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듬잇소리

백영호 시인과 청람 김왕식













다듬잇소리






시인 백영호







우리네 삶에

가지 기쁜 소리 있으니

아기 우는 소리

자식 글 읽는 소리

그리고

다듬이 방망이 소리라


다듬잇소리는

다듬돌과 풀 먹인 삼베 홑청

다듬방망이와 할머니 손길이

어우러져 내는 오케스트라

백의민족 여인네 恨의 소리요

보릿고개 설음 달래는

할머니의 몸짓이었다


쭈글쭈글 주름 쫘악 펴지고

청아한 장단가락

이슥녘 퍼지는

때림의 장단에 가슴 옹이

맺힌 것이 풀림으로


어머니 속 울음였을까

할머니가 운 띄우면

어머니 들어간다 장단가락,

오늘따라 그 어머니 다듬잇소리

창자 타는 듯 그리움

가슴에 옹달샘으로 솟아오른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시인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서민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어왔다. 그의 시는 주로 한국의 민속적인 요소와 서정적 감성이 어우러져 있으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과 정서를 탐구한다. 특히, '다듬잇소리'라는 시에서는 그의 인생 경험과 철학이 잘 드러난다. 백영호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고, 이 과정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가까이서 경험하며 그들의 삶의 애환을 몸소 느꼈다. 이러한 배경은 '다듬잇소리'라는 시의 배경이 되었으며, 그의 시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 우리네 삶에 / 세 가지 기쁜 소리 있으니 / 아기 우는 소리 / 자식 글 읽는 소리 / 그리고 / 다듬이 방망이 소리라"


첫 연에서 시인은 한국 전통 사회에서 소중히 여겨졌던 세 가지 소리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아기 우는 소리는 생명과 희망의 소리로, 새로운 시작과 번영을 의미한다. 자식 글 읽는 소리는 교육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부모의 헌신과 노력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다듬이 방망이 소리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소리로, 생존을 위한 투쟁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소리를 드러낸다. 세 가지 소리는 모두 삶의 기쁨을 상징하지만, 그 기쁨은 고통과 희생을 동반한 것이기에 그 자체로도 역설적이다.


" 다듬잇소리는 / 다듬돌과 풀 먹인 삼베 홑청 / 다듬방망이와 할머니 손길이 / 어우러져 내는 오케스트라 / 백의민족 여인네 恨의 소리요 / 보릿고개 설음 달래는 / 할머니의 몸짓이었다"


여기서 다듬잇소리는 일종의 오케스트라로 비유된다. 다듬돌과 삼베, 다듬방망이와 할머니의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음악적 조화는 단순한 노동의 소리가 아니다. 이는 백의민족으로 상징되는 한국 여성들의 한(恨)의 소리로, 그 속에 숨겨진 억압과 고통을 상징한다. 또한, 다듬잇소리는 '보릿고개 설음 달래는' 할머니의 몸짓으로 표현되며, 이 시는 그들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고난과 애환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는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일종의 문화적 표현이자 그 시대 여인들의 정서적 표출이기도 하다.


"쭈글쭈글 주름 쫘악 펴지고 / 청아한 장단가락 / 밤 이슥녘 퍼지는 / 때림의 장단에 가슴 옹이 / 맺힌 것이 풀림으로"


이 연에서는 다듬잇질의 물리적 과정이 마치 하나의 예술적 행위처럼 묘사된다. '쭈글쭈글 주름 쫘악 펴지고'라는 표현은 삶의 고단함이 펴지는 과정으로 비유되며, 청아한 장단가락과 함께 어우러지는 소리가 하나의 장엄한 음악처럼 다가온다. 또한 '때림의 장단에 가슴옹이 맺힌 것이 풀림으로'는 한을 풀어내는 과정으로, 다듬잇질이 단순한 노동을 넘어 내면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정화의 과정임을 암시한다. 이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겪는 삶의 고통을 위로하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 어머니 속울음이었을까 / 할머니가 운 띄우면 / 어머니 들어간다 장단가락, / 오늘따라 그 어머니 다듬잇소리 / 창자 타는 듯 그리움 / 가슴에 옹달샘으로 솟아오른다"


마지막 연에서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다듬잇소리가 감정의 고리로 연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할머니가 '운 띄우면' 어머니가 '들어간다'는 표현은, 이 소리가 단순한 리듬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정서적 교류임을 보여준다. 특히 '창자 타는 듯 그리움'이라는 표현은 강렬한 감정의 표현으로, 이 소리가 단순한 기억의 회상이나 과거의 향수가 아닌 현재의 고통과도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다듬잇소리는 단순한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서적 연대감과 고난의 상징인 것이다.


백영호의 '다듬잇소리'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서를 매우 깊이 있게 탐구하며, 그 속에서 삶의 애환과 생명력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는 다듬잇소리를 단순한 소리가 아닌, 하나의 음악적이고 정서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시인은 언어의 음악성과 이미지의 조화로움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그 소리를 직접 듣고, 그 감정을 직접 느끼게 한다. 또한, 다듬잇소리를 통해 여성들의 한과 고난을 예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한국 여성들의 역사와 문화적 경험을 섬세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주목할 만한 표현상의 특징은 언어의 생동감과 구체적 묘사이다. 각 연마다 소리의 리듬과 감정의 흐름이 잘 드러나며, 이러한 표현 기법은 독자에게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시의 주제 의식은 전통적인 삶의 모습과 그 속에 녹아있는 인간의 고통과 아름다움, 그리고 생명력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백영호의 시는 이러한 점에서 단순히 전통을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중요한 문학적 시도라 할 수 있다.


'다듬잇소리'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예술적 성취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독자에게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는 한국 문학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힘을 지닌 시라 할 수 있다.









백영호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시를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다시금 여행을 다녀온 독자입니다.

우연히 시인님의 시 '다듬잇소리'를 접하고 가슴 깊이 울림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다듬잇소리가 다시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그 감동을 담아, 그리고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며 시인님께 편지를 씁니다.


어린 시절, 저희 집도 시골 마을에 있었습니다. 집 한구석에는 어머니가 다듬잇방에 앉아 다듬잇질을 하시던 작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다듬잇소리가 나는 밤이면, 저와 형제들은 마루에 앉아 어머니의 다듬잇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톡, 탁탁탁, 톡"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는 그 자체로 우리 가족의 음악이었고, 리듬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리듬을 맞추어 다듬잇질을 할 때면, 우리는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그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곤 했습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다듬잇소리는 단순히 다듬잇방망이가 옷감을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어머니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그 소리는 어머니의 손길이 전하는 정성과 사랑,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 힘겹게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애환이 담긴 소리였습니다. 어머니는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갈 때까지 다듬잇질을 하시며, 우리 가족의 고단한 삶을 함께 다듬어 나가셨습니다. 그 다듬잇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가족을 위해 일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인내의 표현이자,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기도였습니다.


그때는 그 다듬잇소리가 왜 그리도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몰랐습니다. 어쩌면 그 소리가 우리 가족에게 주는 안도감과 평화로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다듬잇질을 할 때면 집안은 조용해졌고, 우리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의 피곤을 풀었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다듬잇질 소리가 우리를 보듬어 주는 것 같았고, 그 소리 속에서 우리는 잠에 들었습니다. 그 다듬잇소리는 우리 집의 평화와도 같았지요.


세월이 흐르고 저도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서 어머니의 다듬잇소리를 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시인님의 '다듬잇소리'를 읽는 순간, 그 다듬잇소리가 다시 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시인님께서 묘사하신 '다듬잇소리는 다듬돌과 풀 먹인 삼베 홑청, 다듬방망이와 할머니 손길이 어우러져 내는 오케스트라'라는 구절은 마치 저희 어머니의 다듬잇소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 소리는 저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어머니의 삶과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조용히 다듬잇질을 하시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셨습니다. 시인님이 말씀하신 '청아한 장단가락, 밤 이슥녘 퍼지는 때림의 장단에 가슴옹이 맺힌 것이 풀림으로'라는 구절처럼, 어머니도 그 장단에 맞추어 자신의 한과 고단함을 풀어내셨던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그저 잠을 부르는 소리였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것은 어머니의 내면의 소리, 깊은 속울음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님의 시를 통해 그 진실을 깨달은 것 같아, 다시금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시인님께서 그려주신 '어머니의 다듬잇소리'는 그리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 소리는 제 마음속 깊이 새겨진 어머니의 사랑의 음표이며, 여전히 제 가슴속에서 은은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제는 다듬잇방망이를 내려놓으셨지만, 그 다듬잇소리는 제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머니가 우리에게 남겨주신 사랑의 멜로디이기 때문입니다.


시인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시인님의 '다듬잇소리'가 제게 준 감동과 위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 시가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깨달음을 전해주리라 믿습니다. 시인님의 시 속에서 우리 전통과 정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시인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실 시를 기대하겠습니다. 시인님의 작품이 주는 울림과 여운이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ㅡ 청람 김왕식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의료대란' 의사들에게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