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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7. 2024

끝없는 추구, 그 끝은 어디인가

청람 김왕식







         끝없는 추구, 그 끝은 어디인가







인간은 삶 속에서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이 질문은 한편으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에게서 나올 법한 긍정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동반할 수도 있다.

인간의 삶은 마치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물결과 같다. 물결이 멈추는 순간, 그 바다는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항상 무언가를 추구하며 나아갈 때만이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숨을 쉬지 않는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추구하는 바를 잃어버린 인간도 정신적으로는 이미 죽음에 가까운 상태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모든 재물과 명예를 갖추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는 과연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예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30대 초반에 이미 당시 세계의 대부분을 정복한 위대한 정복자였다. 그러나 그는 정복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더 많은 땅을 정복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그의 군대는 점점 지쳐갔으며 그의 건강도 악화되었다. 결국 알렉산더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이 단순한 건강 악화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끝없는 욕망이 초래한 비극인지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더 이상 추구할 것이 없을 때조차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바라며 살아갔고, 그로 인해 그의 생명은 불안정해졌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모든 것을 가졌으나 아직은 부족하다'라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예로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번아웃' 현상이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다가 어느 순간 '번아웃'을 경험한다.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느끼는 순간, 그들은 오히려 더 큰 공허감과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성공이 곧 만족과 행복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성공 이후의 삶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가 오히려 정신적인 사망 선고와도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 없는 상태는 사람에게 생명력을 앗아가는 요인이 된다.

반면, 희망을 가진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반 유럽을 강타한 대공황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작은 희망 하나에 매달려 삶을 이어갔다. 희망이 그들의 삶의 원동력이 되었고, 그 덕분에 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처럼 희망은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의 조건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상태는 위험할 수 있다.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하는 것이지, 정체되는 순간 그 관계는 의미를 잃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가 되면 그 관계는 마치 다 타버린 불꽃처럼 서서히 사라져 간다. 인간관계에서는 오히려 조금의 기대와 미지의 영역이 있어야만 서로를 향한 호기심과 관심이 유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랜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서로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믿으며 더 이상 상대방에게서 바랄 것이 없다고 느낀다. 그 순간부터 그들의 관계는 점차 지루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기대할 여지가 없다면, 그 관계는 정체되고 결국에는 끝나고 말 것이다. 반면, 끊임없이 서로에게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기대하며 나아가는 관계는 오래도록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인간은 끝없는 추구를 통해 살아가고, 그것이 때로는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며 때로는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바라는 상태를 단순한 결핍으로만 보지 않고, 그 결핍이야말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말이 주는 무게를 우리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성취의 끝이 아니라, 삶의 정지와도 같은 상태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끊임없는 변화와 추구 속에서 빛을 발한다.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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