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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1. 2024

배선희 시인의 매화족보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매화 족보




                                   시인 배선희





봄의 전령사 매화.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꽃
겨울잠조차 설치고 나선 겨우살이 찬바람을 매향梅香으로 점령하는 승전보

매화는 봄이 앞세우기에
겨울을 열어야 하는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동양 삼국의 귀염둥이다

한국 최초로 매화족보를 정리한
매화와 더불어 살아온 시심詩心으로 매화나무들을 성형하는 외과의사로
어떤 나무도 김연아, 손연재처럼 우아하고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그를, 우리는 매화 아버지라 부른다

고향이 금둔사인 납월매도
온갖 매목들과 어울려 살아
동면에서 서둘러 깨어나야 하는
생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마다 품 안에 담고 사는
봄꽃 매화 같은 설렘이 있어
다소곳이 얼굴 내밀어 피어나고픈 꿈들 매화 아버지는 오늘도 꿈을 다듬고 있다

철없이 마음 설레게 하는
사람마다의 숨은 심매心梅를 일러
무어라 이름을 달아 주시려나?
또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묵묵히 제자리 지키고 있는 매화 아버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배선희 시인은 자연의 섭리를 깊이 이해하고, 시인의 심정을 시어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다.
그의 시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며, 독자들을 자연의 풍경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배선희의 시는 종종 자연을 소재로 삼아, 그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투영하고 삶의 철학적 의미를 탐구한다.
특히 '매화족보'는 매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제시하며, 그가 매화에 품은 깊은 애정과 존경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매화는 그의 시 속에서 단순한 꽃 이상의 존재로, 삶의 상징이자 희망과 인내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첫행 "봄의 전령사 매화"라는 표현은 매화가 봄을 알리는 첫 번째 꽃임을 강조한다. 매화는 겨울의 차가움을 뚫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으로,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한다.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꽃"이라는 표현은 그 생명력과 끈기를 강조하며, 매화가 지닌 강인한 성질을 드러낸다. 이는 매화가 단순한 꽃이 아닌, 생명력과 인내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겨울잠조차 설치고 나선 겨우살이 찬바람을 매향梅香으로 점령하는 승전보"라는 구절은 매화의 향기가 겨울의 차가움을 이겨내고, 봄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매화의 향기는 생명력과 회복의 상징으로, 이를 통해 시인은 자연의 회복력과 인간의 끈기를 비유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매화는 봄이 앞세우기에 겨울을 열어야 하는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 동양 삼국의 귀염둥이다"라는 행에서는 동양 문화권에서 매화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설명한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매화는 모두 봄의 전령사로 여겨지며, 이는 동양의 자연관과 철학적 사유를 반영한다. 특히 매화는 이들 나라에서 순수함과 고결함, 인내와 끈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다음으로, "한국 최초로 매화족보를 정리한 매화와 더불어 살아온 시심詩心으로 매화나무들을 성형하는 외과의사로"라는 구절은 매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에 대한 연구를 강조한다. '매화족보'를 정리했다는 것은 단순히 매화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매화와 삶을 함께한 시인의 경의와 사랑을 나타낸다. 또한, 매화나무를 성형하는 '외과의사'라는 비유는 매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예술가적 시인의 면모를 드러낸다.

"어떤 나무도 김연아, 손연재처럼 우아하고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그를, 우리는 매화 아버지라 부른다"
이 연에서는 매화에 대한 시인의 애정을 잘 보여준다. 매화 아버지로 불리는 이는 매화를 정성스럽게 가꾸고, 그것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는 단순히 매화를 기르는 것을 넘어, 매화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를 찾고자 하는 시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향이 금둔사인 납월매도 온갖 매목들과 어울려 살아 동면에서 서둘러 깨어나야 하는 생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는 구절은 매화의 생명력과 조화로움을 강조한다. 매화는 다른 꽃들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 묘사되며, 이는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생명의 발자국 소리'라는 표현을 통해 매화가 단순한 꽃이 아닌, 생명을 상징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사람마다 품 안에 담고 사는 봄꽃 매화 같은 설렘이 있어 다소곳이 얼굴 내밀어 피어나고픈 꿈들 매화 아버지는 오늘도 꿈을 다듬고 있다"
이 구절에서 매화는 인간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요소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매화 아버지는 매화를 가꾸며 그 속에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꿈과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듬는 역할을 한다. 이는 매화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임을 나타낸다.

"철없이 마음 설레게 하는 사람마다의 숨은 심매心梅를 일러 무어라 이름을 달아 주시려나?"
이 구절에서는 매화가 사람마다 마음속에 존재하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것을 암시한다. 시인은 매화를 통해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희망과 꿈을 찾아내고, 그것을 이름 지어주려 한다. 이는 매화가 단순히 자연 속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성장과 발전을 상징하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묵묵히 제자리 지키고 있는 매화 아버지!"
이는 매화 아버지의 끈기와 인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매화 아버지는 매화를 가꾸는 일에 헌신하며, 그 과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는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매화는 생명력, 인내, 희망, 조화의 상징으로 사용되며, 매화 아버지는 그 매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구현하고자 하는 예술적이며 철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시인은 매화를 매개로 인간의 내면적 갈망과 자연의 회복력을 연결시키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가치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배선희 시인의 ‘매화족보’는 매화라는 자연의 일부를 통해 인간의 삶과 철학적 성찰을 유도하는 탁월한 시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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