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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 시인의 '국화꽃'을 청람 평하다

윤효 시인과 청람 김왕식














국화꽃


시인 윤효





문풍지
울어

감잎
뜨락에
국화꽃
필 때
국화꽃
몇 잎
문고리 곁에
두었더니

삼동三冬 내내
한지韓紙에 번지던
샛노오란
햇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윤효 시인은 그의 작품에서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조화롭게 그려내며, 삶의 심오한 통찰을 담아내는 중견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며, 그 안에 담긴 존재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한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내면의 고요함과 평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윤효 시인의 시 세계는 인간의 내면적 성찰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그의 삶의 철학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시 「국화꽃」은 간결한 언어와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 행에서 '문풍지 울어'라는 표현은 자연의 소리를 청각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청각적 이미지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상기시킨다.
문풍지는 옛 한옥의 창문에 붙이는 한지로,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닌, 가을의 고즈넉함과 스산함을 연상시키며, 고독과 쓸쓸함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문풍지의 울음소리를 통해 시인은 자연의 목소리를 전하고, 그 안에 담긴 정서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감잎 뜨락에 국화꽃 필 때'는 시간적 배경과 계절감을 동시에 나타낸다. 감잎이 떨어지는 가을의 뜨락은 자연의 변화를 상징하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국화꽃은 절정의 아름다움과 함께 가을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완성감을 표현한다. 국화는 흔히 인내와 고결함을 상징하는 꽃으로, 시인은 국화를 통해 자연의 순환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고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 행에서는 가을의 깊이와 성숙함이 국화꽃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화꽃 몇 잎 문고리 곁에 두었더니'라는 행에서는 국화꽃의 일부를 문고리에 두는 행위를 통해 소박하고 따뜻한 감정을 전달한다.
문고리는 집의 입구를 지키는 장소로서, 시인은 국화꽃을 집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용한다.
이는 마치 자연의 일부를 집 안으로 들여와 그 고요한 아름다움을 생활 속에 녹여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화꽃을 몇 잎 문고리 곁에 둔 행위는 시인이 자연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삼동 내내 한지에 번지던 샛노오란 햇살'에서는 긴 겨울 동안 문풍지에 번지는 햇살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과 시간의 흐름을 묘사한다.
'삼동三冬'이라는 표현은 세 번의 겨울을 의미하며, 이는 겨울의 길고 차가운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 속에서 '샛노오란 햇살'은 어둡고 추운 겨울을 뚫고 들어오는 생명의 빛과 희망을 의미한다.
이 행에서는 겨울의 냉랭한 풍경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있는 자연의 힘과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 행의 '햇살'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시인의 내면의 밝은 심상을 드러낸다. 샛노란 햇살은 단지 따스함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이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존재론적 의미까지를 포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자연의 순환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자 한다.

윤효 시인의 시 「국화꽃」은 자연의 소리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인간의 내면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가 돋보인다.
그의 시어는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모두 아우르며, 독자로 자연의 변화와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윤효 시인의 시는 단순한 자연 묘사에 그치지 않고,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국화꽃을 통해 보여주는 자연의 고결함과 아름다움은 인간의 삶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시사하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상기시켜 준다.
윤효 시인은 이러한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속에서도 깊이 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윤효 시인은
본명은 창식이다.
195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 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다.
미당 서정주 선생의 추천으로 1984년 '현대문학'에 '혼사婚事'와 '물결'이 발표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 오산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퇴임했다.


* 윤효 시인은

백석과 소월, 그리고 안서와 춘원이

문필을 세운 서울 오산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했다.


그의 성품은

시처럼

간결하고명료하다.

아니

청아淸雅하다고 표현함이 맞다.


그는

교장으로 영예로운 퇴임을 했음에도

국어 선생으로 불리길 원한다.


뭇사람들

살짝 걸친 이력들

나열하키 급급한데,

윤효 시인은

오히려

산刪한다.


참으로

겸허한 시인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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