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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 시인의 시 '나무처럼'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나무처럼



시인 이담 안광석





나무는 웃지도, 울지도 않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르게
묵상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나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자기 곁을 스쳐간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저 침묵만 하고 서 있습니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포효咆哮도 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지혜롭게 상생하며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살아갑니다

나무는 마음을 비우고 삽니다
보탤 것 보내고 비울 것 비우며

수행하며 세월을 맞이합니다

나는 청맹靑盲과니
나무가 지닌 미덕을 제대로 못 보지만

나무처럼 반듯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무처럼 비워가며 싶고 싶습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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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 안광석 시인은 한국문단에서

존경을 받는 스승이자 중견 시인이다.

이담 선생의 시 '나무처럼'은 자연과 인간 삶의 본질을 깊이 성찰한 작품이다. 작가는 나무라는 자연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그 삶의 방식에 대해 묵직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드러나는 가치관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선,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나무를 통해 삶의 지혜와 고요한 수용의 자세를 배우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작가의 삶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과 그에 따른 내면의 성장과도 연결되어 있다. 안광석 시인은 인간의 번잡함을 벗어나 자연의 원리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시 속에 녹여냈다. 그의 삶의 궤적에서, 자연을 통한 자아 성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을 시에서 엿볼 수 있다.


"나무는 웃지도, 울지도 않습니다"에서, 나무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인간과 대조를 이루며, 인간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의 기복과는 달리, 나무는 무심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상징한다. 나무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흔들리지 않으며 그저 존재한다. 이 부분은 삶에 있어서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고요하게 살아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르게, 묵상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는 나무의 내면적 고요함을 강조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선택하며, 감정에 흔들리지만, 나무는 묵상하듯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묵상은 이 시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성찰을 의미한다. 나무처럼 묵상하며 사는 삶은 겉으로는 정적일지라도 내면에서는 깊은 철학적 고민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렇지만 나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에서 나무는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변화를 알고 있다. 이는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자연의 지혜를 상징한다. 나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모든 것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삶의 과정에서 침묵과 인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자기 곁을 스쳐간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저 침묵만 하고 서 있습니다"는 나무의 내적 평온함과 외부의 소란스러움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준다. 나무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이는 인간이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포효咆哮도 합니다"에서는 나무의 강인함과 역동성이 드러난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신을 확장하며, 그 속에서 삶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는 나무가 단순히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성장하고 변화하며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동시에 이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강한 의지와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열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가 지혜롭게 상생하며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살아갑니다"는 나무들이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도 서로를 해치지 않고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상생의 철학을 반영한다. 나무의 뿌리는 그들의 삶의 근간이며, 이는 인간에게도 중요한 존재의 기반을 의미한다.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것은 단단한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나무는 마음을 비우고 삽니다"는 나무의 비움과 수용의 철학을 담고 있다. 나무는 더 이상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들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며 살아간다. 이는 불필요한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고,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삶의 지혜를 나타낸다.


"보탤 것 보내고 비울 것 비우며 수행하며 세월을 맞이합니다"는 나무의 삶의 방식을 통해 삶의 수행과 그 과정을 그린다. 나무는 끊임없이 자신을 조율하며,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비워내고, 필요한 것들은 채워가며 살아간다. 이는 인간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워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나는 청맹과니"에서는 시인이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며, 자신 또한 나무처럼 살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낸다. 청명한 자연 속에서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이는 자연을 통한 인간의 성찰을 상징하며,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그 본질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나무가 지닌 미덕을 제대로 못 보지만 나무처럼 반듯하게 살고 싶습니다"에서는 시인의 소망이 담겨 있다. 그는 나무가 지닌 미덕을 모두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나무처럼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는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자연의 원리와 미덕을 배우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보여준다.


마지막 행 "나무처럼 비워가며 싶고 싶습니다"에서 시인은 나무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삶의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과 순수함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내적 갈망을 상징하며, 시인의 가치 철학이 잘 드러난다.


안광석 시인의 시 '나무처럼'은 자연에 대한 깊은 존경과 찬사를 담고 있으며, 인간이 나무로부터 배워야 할 중요한 삶의 철학을 섬세하고 진지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 시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이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와 가치를 강조한다.

시인은 나무의 침묵과 인내, 비움과 채움, 상생의 미덕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지켜야 할 본질적 가치들을 일깨워 준다. 시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철학적 성찰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메시지는 깊고 긍정적이다.


'나무처럼'에서 시인은 나무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세월을 견디는 모습을 통해 삶의 고요한 지혜를 강조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을 통해 배운 성찰적 가르침을 반영한 것이다. 나무는 세상의 소리와 소란을 들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다. 이러한 나무의 모습은 인간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시인은 인간의 삶이 때로는 혼란스럽고 복잡할지라도, 나무처럼 고요하게 존재하면서 내면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또한 시에서 나무는 하늘을 향해 성장하며 포효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나아가려는 의지를 상징한다. 시인은 나무의 성장과 확장을 통해 인간이 이상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함을 말하며,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준다.

시인이 말하는 '포효'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의 뿌리를 더욱 단단히 내리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강인한 의지로 읽힌다.


또한 나무가 다른 나무들과 상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서로를 해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나무들처럼, 인간 역시 다른 존재들과 상생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이러한 상생의 가치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인주의와 경쟁이 팽배한 시대 속에서 나무들이 보여주는 상생의 철학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이상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나무의 '비움'에 대한 철학이다.

나무는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필요한 것만을 남기며 세월을 살아간다. 이는 우리에게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고, 단순하고 순수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시인은 나무의 이러한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며, 자신 또한 나무처럼 비우고 채우며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 이는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며,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결국 '나무처럼'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깊은 교훈을 담고 있는 시다. 나무의 고요한 묵상, 상생, 비움의 철학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며, 나무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은 그 자체로 매우 긍정적이다.

이 시는 독자들에게 자연을 다시금 바라보게 만들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와 평화를 찾도록 이끈다.

나무는 시인의 마음 속에서 삶의 스승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이 시를 통해 나무처럼 단단하고 고요하게, 그리고 상생과 비움의 미덕을 지키며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안광석 시인의 '나무처럼'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찬미하며, 삶의 진정한 가치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으로서 우리에게 큰 위로와 가르침을 선사한다.




안광석 시인


1946년 충북 괴산 출생
시인. 수필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방송통신대 법학과 졸업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남북교류위원

문학미디어 작가회장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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