도 사람들의 마음은 잘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 더 고독함을 느꼈수다.
시인이 말한 "나무들은 무표정하다"는 표현도 정말 가슴에 와 닿수다.
자연 속에서 아무리 애써도 자기 존재가 미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수다. 나도 가끔 그런 기분을 느꼈수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그 광활함에 비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거든.
시인이 말하는 무표정한 나무들은 그런 자연의 무심함을 상징하는 것 같수다.
"나 같은 사람 기다리지 않았었는 듯 나뭇잎 하나 흔들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느껴졌수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은 나의 존재가 무색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지.
정말 열심히 일하고 나서도,
내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 묻게 되는 그런 순간들 말이수다. 자연은 그런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수다.
제주의 뜨거운 8월도 그렇고,
시인이 말한 8월의 숲도 참 공감이 갔수다.
무덥고 찌는 날씨 속에서 자연은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무거움 때문에 더 지치게도 했수다.
시인은 그런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 같수다.
"이 숲 속에서 나처럼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마지막 구절은 정말 공감됐수다.
나도 퇴직하고 나니 참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수다.
공직에서 벗어나고 나면,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지만,
그 끝에 남은 것은 결국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수다.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느낀 그 고독함을 나도 함께 느끼면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수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런 시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수다.
제주도에서의 공직 생활도, 시인의 숲길도 결국은 우리가 지나온 인생의 한 부분일 뿐.
그 모든 것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라 생각하니,
그 또한 감사하게 생각해야겠수다.
내 익히 알고 있는 주광일 검사 시인의 시를 통해 나도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동안의 삶을 되새기게 되었수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