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위식 시인의 시 '가을 이미지'를 청람 평하다
청람 평하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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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미지
시인 신위식
가을이 걸어오네
사뿐히 가을가올
하늘강 출렁출렁
구름꽃 몽실몽실
풀씨들
영그는 소리
풀씨풀씨 온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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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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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위식 시인은 그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내밀한 관계를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그는 도시의 복잡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을 찾으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신위식의 시는 단순한 자연 찬미를 넘어, 자연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고 그것을 시어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그의 가을을 주제로 한 시들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의 파장을 표현하려는 시인의 철학적 시각을 잘 보여준다.
"가을이 걸어오네
사뿐히 가을가올"
이 시의 첫 두 행은 가을이 마치 의인화된 존재처럼 다가오는 모습을 묘사한다. '가을이 걸어오네'라는 표현은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때 '사뿐히'라는 부사어는 가을이 무겁지 않고 가볍게,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느낌을 준다.
신위식 시인은 이 표현을 통해 가을이 주는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또한, '가올'이라는 의성어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며, 계절이 바뀌는 순간의 섬세한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이는 신위식 시인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감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하늘강 출렁출렁
구름꽃 몽실몽실"
이 두 행에서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가을의 풍경을 더욱 풍부하게 그려낸다. '하늘강'이라는 표현은 하늘이 마치 물처럼 출렁이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이는 가을 하늘의 깊고 청명한 색감을 나타내며, '출렁출렁'이라는 의성어를 통해 하늘이 마치 물결치듯 움직이는 생동감을 표현하였다.
'구름꽃 몽실몽실'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꽃에 비유한 표현으로, 구름이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자연의 풍경이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도 다가오게 만드는 시인의 뛰어난 언어 감각을 보여준다.
"풀씨들
영그는 소리
풀씨풀씨 온 들녘"
이 부분은 가을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결실'을 다룬다. '풀씨들'은 작은 생명체들이 가을의 기운을 받아 점점 자라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가을이 단순히 낙엽이 지는 계절이 아닌, 생명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임을 시사한다.
'영그는 소리'는 들판에서 생명이 영글어가는 소리를 상상하게 하며, 이는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을 청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풀씨풀씨 온 들녘'은 가을 들판이 작은 풀씨들로 가득 찬 모습을 그려내며, 생명력이 넘치는 가을의 풍경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는 신위식 시인이 가을을 단순히 낭만적이고 정적인 계절로만 보지 않고, 생명력과 활기가 넘치는 시기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위식 시인의 이 시는 자연 속에서 가을의 다양한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가을의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생명력, 변화, 그리고 자연의 조화로운 순환을 시어로 표현하였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며, 우리 삶 속에 내재된 리듬과 조화를 깨닫게 한다.
특히, 이 시에서는 가을이 단순히 결실의 계절이 아닌, 삶의 순환과 자연의 섭리를 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신위식 시인의 언어는 그저 아름다움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삶의 본질을 담고자 하는 깊은 철학적 사유가 배어 있다. 그의 시는 읽는 이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이런 점에서 신위식 시인의 작품은 단순한 자연시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철학적 시로 평가될 수 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