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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4. 2024

쉰 고개

청람 김왕식







                            쉰 고개




                                    시인 배선희





내리막길 잔잔한 호수
산허리를 휘감는 바람 한 가닥에
물결이 인다, 파도가 인다.

차곡차곡 올려 앉았던 낙엽들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흩날리고 있다.

이파리마다 감추어 시들어 갔던
파란 혼령들이 환생하는 날.

긴긴 세월 감기기만 했던 나이테가

일시에 풀려나 호수가 되고 파도가 되고

물줄기를 내어 용솟음치는 폭포수!
높은 만큼 물보라 꽃잎을 날려
무지개로 뜨는 쉰 고개.

사랑이라던가!
감아도 잠재워도 일시에 폭포로 쏟아져서

무지개로 뜨는 쉰 고개

쉰 고개에 올라 숨을 고르자니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먼바다!

돛단배라도 한 척 띄워야 할까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배선희 시인의 시, "쉰 고개"는 인생의 특정 시기, 특히 여성으로서의 삶의 반환점이라 할 수 있는 쉰 고개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오십이라는 나이를 넘어선 여성의 내면적 성찰과 그 감정의 파도를 표현한다.
 배선희 시인은 나이 듦과 더불어 과거의 추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그 추억 속에 감추어 두었던 감정들이 강하게 솟구치는 순간을 시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이 작품은 그가 삶 속에서 경험한 긴 시간의 그리움과 애절함, 그리고 그로 인한 내적 소용돌이를 드러내며, 쉰이라는 나이에 이르러 삶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깊이를 탐색하는 시적 탐구를 보여준다.

 시인은 "내리막길 잔잔한 호수"로 시작한다.
이는 인생의 길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잔잔한 호수는 비교적 평온한 인생의 한 시기를 나타낸다.
 "산허리를 휘감는 바람 한 가닥에 / 물결이 인다, 파도가 인다"라는 표현은 평온했던 인생의 길에 변화를 가져오는 감정의 바람을 의미한다. 이 바람은 외부의 사건일 수도 있고, 내면의 기억일 수도 있다. 바람 한 가닥이 불어오는 순간, 마음속 깊이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던 감정들이 일렁이며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는 오십이라는 나이에 이르러 과거의 추억들이 새삼 떠오르는 순간의 감정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차곡차곡 올려 앉았던 낙엽들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흩날리고 있다"라는 구절을 통해

누적된 감정들이 회오리바람처럼 강렬하게 휘몰아치며 흩날리는 모습을 그려낸다. 여기서 낙엽은 시간이 지나며 쌓여 온 기억이나 감정을 상징한다. 이파리마다 감추어 시들어 갔던 "파란 혼령들이 환생하는 날"은 시간 속에 묻혀 있던 감정들이 다시금 살아나며 현재의 감정적 폭풍을 일으키는 순간을 나타낸다. 특히 '환생'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쉰이라는 나이를 맞아 새로운 감정의 소용돌이와 만나는 순간을 강조한다.

 "긴긴 세월 감기기만 했던 나이테가 일시에 풀려나 호수가 되고 파도가 되고 물줄기를 내어 용솟음치는 폭포수!"로,

오랜 시간 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이 일시에 풀려나면서 폭발적으로 표출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나이테는 나무의 성장 과정을 나타내듯, 인간의 삶에서도 나이테는 시간의 축적과 경험의 깊이를 나타낸다. 이 나이테가 풀려나 호수와 파도, 그리고 폭포수로 변하는 것은 억눌렸던 감정들이 자유롭게 흘러나오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는 쉰이라는 나이가 단순히 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과 생각들이 해방되는 새로운 전환점임을 암시한다.

 "높은 만큼 물보라 꽃잎을 날려 / 무지개로 뜨는 쉰 고개"라는 구절은

감정의 폭발적인 표출이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쉰 고개는 단순한 나이를 넘어, 인생의 높은 고개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무지개는 그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의미하며, 이러한 감정적 경험들이 결국 인생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랑이라던가! / 감아도 잠재워도 일시에 폭포로 쏟아져서 무지개로 뜨는 쉰 고개"라는 표현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성찰한다. 오십이라는 나이에 이르러 과거의 사랑과 감정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며 무지개처럼 다시금 떠오르는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사랑이란 것이 억누르고 감춰도 결국에는 강렬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본질적 감정임을 상기시킨다.

마지막 연에서는 "쉰 고개에 올라 숨을 고르자니 /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먼바다! 돛단배라도 한 척 띄워야 할까나."로,
쉰 고개에 이른 시인이 새로운 노정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와 먼바다는 아직도 남아 있는 인생의 노정과 그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돛단배는 새로운 노정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와 결심을 나타내며, 시인은 쉰 고개를 넘어 다시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는 마음가짐을 드러낸다.

이 시의 감성적 측면과 이미지의 중요성은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 있다. 시인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시인의 가치철학은 인생의 길에서 나이 듦을 단순히 쇠락이 아닌, 내면의 풍요로움을 재발견하는 과정으로 본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배선희 시인의 "쉰 고개"는 단순한 나이의 흐름을 넘어, 인생의 깊이와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파동을 탐구하는 시적 노정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과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이 시는 내면의 감정을 솔직하게 직시하고, 그 감정의 파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를 제시하며, 삶의 풍요로움을 재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준다.






배선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 저는 얼마 전 우연히 시인님의 시 "쉰 고개"를 읽고 마음 깊이 감동을 받은 독자입니다. 그 시를 읽고 난 후 제 마음에 잔잔히 머물고 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느낀 첫 감정은 깊은 공감이었습니다. "쉰 고개"라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제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쉰이라는 나이는 저에게도 하나의 전환점이었고, 시 속에서 그 나이를 맞아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저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오십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감은 단순히 숫자의 의미를 넘어서, 삶의 길목에 서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음미하며, 남은 길을 생각하게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 시에서 묘사된 감정의 폭발적인 표현들이 저의 내면을 건드렸습니다. 저 또한 오랜 세월 동안 감추고 누르고 있었던 감정들이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리듯 쏟아져 나오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들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억눌려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지요. 시인님은 그 감정의 복잡하고 미묘한 결들을 너무나도 아름답고 솔직하게 풀어내 주셨습니다.

"무지개로 뜨는 쉰 고개"라는 구절은 저에게 강한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어쩌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는 시기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시인님의 시에서는 그 나이를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으로, 더 많은 감정과 이야기가 피어날 수 있는 시기로 그려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나이 듦이 꼭 쇠락이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있고 풍부한 삶의 경험을 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임을 시인님의 시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또한, 시를 읽는 동안 제 마음속에서 깊은 울림이 일어났습니다. 사랑, 그리움, 추억과 같은 감정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때로는 억누를 수 없는 힘으로 솟구쳐 오르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우리 모두는 다양한 감정과 추억을 쌓아가지만, 오십이라는 시기는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는 시기인 듯합니다. 그 감정을 시인님께서 "폭포수"로 비유하셨을 때, 저는 그 강렬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분출된 감정들이 무지개가 되어 떠오르는 순간을 떠올리며, 저도 제 안에 쌓인 감정들을 더 잘 바라보고, 그들을 표현하는 데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돛단배라도 한 척 띄워야 할까나"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저는 새로운 여정을 향한 시인의 의지를 보았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와 먼바다는 저에게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그 미지의 바다를 향해 돛단배를 띄우는 시인의 결단은 저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그 길 위에서 나의 감정과 기억을 품고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인님의 시가 저에게 준 감동은 단순히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저도 모르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저 자신을 더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저의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인님의 작품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처럼 인생의 반환점에 서 있는 많은 이들이 시인님의 시를 통해 삶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앞으로의 여정에도 무지개 같은 순간들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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