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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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미, 그리고 비로소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며, 그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이러한 상태 변화는
'아직', '이미', 그리고 '비로소'라는 세 가지 중요한 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세 개념은 단순히 시간적 상태를 나타내는 것 이상의 철학적 의미를 지니며, 인간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할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
'아직'은 어떤 일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이는 현재 상태가 미완성임을 의미하며,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직'의 상태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인식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철학적 질문은 '아직'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아직'이라는 개념은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을 반영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언제나 미완의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불완전성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깨닫게 한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를 '불완전성의 존재'로 설명하며, 인간이 언제나 '아직'의 상태에 머무르며 자신을 완성하려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이미'는 어떤 일이 완료되었거나 이미 일어났음을 나타낸다. 이는 과거의 상태를 의미하며, 현재 시점에서는 더 이상 변할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미'의 개념은 시간의 불가역성, 즉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이미'라는 개념은 또한 인간의 기억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기억은 과거의 '이미'에 대한 반영이며, 이는 인간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을 현재와 미래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철학적 질문은 '이미'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시간의 흐름을 '순간'이 아닌 '지속'으로 이해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이미'라는 개념은 단순히 지나간 순간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형성하는 지속적인 흐름의 일부이다. 따라서 '이미'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로소'는 어떤 일이 마침내 이루어졌음을 나타낸다. 이는 긴 시간 동안의 노력과 기다림 끝에 목표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며, 인간의 끈기와 인내를 반영한다. '비로소'라는 개념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나타내며, 그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비로소'는 또한 인간의 자기실현과 관련이 있다.
철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를 '자기실현'으로 정의했다. '비로소'의 순간은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기실현에 도달했을 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을 완성하는 존재로 나아간다.
그러나 '비로소'의 순간은 종종 짧고 일시적이다. 인간은 한 목표에 도달하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다시 '아직'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비로소'는 인간 존재의 일시적인 완성일뿐이며, 이는 곧 새로운 불완전성과 가능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아직', '이미', 그리고 '비로소'의 개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
이 세 개념은 각각 인간 존재의 다른 측면을 반영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아직'은 인간의 가능성과 불완전성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언제나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존재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아직'의 상태는 인간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미'는 인간의 과거 경험과 기억을 나타낸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의미하며, 이러한 '이미'는 현재와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로소'는 인간이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는 순간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존재를 완성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로소'의 순간은 일시적이며, 이는 곧 새로운 '아직'의 상태로 이어지게 된다.
'아직', '이미', 그리고 '비로소'는 단순히 시간적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다. 이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철학적 개념이다. 인간은 언제나 '아직'의 상태에 머무르며, '이미'의 기억을 통해 배움을 얻고, '비로소'의 순간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결국, 이 세 개념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깊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아직', '이미', 그리고 '비로소'의 개념은 인간사가 어떻게 전개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완성해 나가는지를 탐구하는 중요한 철학적 도구가 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