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장심리에도 가을이 왔어요 ㅡ 자연인 안최호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6. 2024
자연인 안최호는
나의
어릴 적
고향 친구이다.
그는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에서
비행기 추락사고 당시
죽음을 무릅쓰고 많은 인명을
구조해
세상에 조명됐던
의인이다.
■
이곳 장심리에도 가을이 왔어요
자연인 안최호
이곳 장심리 산자락에도 더위는 떠나질 않았지만
아침, 저녁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네요!
가을 햇살은 따가운데
밤송이는 영글어가니
가을은 내 앞에 다가왔나 봅니다.
푸르른 나뭇가지 서로 스치며 솔바람 불어오니 앞동네 항아리 굴뚝 연기도 한결춤을 추면서 흩어지고,
아궁이 음식은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진수성찬 밥상 꾸며,
놓으려나 뒷산 너머 걸쳐 있는 하이얀 흰구름은 누군가를 기다리게 합니다
또 하나의 기다림과 미련을 남겨 두고
장심리 중턱에서 자연인으로 살고 있는
저 또한 저 멀리에서
혹시 누가 찾아올까 기다려봅니다.
내심
아래 신작로에 신경 쓰이고, 작은 아들이 오려나 종일 기다려봐도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마음이 부모 마음 아닐까
싶네요.
명절에는 아무나 찾아오면 손님이고 그 또한 가족이 아니겠습니까?
장작불 위에 솥뚜껑 뒤집어 놓고 대충, 기름 두르고 전 부치고
고기 볶으니
옥황상제 부러울 게 없겠지요?
황금 들녘 가을
벼 누렇게 익어 가는 결실의 계절 풍성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이 글은 방송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의 '새벽을 깨우는 남자'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안최호 자연인의 산문시이다.
그가 사는 곳,
장심리 산자락에서의 삶은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바탕으로 한다. 안최호의 시는 그가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고독,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고요함과 따뜻함을 담고 있다.
이 시를 통해 자연인의 삶의 철학과 그가 느끼는 가을의 정취가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살핀다.
첫 번째 연은 "이곳 장심리 산자락에도 더위는 떠나질 않았지만 아침, 저녁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네요!"로 시작된다. 이 부분은 계절의 변화가 가져오는 미묘한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여름의 더위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아침과 저녁의 바람은 이미 가을의 기운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의 변화를 세심하게 느끼고 있는 시인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또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계절의 흐름과 더불어 삶을 느끼는 방식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연에서는 "가을 햇살은 따가운데 밤송이는 영글어가니 가을은 내 앞에 다가왔나 봅니다."라고 말한다. 가을 햇살의 따가움과 밤송이의 익어가는 모습은 상반된 이미지를 통해 계절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묘사는 가을이 완연히 찾아오기 전,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느끼는 자연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이 대목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변화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그려내고 있다.
세 번째 연에서 "푸르른 나뭇가지 서로 스치며 솔바람 불어오니 앞동네 항아리 굴뚝 연기도 한결춤을 추면서 흩어지고"라는 구절은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결합하여 자연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솔바람과 굴뚝 연기의 춤추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역동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특히, 연기가 춤을 춘다는 표현은 자연에 대한 시인의 애정과 경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네 번째 연에서는 "아궁이 음식은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진수성찬 밥상 꾸며, 놓으려나 뒷산 너머 걸쳐 있는 하이얀 흰구름은 누군가를 기다리게 합니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여기서 시인은 자연 속에서의 소박한 삶의 모습을 그리며, 동시에 고독과 기다림의 정서를 담고 있다. 아궁이에 음식을 만들고, 뒷산 너머 흰 구름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은 인간의 삶과 자연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자연 속에서의 고요함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의 소망과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
다섯 번째 연에서는 "또 하나의 기다림과 미련을 남겨 두고 장심리 중턱에서 자연인으로 살고 있는 저 또한 저 멀리에서 혹시 누가 찾아올까 기다려봅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시인은 이 구절을 통해 자연 속에서의 삶이 고독함과 기다림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 속에서 혼자 살아가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결국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는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여섯 번째 연에서는 "내심 아래 신작로에 신경 쓰이고, 작은 아들이 오려나 종일 기다려봐도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마음이 부모 마음 아닐까 싶네요."라는 구절이 이어진다. 시인은 여기서 부모의 마음, 즉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하고 있다. 아들이 올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은 무조건적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다. 이는 자연 속에서의 삶과 인간적인 정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명절에는 아무나 찾아오면 손님이고 그 또한 가족이 아니겠습니까? 장작불 위에 솥뚜껑 뒤집어 놓고 대충, 기름 두르고 전 부치고 고기 볶으니 옥황상제 부러울 게 없겠지요?"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이 부분은 자연 속에서의 소박한 삶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인으로서의 삶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아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삶의 철학을 통해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는 마음의 풍요로움을 더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요컨대, 안최호의 시는 자연 속에서의 삶의 소박함과 고독, 그리고 인간의 본연적 감정인 기다림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의 각 연마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하고, 이를 통해 자연 속에서의 삶의 가치와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의 고독과 기다림, 그리고 그 속에서 찾는 작은 행복들은 시 전체에 걸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시인의 독창적인 시적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와 그것이 인간의 내면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든다.
■
안녕하세요,
안최호 선생님.
저는 얼마 전 방송된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선생님 편을 감동 있게 본 강원도 정선에 살고 있는 시청자입니다.
처음에는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궁금한 마음으로 시청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자연과의 깊은 교감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몇 자 적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선생님의 방송을 보며,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모습은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연은 때로는 거칠고 예측할 수 없으며, 때로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런 자연 속에서 선생님께서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일상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자주 볼 수 없는 깊은 숲 속의 풍경과 선생님의 소박하고 정갈한 생활 모습은 자연이 주는 진정한 평온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기다림'이라는 주제가 제게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은 많은 시간을 기다림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산등성이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시는 모습에서 저는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스스로와 세상,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가족에 대한 선생님의 이야기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식들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면서도 평온하게 그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은 모든 이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식들이 올 것 같아도 막상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기대하고 기다리는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깊은지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명절에 찾아오는 손님 하나하나를 가족으로 맞이하신다는 그 말씀은 오늘날 바쁘고 각박한 도심 속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산속에서 사시는 모습은 단순히 도시 생활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은 삶의 근본적인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우리가 잊고 지냈던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 깨우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와 깊이를 일깨워 주시는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은 정말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방송을 보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감사히 여기시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얻은 것들, 그것이 작은 풀 한 포기이든, 맑은 공기이든, 자연의 변화이든 모두를 감사히 여기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선생님께서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저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저희들은 때로는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방송을 보며 저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과 그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변화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삶은 앞으로의 제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은 단순히 말로 전해지는 교훈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삶의 메시지를 저에게 전해주셨습니다.
그 메시지는 바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과의 조화를 다시 찾고, 소박하고 본질적인 삶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깨달음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삶의 이야기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한 시청자 올림.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