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호 시인은 시 '나는 산이다'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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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이다
시인 백영호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산 있음에 물 있었으니
서로는 실과 바늘이다
산,
지구의 허파라
산소를 출산하고
맑은 물 만들며
도시의 온도 낮추고
미세먼지 줄이니
숲에 들면 도심 5도가 낮다
삶에 지친 영혼들
어디로 갈까나
거기 산이 있었음에
하나둘씩
인류는 산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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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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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과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그는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서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시 "나는 산이다"는
산과 물, 자연의 중요성을 노래하며, 산이 제공하는 여러 혜택을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이 구절은 마치 성철 스님의 게송偈頌을 연상케 한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산과 물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서로를 구분되는 개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는 작가의 사상을 나타낸다. 동시에 이 말은 불교의 선문답을 떠올리게 하며, 단순한 진리가 때로는 가장 깊은 깨달음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산 있음에 물 있었으니 서로는 실과 바늘이다"
산과 물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산은 물을 저장하고, 물은 산을 적시며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 생태계가 유지된다. 이는 자연의 상호 의존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한다. 실과 바늘의 관계처럼, 산과 물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가진다.
" 산, 지구의 허파라 산소를 출산하고"
산은 '지구의 허파'로 비유되며, 산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산이 지구 생태계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키는 구절이다. 작가는 산의 중요성을 생명의 근원으로서 표현하며, 우리에게 산의 보존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 부분에서의 '출산'이라는 표현은 생명 창조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 맑은 물 만들며 도시의 온도 낮추고"
산은 맑은 물을 제공하며, 이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이는 산이 도시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현대 도시 문제인 열섬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연의 역할을 상기시킨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자연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 미세먼지 줄이니 숲에 들면 도심 5도가 낮다"
산림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심의 기온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산림의 보호가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구절은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직설적으로 전달하며, 자연의 가치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인식을 드러낸다.
" 삶에 지친 영혼들 어디로 갈까나 거기 산이 있었음에"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산이 안식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은 자연의 위안과 치유의 장소로,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자연의 치유력과 인간의 자연 회귀 욕구를 부각하며,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인간의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 하나둘씩 인류는 산으로 올랐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현상을 표현하며, 이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귀소본능을 나타낸다. 산은 인류가 찾는 피난처이자 쉼터로서, 현대 문명의 소란에서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다.
백영호 시인의 "나는 산이다"는 자연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시는 단순한 언어 속에 깊은 사색을 담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풀어내고 있다.
작가는 산을 통해 우리가 자연의 일부분임을 상기시키며, 자연의 보호와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시는 단순한 문장 구조 속에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담고 있어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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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심신이 지친
중장년 아저씨의 러프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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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시에서 말하는 산이나 자연의 치유력이 대단한 거라는 건 이해가 가.
근데 현실에선 이게 딱히 쉽게 느껴지진 않아.
"삶에 지친 영혼들"이라는 말,
그거 딱 우리 같은 중장년층을 두고 한 말 아니야?
일에 치이고,
가정에 치이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그런데 시에서 말하는 대로 산에 가서 자연을 만난다고 해서 이게 쉽게 해결될까?
예를 들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냥 뻗기 바빠.
주말에는 쉬고 싶어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야.
애들 챙겨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또 산에 간다고 하더라도 교통비,
시간,
체력 다 필요하지.
솔직히 그런 거 다 무시하고 당장 산에 가서 힐링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잠 한 시간 더 자고 싶지.
그리고 건강 문제도 있어.
예전엔 등산도 가고 운동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안 좋아서 걷는 것도 힘들어.
그러니 산에 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이 시를 읽으면 좋은 소리 하는 건 알겠는데,
지금 상황에선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니까.
아무리 산이 좋고 공기가 맑고 해도,
그걸 실천할 여유가 있어야지.
여유도 없고 체력도 없고,
돈도 없는데 그걸 어떻게 하냐고.
그리고 가족들 챙기기도 바쁜데,
나 혼자 힐링한다고 산에 간다고 하면 오히려 가족들 눈치만 보이잖아.
우리 같은 중장년은 그냥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거지.
이 시가 말하는 대로 산에 올라가서 위로를 받는 건 그냥 꿈같은 소리야.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하루하루 살아남기 바쁘고,
그냥 오늘도 잘 버텼다고 자기 위로하는 게 다지.
시가 말하는 자연의 치유력,
그건 말 그대로 이상적인 얘기지.
진짜 지친 사람은 그걸 체험할 여유조차 없어.
그냥 지금은 다 놓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지.
누가 봐도 자연이 좋고 산이 좋다는 거 알지만,
그걸 느끼고 싶어도 느낄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거.
이 시는 그걸 모르는 것 같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지.
일 좀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어.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중장년층이 쉴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 같은 게 있으면 좋겠고.
그럼 그때 가서야 산이든 어디든 찾아가 볼 수 있을 거야.
지금처럼 그냥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산에 간다는 건 그저 책에서나 나오는 얘기일 뿐이야.
결국,
이 시는 이상적인 얘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 같다는 느낌이야.
시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알겠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건 그와는 많이 다르니까.
그래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생기긴 하지.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는 부족해.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너무 많으니까.
백영호 시인님 미안해요.
본의 아니게
넋두리 늘어놔서!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