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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2. 2024

배선희 시인의 '새싹'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새싹



                                                    시인 배선희




나는 나무랍니다
그리움이라는 새싹 하나 돋아
마냥 풋풋하기만 하답니다

나는 목마른 나무랍니다
보고픔이라는 새싹 하나 돋아
기다림으로 목을 축인답니다

동산 언저리에 선 지
몇 생이나 흘렀으랴!
감긴 나이테가 꿈틀거린답니다
꽃 한 송이 피워 올리기가
이토록 설레는 발돋움일 줄이야!

나는 동산에 선 나무랍니다
이슬방울 안으로 떠오르는 태양! 방울방울 눈시울에 달고
이슬을 머금는 새싹이랍니다.

그리움이라는 새싹 하나
나는 동산에 선 나무랍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배선희 시인은 자연과 삶을 깊이 탐구하며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시인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섭리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독자에게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인 감정의 체험을 제공한다.
그의 시는 때로는 한 편의 짧은 동화처럼, 때로는 깊은 철학적 사유처럼 다가온다. 「새싹」에서도 시인은 나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색한다. 배선희의 삶이 그리움과 기다림의 연속이었다면, 이 시는 그 삶의 깊이와 사유를 그대로 담고 있다.

 "나는 나무랍니다 / 그리움이라는 새싹 하나 돋아 / 마냥 풋풋하기만 하답니다"

시의 첫 부분은 나무와 새싹을 통해 생명과 감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나는 나무랍니다’는 자신을 자연 속에 있는 나무로 비유하여, 그리움이라는 새싹이 자라는 과정을 설명한다.
 여기서 새싹은 감정의 시작이자 생명력의 상징이다. ‘풋풋하기만 하답니다’라는 표현은 그리움이 아직 생기 있고, 신선하며 순수한 상태임을 나타낸다. 시인은 이러한 순수함을 통해 독자가 삶의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나는 목마른 나무랍니다 / 보고픔이라는 새싹 하나 돋아 / 기다림으로 목을 축인답니다"

두 번째 연에서는 ‘목마른 나무’가 등장하며, 이 나무는 ‘보고픔’이라는 감정적 새싹을 피워낸다. ‘목마른’이라는 표현은 결핍과 갈증을 상징하며, 이는 보고 싶은 마음의 절실함을 의미한다. '기다림으로 목을 축인다'는 것은 그리움을 견뎌내며 갈증을 해소해 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행은 그리움과 기다림이 서로를 보완하는 감정임을 시적으로 드러내며,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성장하고 깊어지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동산 언저리에 선 지 / 몇 생이나 흘렀으랴! / 감긴 나이테가 꿈틀거린답니다"

이 부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강조된다. 나무가 '동산 언저리'에 서서 수많은 세월을 견뎌온 것으로 묘사되며, '몇 생이나 흘렀으랴!'라는 구절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억을 나타낸다. 나이테는 나무의 나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과 그로 인한 내면의 변화를 상징한다.
‘꿈틀거린다’는 표현은 정적이지 않은 내면의 생동감을 암시하며,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모하는 삶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꽃 한 송이 피워 올리기가 / 이토록 설레는 발돋움일 줄이야!"

여기서 시인은 생명과 설렘의 순간을 강조한다. '꽃 한 송이 피워 올리기'는 나무가 꽃을 피우는 순간을 묘사하는데, 이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끝에서 맞이하는 감정적 결실을 상징한다. '설레는 발돋움'은 기대와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동작을 표현하며, 그리움을 극복하고 기다림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기쁨과 설렘을 담고 있다.
이는 시적 자아가 경험하는 감정의 정점이자,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이다.

 "나는 동산에 선 나무랍니다 / 이슬방울 안으로 떠오르는 태양! 방울방울 눈시울에 달고 / 이슬을 머금는 새싹이랍니다."

이 연은 자연 속의 생명과 감정의 순환을 묘사한다. '이슬방울 안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며, 새벽의 빛과 이슬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암시한다. '방울방울 눈시울에 달고'라는 표현은 감정의 응축과 해소를 상징하며, 이슬을 머금은 새싹은 그리움과 기다림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한다. 시인은 여기서 자연의 섬세한 변화를 통해 인간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움이라는 새싹 하나 / 나는 동산에 선 나무랍니다."

마지막 행은 시의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면서도, 그리움의 감정이 더 깊어진 상태를 나타낸다. '그리움이라는 새싹'은 계속해서 자라고 변모하며, '동산에 선 나무'는 그리움의 과정을 견디며 더욱 성숙한 존재로 변한다.
이는 시인의 감정적 여정이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과정을 반영하며, 모든 경험이 다시 새로운 그리움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선희 시인의 「새싹」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는 시다.
나무와 새싹, 이슬과 태양 등의 이미지는 감정의 변화와 삶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시 전체의 흐름을 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의 대변자로 활용하여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시는 특히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는 감정의 다층적인 측면을 탐구하며, 그리움이 단순히 결핍의 감정이 아니라,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시적 자아가 나무로 상징화되어, 그리움과 기다림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감정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본질을 깊이 사유하게 하는 시적 성취라 할 수 있다.

배선희 시인의 시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그 감정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해지는지 보여준다. 시인은 그리움과 기다림을 통해 삶의 깊이를 탐구하고, 독자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새싹」은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서로를 비추고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깊이 성찰하게 하는 작품으로서,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배선희의 시는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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