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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2. 2024

배선희 시인의 '그리운 이름 하나'를 청람 펑하다

청람 김왕식









                    그리운 이름 하나



                                시인 배선희






내 생에는 지워지지 않는 그리운 이름 하나!
제비 떠난 빈 둥지에 깃을 내린 찬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애처로이 비추어오는 옛 추억을 제비 올 때 다시 물어 오시려나!
애써 기억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데 살아가며 삶과 함께 껴안고 싶은 사람. 춘삼월 제비 오는 날에, 그리운 이름 하나!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그리운 이름 하나!
부귀영화 물어다가 박타줄 리 없는데도 등 기대면 차오르는 따사로운 체온으로 옛 추억을 새봄 올 때 다시 실어 오시려나!
애써 지우려 지도 생각하려 지도 않는데 바라보며 임과 함께 잠들고 싶은 사람, 춘삼월 제비 오는 날에, 그리운 이름 하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인 배선희는 깊이 있는 감수성을 지닌 작가로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는 시인이다. 그의 삶은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듯하며, 이러한 삶의 경험은 그의 시 세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배선희 시인은 '그리운 이름 하나'에서 인간의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삶의 흔적을 하나의 이미지로 포착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소중한 기억을 바탕으로 시를 창작하였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소중한 사람의 이름조차 희미해지는 인간의 기억과 애틋함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이 시는 단순히 그리움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 담긴 추억과 잊힌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닌다.

첫 행 "내 생에는 지워지지 않는 그리운 이름 하나!"에서 시인은 자신의 삶에 있어 잊히지 않는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하며 시를 시작한다. 여기서 '지워지지 않는'이라는 표현은 기억의 영속성과 더불어 그리움의 깊이를 강조한다. ‘그리운 이름’은 단순한 이름 이상의 존재로, 이는 시인의 삶의 일부이자 감정적 고리로 작용한다.

또한, "제비 떠난 빈 둥지에 깃을 내린 찬바람에"라는 구절에서는 떠난 존재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찬바람의 이미지가 더해지며 그리움의 정서를 더욱 짙게 만든다. 제비가 떠난 자리, 그리고 그곳에 남아 있는 찬바람은 누군가의 부재를 상징하며, 그 부재가 남긴 흔적이 얼마나 시린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시어에서 느껴지는 한기와 서글픔은 읽는 이의 가슴속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어지는 구절, "흔들리는 등불처럼 애처로이 비추어오는 옛 추억을 제비 올 때 다시 물어 오시려나!"에서는 등불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옛 추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등불의 흔들림은 불안정한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며, 이는 제비가 다시 돌아올 때 과거의 추억도 함께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애처로이'라는 단어는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드러낸다. 시인의 감정은 간접적이지만 강렬하게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애써 기억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데 살아가며 삶과 함께 껴안고 싶은 사람." 이 구절에서는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슬퍼하려 하지 않아도 여전히 존재하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는 시인의 내면에 깊이 새겨진 인연의 흔적을 의미하며, 이러한 흔적은 의식하지 않아도 삶의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껴안고 싶은 사람'이라는 표현은 그리운 존재가 단순한 기억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와 함께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임을 나타낸다.

다음 행에서 "춘삼월 제비 오는 날에, 그리운 이름 하나!"라는 구절이 반복되면서 시의 운율과 정서를 더욱 강화한다. 춘삼월, 즉 3월의 봄날에 제비가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는 모습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리움은 계속해서 남아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감정의 본질을 보여준다.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그리운 이름 하나!"에서
시인은  오랜 시간 속에 잊힌 이름이 되어버린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떠오르지 않는’이라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뎌진 기억을 나타내며, 이는 그리움의 본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 시의 중심 주제는 바로 이러한 잊힘과 기억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갈등이다.

시인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여전히 그리운 사람에 대한 애틋함을 담아내며,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하고도 연약한 지를 보여준다.

"부귀영화 물어다가 박타줄 리 없는데도 등 기대면 차오르는 따사로운 체온으로"라는 구절에서는
그리운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면 물질적인 부귀영화보다는 따뜻한 체온으로 느껴지는 온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시인의 가치철학이 담긴 부분으로, 물질적 소유보다 관계와 감정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시인은 그리운 이와의 감정적인 교류와 인간적인 온기를 갈망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본질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옛 추억을 새봄 올 때 다시 실어 오시려나!"라는 구절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다. '새봄'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시작, 회복, 그리고 재회를 상징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러한 희망적 메시지는 독자에게도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리움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애써 지우려 지도 생각하려 지도 않는데 바라보며 임과 함께 잠들고 싶은 사람, "
이 부분은 시인의 감정이 얼마나 깊고 진실한지를 보여준다. 애써 지우거나 생각하려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운 이와 함께 하고 싶은 바람은 시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감정임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닌, 존재와 존재 사이의 깊은 연결을 의미하며, 그러한 연결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만드는지를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춘삼월 제비 오는 날에, 그리운 이름 하나."라는 반복 구절로 마무리하며 시의 운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 반복적 구절은 시의 전체적인 리듬을 잡아주는 동시에, 그리움이라는 주제가 결코 단편적인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춘삼월의 제비는 생명력과 회복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리운 존재와의 재회를 기원하는 마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는 시 전체를 통일성 있게 만들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요컨대, 시 '그리운 이름 하나'는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인간적인 온기에 대한 배선희 시인의 철학이 집약된 작품이다. 시인은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표현으로,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이미지와 감성으로 그려냈다.
그의 시는 단순한 추억의 나열이 아닌, 그리움과 희망, 그리고 삶의 깊이 있는 사색을 담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한다.
시인의 독창적인 표현과 이미지의 사용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하며, 그의 시적 세계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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