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창섭 시인의 '아흐, 모정탑이다'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아흐, 모정탑이다




시인 엄창섭




밤 깊어 바람도 끊긴
노추산의 날刃 푸른 솔숲은
저토록 적막이 묻어나
아흐, 두 눈 감기 울 듯
못내 감동을 넘어 황홀이다.


두 자녀 잃은 아득함에
가슴 앓던 모정이 26년,
그 세월 홀로 쌓아 올린
크고 작은 3천 개 돌탑의 정한
달빛에 서러워 눈물겹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엄창섭 시인의 시, ‘아흐, 모정탑이다’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역사,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드러난 감동을 시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작가가 직접 경험한 감정을 바탕으로, 두 자녀를 잃은 어머니의 고통과 사랑을 돌탑으로 표현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강릉시 노추산 자락에 위치한 모정탑의 이야기를 통해 시인은 한 어머니의 깊고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애환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엄창섭 시인은 이를 통해 어머니라는 존재가 지닌 위대함과 숭고함을 다시금 새기게 하는데, 이 시는 단순한 기교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 내용과 감정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밤 깊어 바람도 끊긴”은 시간적 배경과 함께 시의 분위기를 설정한다. ‘밤 깊어’라는 표현은 어둠과 정적을 상징하며, 이는 감정의 깊이를 암시한다. ‘바람도 끊긴’이라는 구절은 자연의 움직임조차 멈춘 순간을 나타내며, 시인이 직면한 고요한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고요함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차분하면서도 깊다.

“노추산의 날(刃) 푸른 솔숲은”에서는 노추산의 자연경관을 날카로운 칼날에 비유하고 있다. ‘날(刃)’이라는 표현은 자연이 지닌 냉혹함과 삶의 고통스러운 면모를 드러낸다. 이와 함께 ‘푸른 솔숲’이라는 구절은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면서도, 차가운 현실과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시인은 인생의 고통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장면을 형상화하고 있다.

“저토록 적막이 묻어나”는 이전의 고요함과 정적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자연 속의 적막함을 더욱 강조한다. 여기서 ‘적막’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내포하고 있다. 시인이 느낀 적막함은 어머니가 두 자녀를 잃은 그 아득한 슬픔과 고통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아흐, 두 눈 감기 울 듯”은 시인의 감정을 고조시키며, 독자에게도 감정의 절정을 전달한다. ‘아흐’라는 감탄사는 시인의 감정이 격해진 순간을 표현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기도 하다. ‘두 눈 감기 울 듯’이라는 구절은 감정의 끝에서 드러나는 무력함과 절망,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감정을 동시에 나타낸다. 이는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자, 침묵 속에서 오는 울림을 의미한다.

“못내 감동을 넘어 황홀이다”에서는 감정의 폭발이 감동을 넘어서 황홀경에 이른 상태를 표현한다. ‘못내’라는 단어는 끝없이 이어지는 감정을 의미하며, 이는 감동을 넘어서는 경험을 나타낸다. 이 시점에서 시인은 단순히 슬픔이나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 즉 인간의 한계를 넘은 심리적 경험을 그리고 있다.

“두 자녀 잃은 아득함에”는 이 시의 중심 주제를 드러낸다. 어머니의 아픔과 상실, 그리고 그로 인해 느낀 슬픔이 이 구절에 응축되어 있다. ‘아득함’이라는 표현은 잃어버린 자녀들에 대한 어머니의 그리움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독자에게 감정적 여운을 남기는 중요한 장면이다.

“가슴 앓던 모정이 26년,”은 어머니의 고통과 슬픔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었음을 상징한다. 여기서 ‘26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대부분을 의미하는 시간의 무게를 전달한다. 이는 모정이란 단어가 지닌 무게감과 함께 더욱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세월 홀로 쌓아 올린”에서는 어머니가 쌓아 올린 돌탑의 행위를 나타내며, 그 행동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강조한다. 홀로 돌탑을 쌓는 행위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사랑과 기억을 영원히 남기기 위한 어머니의 헌신적 노력이다.

“크고 작은 3천 개 돌탑의 정한”은 그 돌탑의 숫자와 크기를 통해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한’이라는 단어는 한(恨)의 감정을 넘어서, 그 속에 담긴 사랑과 헌신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한 슬픔의 표현을 넘어,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형상화한다.

“달빛에 서러워 눈물겹다.”는 시의 절정을 장식하는 구절로, 달빛이라는 자연적 요소가 어머니의 슬픔을 더욱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눈물겹다’는 표현은 그 슬픔이 단지 개인적인 감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로 깊고 넓은 감정임을 암시한다.

시의 전체적인 유기적 흐름에서 엄창섭 시인은 단순한 슬픔과 고통의 표현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 감정인 사랑과 기억, 그리고 헌신을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에서 어머니의 사랑은 끝없는 헌신과 숭고함으로 나타나며, 그 안에 담긴 감정적 깊이는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감정과 연결되며,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요컨대, ‘아흐, 모정탑이다’는 시인의 감성적 표현과 철학적 깊이가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독자에게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이 시는 엄창섭 시인이 지닌 독특한 시적 세계관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잘 보여주며,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시적 기술이 돋보인다. 그의 시는 독자에게 단순한 읽기의 경험을 넘어, 감정과 사유의 깊이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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