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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말한다

청람 김왕식








엽은 말한다




W 시인





한 해를 온전히 살아낸 나뭇잎들
찬란한 붉음으로 물들어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 비로소
단풍이라 불린다.

그러나 그 빛은
자신을 키워낸 가지에 대한 마지막 인사,
뜨겁게 피어올라
고요히 떨어져 스스로의 자리를 비우는 것.

겨울의 문턱에서
나무는 고요하게 서 있다.
낙엽들은 그 품에서 떨어져
땅에 내려앉아 이불이 된다.
서늘한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나무는
그들의 선택을 품고 있다.

우리는 종종
화려한 순간만을 보려 하지만,
낙엽은 우리에게 말한다.
빛나는 순간 뒤엔
스스로 물러서고,
새로이 나아가는 결단이 있음을.

땅 위에 내려앉은 낙엽들,
그들은 묵묵히 겨울을 견디며
다시 태어날 새 생명을 품는다.
우리도 언젠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새로운 길을 내어줄 수 있기를.

낙엽처럼,
자신을 키워준 뿌리와 몸통을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하고
그 자리에서 고이 잠들 줄 아는
깊은 지혜가
우리 안에 깃들기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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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시인의 삶은 자연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의 시에서는 자연의 순환, 겸손함,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지혜가 도드라진다. 그는 단순히 자연을 관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깃든 진리와 삶의 철학을 찾아내어 시로 승화시킨다. 자연 속에서 유유히 살아가는 생명체들처럼 W 시인 또한 소박하고 순수한 삶을 추구하며, 세상의 이치와 질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고 타인에게 공감과 연민을 전하려 한다. 이 시는 그런 그의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첫 번째 행, “한 해를 온전히 살아낸 나뭇잎들”에서는 나뭇잎이 단순한 식물의 일부로만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나뭇잎을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며, 그것이 한 해 동안 어떤 시간을 견뎌냈는지를 이야기한다. 나뭇잎은 그저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지닌 모든 생명력을 다해 살아낸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나뭇잎은 우리 인간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다. 시인은 이러한 나뭇잎을 통해 삶의 무게와 책임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행, “찬란한 붉음으로 물들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이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붉은색은 흔히 생명력과 열정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시들어가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구절은 우리에게 생명의 한 순간이 비록 찬란할지라도 결국 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시인은 그 소멸을 비극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받아들이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생명체의 존엄성을 나타내고 있다.

세 번째 행,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 비로소 단풍이라 불린다”에서는 외부의 평가와 시선에 의한 가치를 논하고 있다. 나뭇잎은 붉게 물들어야 비로소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때서야 단풍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는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가치를 인정받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과정을 비판하지는 않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조건부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네 번째 행, “그러나 그 빛은 자신을 키워낸 가지에 대한 마지막 인사”는 나뭇잎과 나무의 관계를 깊이 탐구한다. 나뭇잎은 자신을 성장시킨 가지에 고마움을 표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떨어진다. 이는 인간이 자신을 돌봐준 사람이나 환경에 대한 감사를 나타내는 것과도 유사하다. 시인은 여기서 단순한 자연의 현상을 넘어 인간관계 속에서의 감사와 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뭇잎이 마지막 순간에 가지에 대한 예를 다하듯, 우리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성장시킨 존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간직해야 함을 암시한다.

다섯 번째 행, “뜨겁게 피어올라 고요히 떨어져 스스로의 자리를 비우는 것”은 나뭇잎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물러나는 과정이다. 뜨겁게 피어오르는 것은 그 나뭇잎이 마지막까지도 생명력을 다해 불타오른다는 의미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것은 그 여운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격정적인 삶을 살다가도 마지막엔 조용히 물러나는 인생의 모습을 은유한다. 시인은 이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여섯 번째 행, “겨울의 문턱에서 나무는 고요하게 서 있다”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서도 변함없는 존재를 상징한다. 나무는 자신의 일부를 잃었지만, 그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서 있다. 이는 인생에서 어떤 상실을 겪더라도 본질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시인은 나무를 인간의 정신적 강인함과 연결시키며,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강조한다.

일곱 번째 행, “낙엽들은 그 품에서 떨어져 땅에 내려앉아 이불이 된다”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을 묘사한다. 낙엽은 단순히 떨어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남아 다음 생명을 위해 땅을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구절은 나뭇잎의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하며, 자연 속에서의 재생과 순환의 과정을 드러낸다. 시인은 이를 통해 희생과 재생의 가치철학을 강조하며, 삶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다음을 준비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여덟 번째 행, “서늘한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나무는 그들의 선택을 품고 있다”는 낙엽이 떨어지는 과정을 나무가 묵묵히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인은 자연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삶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무는 떨어지는 낙엽을 붙잡지 않으며, 그 선택을 존중한다. 이는 우리 또한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홉 번째 행, “우리는 종종 화려한 순간만을 보려 하지만, 낙엽은 우리에게 말한다”는 인간의 단편적인 시각을 비판하며, 더 깊이 있는 진리를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종종 생명의 찬란한 순간에만 집중하지만, 시인은 낙엽을 통해 그 뒤에 숨겨진 희생과 소멸의 과정도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 구절은 우리에게 삶을 보다 전체적으로, 그리고 깊이 있게 바라보라는 충고를 준다.

열 번째 행, “빛나는 순간 뒤엔 스스로 물러서고, 새로이 나아가는 결단이 있음을”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결단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빛나는 순간을 끝까지 붙잡으려 하지 않고, 그것을 내려놓고 물러서는 것이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인생에서의 용기와 결단력을 상징하며, 때로는 물러남이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열한 번째 행, “땅 위에 내려앉은 낙엽들, 그들은 묵묵히 겨울을 견디며 다시 태어날 새 생명을 품는다”는 자연의 끊임없는 순환을 상징한다. 낙엽은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명을 위한 씨앗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죽음과 소멸이 끝이 아님을 강조하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열두 번째 행, “우리도 언젠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새로운 길을 내어줄 수 있기를”은 우리 삶에서의 자연스러운 순환과 물러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인은 자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도 삶의 어느 순간에서 물러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내어줄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는 희생과 배려의 철학을 담고 있다.

마지막 행, “낙엽처럼, 자신을 키워준 뿌리와 몸통을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하고 그 자리에서 고이 잠들 줄 아는 깊은 지혜가 우리 안에 깃들기를”은 시인의 궁극적인 바람을 담고 있다. 시인은 나뭇잎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키워준 나무를 위해 헌신하듯, 우리도 자신의 뿌리와 몸통을 위해 마지막까지 충실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 존경과 헌신,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W 시인의 이 시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인간의 삶의 본질을 자연의 순환 속에서 발견해 내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조명한다. W 시인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지혜와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시의 감성적 측면을 분석해 보면, 이 시는 낙엽이 떨어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중심으로 하여 생명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여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인은 화려한 단풍이 결국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기 위해 사라지는 과정에서 감동을 만들어낸다. 이 감동은 독자로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우리의 존재가 가지는 무게와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또한 시 속에 담긴 서정적 이미지들은 독자에게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제공하면서도, 그 안에 깃든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의 이미지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붉게 물든 단풍”, “고요히 서 있는 나무”, “땅 위에 내려앉은 낙엽” 등 시에서 시인이 창조한 이미지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선다. 그 이미지는 곧 생명의 순환과 재생을 상징하며, 인간의 삶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자연 속에서 우리는 결국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시의 표현상의 특징 중 하나는 간결함 속에서도 깊은 상징성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W 시인의 시는 복잡한 언어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은 매우 강력하다. 예를 들어 “뜨겁게 피어올라 고요히 떨어진다”는 구절은 단순한 묘사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생명과 소멸,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선택과 결단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상징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철학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 시의 주제의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연 속에서의 순환과 재생이다. 시인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소멸이 결코 끝이 아님을 강조하며, 다시금 새로운 생명을 위한 준비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인간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에서 물러서야 할 때가 있으며, 그 물러남은 결코 패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일 수 있음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의식은 겸손과 감사다.

나뭇잎이 자신의 가지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것처럼, 시인은 우리 또한 자신을 키워준 존재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인간의 관계 속에서의 배려와 헌신,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 시인은 단순히 자연의 법칙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칙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인간적인 가치를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시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은 매우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나뭇잎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강조되지만, 점차 그 나뭇잎이 스스로 물러나는 과정으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위한 준비를 나타낸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의 순환과 일치하며, 시 속에서 나뭇잎과 나무, 그리고 땅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시인은 이러한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통해 인간의 삶 또한 자연 속에서 흐르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W 시인의 이 작품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고, 인간에게 필요한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그의 시는 자연의 순환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반추하게 만들며, 우리가 어떤 순간에 물러서더라도 그 뒤에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시인은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인간의 삶에 투영하며, 겸손함과 감사,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요컨대, 이 시는 자연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W시인의 철학적 탐구가 담긴 작품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독창적인 상징과 비유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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