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3. 2024
배선희 시인의 '무지개'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
무지개
ㅡ어머니 첫 제삿날에
시인 배선희
1.
어머니 가실 때 하늘도 죄 가져가셨다 하늘 우러르지 못한 지 어언 일 년
모두 낮아진 키로 다시 모였다
어머니 손때 문은 장롱은 제자리인데
늘 앉아 계시던 자리만 남아
빈 방을 그렇게 지켜 오셨다
삶과 죽음, 사이의 이별은
아마 모두가 수용해야 하는 간격 어머니의 빈자리 둘러앉아
또 다른 삶으로 메워가고 있다
어머니 생각에 흘리던 눈물도
따뜻한 정도 하나씩 나누어
저마다 유산으로 간직한 듯 언어를 잊고
2.
어머니의 꿈, 희망이었던
자식들이 제사상 앞에 엎드려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 어머니
'모두 잘 살아야 한다.'
'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
귓가에 스쳐가는 숨소리일 뿐
그저 멈추었던 설움 흐느적이며
뜨거운 눈물 두 볼에 흘러내릴 뿐
이제는 한 말씀도 못하시는 어머니
누구든 문만 열면 울음보 터질세라 안으로 삼키는 나직한 통곡
가슴만 울렁울렁 뜨겁게 넘치고
3.
눈물처럼 토닥거리던 비 태양에 밀리더니 설악산 울산바위를 타고 영랑호를 건너 금강산의 향로봉에 걸치었다
어머니는 그 순간 무지개를 타고.
딸이 허둥거리는 설악산으로 하강하셨다 기댄 창문 앞에 무지개다리를 놓아
내 뺨 쓰다듬어 주시러 내려오셨다.
울보 막내딸이 늘 울먹일세라
아름다운 빛으로 환희심을 주시었다 '그래, 어머니는 무지개를 타고 오셔'
'저 천상에서 늘 지켜봐 주셔'
한 생각 바꾸어 들춰 메고 무지개로 나섰다.
생과 사는 몸이 하나일 뿐.
한 하늘 안에 함께 있음이리니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배선희 시인은 일상의 정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시인으로, 특히 가족과의 추억과 상실을 중요한 소재로 삼아 감정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번 시 '무지개'는 어머니의 첫 제삿날을 맞아 쓰인 작품으로,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함께 그리움,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우는 가족의 애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듯한 따뜻한 존재감을 느끼며, 시인은 자신의 삶을 어머니와의 추억으로 채워가고 있다.
이러한 배선희 시인의 시는 독자로 깊은 감정과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사랑의 가치를 제고하게 만든다.
첫 연에서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깊은 슬픔과 그로 인한 상실감을 하늘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 가실 때 하늘도 죄 가져가셨다'라는 구절은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하늘도 그녀의 무게를 함께 짊어졌다는 뜻으로, 시적 화자의 무거운 마음과 현실을 상징한다. 이어서 '하늘 우러르지 못한 지 어언 일 년'이라는 표현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리움과 애도의 감정이 여전히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나타낸다. 시인의 표현 방식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감정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장롱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지만, 어머니가 늘 앉아 계시던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며, 물리적 공간은 변하지 않았으나 정신적 공간은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큰 변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대비는 시의 감정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시인은 이 장면을 통해 어머니의 존재가 가족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전하고 있다.
'삶과 죽음, 사이의 이별은 아마 모두가 수용해야 하는 간격'이라는 표현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받아들이고 그 간격을 채워 나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운명을 암시한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둘러앉아 또 다른 삶으로 메워가는 가족의 모습은 상실 속에서도 계속해서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연에서는 어머니의 존재와 그 의미가 자식들에게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어머니의 꿈, 희망이었던 자식들'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상징하며, 자식들이 제사상 앞에 엎드려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그리움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킨다. '모두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유언 같은 말씀은 자식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강력했는지를 나타낸다.
이 연에서 시인은 어머니와의 소통이 이제는 물리적인 형태가 아닌 내면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귓가에 스쳐가는 숨소리일 뿐'이라는 표현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지만, 그 기억과 교훈은 여전히 자식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음을 상징한다. 또한, '누구든 문만 열면 울음보 터질세라'는 구절은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그 슬픔을 감추고 내면으로 삼켜야만 하는 자식들의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다.
세 번째 연에서는 자연의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어머니와의 만남을 새롭게 해석한다. '눈물처럼 토닥거리던 비'는 시인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그 비가 태양에 밀려 무지개로 바뀌는 장면은 슬픔이 희망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상징한다. 어머니는 '무지개를 타고' 딸이 있는 설악산으로 내려오신다. 이 장면은 어머니와의 재회를 꿈꾸는 딸의 염원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로서 죽음 이후의 세계와 이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로 나타난다.
어머니가 '내 뺨 쓰다듬어 주시러 내려오셨다'는 표현은 상상 속에서나마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느끼고 싶은 시인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울보 막내딸이 늘 울먹일세라'는 구절은 어머니의 사랑이 죽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생과 사는 몸이 하나일 뿐'이라는 결론에서는 죽음이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연결임을 깨닫고, 어머니와의 영원한 유대감을 강조하고 있다.
배선희 시인의 시 '무지개'는 어머니의 첫 제삿날을 맞아 쓰인 작품으로, 상실과 그리움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을 섬세하고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여, 그 간격을 메우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다층적으로 탐구한다. 시인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통해 가족이 함께 이어가는 삶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각 구절마다 감정의 깊이를 더해가는 언어적 표현이 탁월하다. 또한, 무지개라는 자연적 상징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죽음을 삶의 연장선상에 두어 독자로 인생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시의 감성적 측면에서 배선희 시인의 시어는 매우 부드럽고 섬세하며, 독자에게 따스한 여운을 남긴다. '무지개'라는 제목처럼, 시는 어머니와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며 그리움 속에서도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제공한다.
이 시는 삶과 죽음의 복합적인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동시에,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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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을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한 독자가 배선희 시인에게
보내온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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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배선희 시인님.
얼마 전, 저는 어머니를 잃고 나서 그 슬픔과 공허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뻥 뚫린 듯한 아픔이 밀려오고, 그리움이 온몸을 휘감아 숨조차 쉬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시인님의 시, '무지개'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구절을 읽었을 때부터, 시 속의 표현들이 마치 저를 꿰뚫어보는 듯했습니다.
특히, "어머니 가실 때 하늘도 죄 가져가셨다"는 구절은 마치 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말씀이었어요. 어머니가 떠나신 후,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이 두렵고 어려웠던 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했습니다.
어머니의 첫 제삿날에 느껴지는 가족의 공허한 빈자리와 그 안에서 여전히 살아있는 듯한 어머니의 존재감이 시인님의 시 속에서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제 가슴속 깊이 박혀 있던 슬픔과 그리움이 '무지개'라는 상징을 통해 조금씩 치유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머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지, 시인님의 시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손길이 닿았던 작은 물건 하나하나를 보며 어머니의 부재를 실감하고,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곤 했습니다. 시인님의 시에서는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장롱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지만, 어머니의 자리가 비어 있는 그 현실이 저와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며, 그리움에 목이 메이곤 합니다. 그런데도 그 빈자리를 둘러앉아 다른 삶으로 채워가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의 숙명임을 알기에, 시 속에서 위로를 찾았습니다.
시의 두 번째 연에서 어머니의 자식들이 제사상 앞에 엎드려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매일같이 속으로 대화를 나누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려보지만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가 한없이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두 잘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스쳐갈 때마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면서도 어머니가 곁에 없는 현실에 대한 슬픔이 밀려옵니다. 시인님의 시에서 "누구든 문만 열면 울음보 터질세라"라는 구절은 그 슬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문만 열면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억눌린 눈물이 터져 나올까 두려웠습니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님은 어머니가 무지개를 타고 딸에게 내려오시는 장면을 그려주셨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꿈결 같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무지개를 통해 어머니와 만나는 상상은, 저에게 깊은 감동과 위안을 주었습니다. 어머니가 늘 저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믿음, 그리고 무지개가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가 되어 우리를 연결해 준다는 상징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 어머니는 무지개를 타고 오셔"라는 구절은 제 마음속에서 어머니와의 만남을 그리며 저 또한 무지개를 타고 어머니를 만나는 꿈을 꾸게 해 주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하나의 몸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깨달음은, 어머니가 멀리 떠나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제 곁에 계신다는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어머니가 늘 곁에서 저를 지켜봐 주시고, 저를 응원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저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슬픔을 넘어, 어머니와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배선희 시인님의 시 '무지개'는 제게 있어서 단순한 시가 아니라, 제 마음의 깊은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잃고 난 후,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빈자리가 시인님의 시를 통해 조금씩 메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가끔은 무지개를 보며 어머니가 저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곤 합니다.
시인님의 시가 저에게 준 위로와 감동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인님의 따뜻한 언어와 깊이 있는 감성 덕분에, 저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무지개'라는 시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위로가 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모든 이들이 이 시를 통해 다시 한번 희망을 찾고, 그리움 속에서도 사랑과 용기를 얻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배선희 시인님의 시가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빛이 되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 드림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