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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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시인 김평덕
첫눈을 맞으며
나와 바둑이는
환희의 발자국을 남긴다.
첫눈 내리는 날
사랑을 고백했던
그녀는 어느 강江가에서
노래하고 있을까?
첫눈을 맞으며
꿈꾸던 별들은
지구 촌村 어느 강江가의
조약돌이 되어
기쁘고 슬픈 전설傳說들을
노래한다ㆍ
첫눈은
탄성과 기쁨의
발자국을 남기고 떠나며
새 봄을 기대한다
첫눈은
생명의 탄생이며
전설傳說이다
첫눈 오는 날
우체국 맞은
다실茶室 창가에 앉아
이 생生과 천국天國의
전설傳說을 듣는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김평덕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깊이를 더하는 독창적인 시인 중 하나로,
그의 시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인간 삶의 내면적 성찰이 짙게 배어 있다.
그의 시에서는 자연의 모습, 특히 계절의 변화가 삶의 중요한 은유적 요소로 등장한다.
김평덕 시인의 작품은 시인의 개인적인 삶의 경험과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그의 시는 대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첫눈 오는 날'에서도
시인은 첫눈이라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시인이 자연을 단순히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고 자연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의 첫 번째 행
"첫눈을 맞으며
나와 바둑이는
환희의 발자국을 남긴다"에서
시인은 첫눈의 환희를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표현한다.
여기서 '바둑이'는 시인의 동반자이자 무구한 기쁨의 상징으로, 첫눈의 순간에 시인과 함께 발자국을 남긴다. 이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동물 간의 교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첫눈이라는 특별한 순간이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임을 나타낸다. '환희의 발자국'이라는 표현은 그 순간의 기쁨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첫눈이 가져오는 생생한 감각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두 번째 연은
"첫눈 내리는 날
사랑을 고백했던
그녀는 어느 강가에서
노래하고 있을까?"라는 구절로 이어진다.
여기서 시인은 첫눈이 내렸던 날의 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녀'는 사랑의 대상이자, 첫눈과 함께 시인의 기억 속에 자리한 인물이다. 강가에서 노래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시인이 그녀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첫눈이 내릴 때마다 그 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표현한다. '강가'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상징하며, 그녀의 노래는 이별 이후에도 여전히 시인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감정을 나타낸다.
세 번째 연
"첫눈을 맞으며
꿈꾸던 별들은"과
"지구 촌 어느 강가의
조약돌이 되어
기쁘고 슬픈 전설들을
노래한다"에서는
자연과 우주, 그리고 인간의 삶이 얽혀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꿈꾸던 별들'은 인간의 꿈과 소망을 상징하며, 그 별들이 '조약돌'로 변해 강가에서 '기쁘고 슬픈 전설'을 노래한다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적 요소들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여기서 자연의 순환과 인생의 무상함을 암시하며, 모든 것이 결국에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게 됨을 노래한다.
이어지는 구절
"첫눈은
탄성과 기쁨의
발자국을 남기고 떠나며
새 봄을 기대한다"에서는
첫눈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님을 드러낸다. 첫눈은 '탄성'과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상징적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생명과 희망의 탄생을 의미하며, 시인은 첫눈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첫눈은
생명의 탄생이며
전설이다"라는 문장에서는
첫눈이 단순히 자연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과도 같다는 시인의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첫눈이 내리는 순간은 곧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의미하며, 이는 생명의 순환과도 맞닿아 있다. 시인은 첫눈이 가진 생명의 탄생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첫눈이 가져다주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순간들을 기적처럼 여기고 있다.
마지막 연
"첫눈 오는 날
우체국 맞은
다실 창가에 앉아
이 생과 천국의
전설을 듣는다"에서
시인은 첫눈이 내리는 날, 다실 창가에 앉아 삶과 천국의 전설을 듣는다고 표현한다. '우체국 맞은 다실 창가'는 시인의 사색의 공간이며,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시인은 비일상적이고 영원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첫눈은 그에게 단순히 현재의 기쁨을 넘어서, 이 생의 의미와 천국의 경계를 넘어선 전설로 다가온다. 시인은 여기서 첫눈을 통해 인간의 생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첫눈이라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의 사랑, 기억, 희망, 그리고 생명의 순환을 탐구하고 있다. 김평덕 시인은 첫눈을 삶의 여러 가지 측면과 연결 지음으로써,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자연의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서, 첫눈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다층적 의미를 드러낸다. 시인은 첫눈이 가진 생명의 탄생과 순환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 순간의 경이로움을 되새기게 한다.
결국, 이 시는 첫눈이 내리는 순간의 감동과 환희를 중심으로, 인간의 삶과 자연, 그리고 영원의 시간 속에서 계속해서 흘러가는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김평덕 시인의 섬세한 언어와 표현은 독자로 그가 그리는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며, 시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는 단순히 첫눈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첫눈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파고드는 시인의 철학적 탐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