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31. 2024
■
바람이 부는 날에는
김왕식
바람이 부는 날에는
꽃잎 하나가 하늘을 닮아간다.
흐르듯 머물며 가벼운 날갯짓,
떠난 자리엔 향기만이 남는다.
햇살이 비추는 길가에 서서
고요히 피어난 작은 들꽃도
순간의 찬란함에 몸을 맡기고
떨어지는 법을 배워간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잎새에 맺힌 빗방울이
흐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물결처럼 이어지는 속삭임,
세상 끝까지 닿을 듯하다.
사랑이란,
이리도 자연스러운 것.
비바람에 흔들려도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서로를 감싸 안는 그 마음처럼.
해가 지는 저녁 하늘을 보면
한 생이 지나간 듯한 고요가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별이 되어 반짝일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
그 작은 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