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4. 2024

납월매臘月梅

배선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납월매臘月梅






                                           시인 배선희






눈꽃이 나부끼는 속에
시린 얼굴을 내미는 설중매는
음력 마지막 달인 납월에 피어 *납월매臘月梅라 한다.

매화梅花는 흐드러지게 피는 것보다
한 송이 한 송이 귀한 자태를 드러내며
애타게 다가옴이 백미白眉라더니,
납월매臘月梅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려 드니
한 송이 한 송이 바깥 날씨를 가늠하면서
견딜만하면 앞서 나와 낯을 붉힌다.

혹한酷寒이 어찌 예만 있으랴!
인생살이 언마디를 풀 일인들 없으랴!
동면冬眠을 깨려는 이들, 눈시울마저 시립다.

적막강산이라 산도 절도 잠든 밤에
깨인 잠을 홀로 지새우는 납월臘月 홍매에
연가슴 내려놓고 기대고 싶다.
아는지 모르는지 가냘픈 꽃송이를 흔들어
진한 향내음으로 감싸주는 납월매臘月梅!

납월매들이 손잡고 나와 환한 미소를 지면
벌들도 매화梅花 향에 취해 비틀거릴 만 하리.







*납월매臘月梅는
납월 즉, 음력 12월에 피는 꽃으로
납월매臘月梅는 붉은색을 피기 때문에
납월홍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174종류 매화 중 납월매臘月梅는 가장 먼저 피는 매화꽃이다

납월매는 한 송이씩 피는 것이 특징이다.
날씨가 따뜻해야 피니까
잠자던 벌도 향기 찾아
잠깐 외출한다.

ㅡ 시인의 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배선희 시인은 자연을 향한 깊은 성찰과 관찰을 바탕으로 시를 통해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드러낸다.
특히 ‘납월매臘月梅’에서 그녀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피어나는 매화를 통해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인내를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매화의 생명력을 통해 인간 존재의 가치를 묵묵히 담아내며,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희망과 끈기를 일깨운다.
시의 각 행은 자연의 미묘한 변화와 인간 내면의 감정이 얽힌 아름다운 서사로, 배선희 시인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자연의 찬양을 넘어 인간의 삶과 그 과정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눈꽃이 나부끼는 속에 / 시린 얼굴을 내미는 설중매는 / 음력 마지막 달인 납월에 피어 납월매臘月梅라 한다."

이 부분은 시의 도입부로,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매화의 이미지를 그린다. ‘눈꽃’과 ‘시린 얼굴’이라는 표현을 통해 겨울의 차가움과 매화의 강인함을 대조시키며, 자연의 혹독함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매화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납월매臘月梅’라는 명칭이 음력 마지막 달에 피는 매화를 의미하는 설명은 시의 주요 테마를 제시하며, 매화의 피어남이 단순한 꽃의 개화가 아닌 인생의 완성 혹은 정점으로 이어진다는 암시를 준다.

 "매화는 흐드러지게 피는 것보다 / 한 송이 한 송이 귀한 자태를 드러내며 / 애타게 다가옴이 백미라더니, "

매화의 특성인 한 송이씩 피어나는 모습을 묘사한 이 구절은 매화의 미적 가치와 특별함을 강조한다. 흐드러지게 피는 꽃들 사이에서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매화는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백미白眉’라는 표현은 매화가 가진 특별한 우수성을 드러내며, 작가는 매화를 통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결코 대량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오히려 고독하게 존재하는 그 자체의 가치에 있음을 암시한다.

 "납월매臘月梅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려 드니 / 한 송이 한 송이 바깥 날씨를 가늠하면서 / 견딜만하면 앞서 나와 낯을 붉힌다."

혹독한 겨울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납월매의 모습은 인내와 결단을 상징한다. ‘바깥 날씨를 가늠하면서’라는 표현은 매화가 환경을 신중하게 평가한 후에 비로소 피어난다는 점에서 자연의 지혜와 섬세함을 드러내며, 이는 곧 인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매화가 ‘낯을 붉힌다’는 표현은 꽃이 피는 순간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혹한이 어찌 예만 있으랴! / 인생살이 언마디를 풀 일인들 없으랴!"

이 구절은 시인의 철학적 성찰이 담긴 부분이다. 자연의 혹한이 단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시인은 강조한다. 이는 매화가 피어나는 혹독한 겨울의 상황을 인간의 고통과 어려움에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인생에서의 고통도 결국 피어나기 위한 과정임을 말해준다. 여기서 시인은 매화의 인내와 강인함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위로를 건넨다.

 "동면을 깨려는 이들, 눈시울마저 시립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려는 동물들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묘사하는 이 구절은 자연과 인간의 고통을 동일시한다. 시인의 섬세한 감정이 드러나는 이 부분은 매화가 피어나는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고통과 희생이 따르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눈시울이 시린다는 표현은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도 강하게 피어나는 매화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인간이 겪는 고통 또한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음을 은유한다.

 "적막강산이라 산도 절도 잠든 밤에 / 깨인 잠을 홀로 지새우는 납월 홍매에 / 언가슴 내려놓고 기대고 싶다."

매화가 피어나는 고요한 겨울밤의 정경을 그린 이 구절은 시적 화자의 고독한 감정을 담고 있다.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깨어 있는 매화는 화자의 내면적 갈등과 고독을 대변하며, 매화에 기대고 싶다는 표현은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나타낸다. 이는 매화가 단순히 자연 속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깊이 연관된 상징적 존재임을 드러낸다.

 "아는지 모르는지 가냘픈 꽃송이를 흔들어 / 진한 향내음으로 감싸주는 납월매臘月梅!"

납월매가 가냘픈 꽃송이를 흔들어 향기로 감싸준다는 이 구절은 매화의 고결한 성품과 그로 인한 위로의 힘을 상징한다. 시인은 매화가 비록 연약해 보일지라도 그 속에 내재된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며, 향기라는 비물질적인 요소를 통해 자연의 위로를 표현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누는 순간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매화의 존재가 단순한 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납월매들이 손잡고 나와 환한 미소를 지면 / 벌들도 매화 향에 취해 비틀거릴 만 하리."

마지막 구절은 납월매들이 손을 잡고 웃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장면 속의 벌들마저 매화 향에 취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매화의 아름다움이 자연 전체를 감싸고 영향을 미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매화의 향에 취한 벌들의 모습은 매화의 매혹적인 힘을 나타내며, 시인은 이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이 타자에게도 감동을 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납월매臘月梅’는 단순한 자연 시가 아닌, 혹한의 겨울 속에서도 인내하고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인내와 희망을 노래한 시이다.
시인은 매화를 통해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가치를 전하며, 매화의 고독하고도 귀한 자태가 곧 인생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임을 강조한다. 표현적으로는 매화의 개화를 겨울의 차가움과 대조시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미지적으로도 매화의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나는 모습을 통해 삶의 고유성과 그 가치를 드러낸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을 투영하며, 그 과정에서 철학적 사유와 감성적 위로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배선희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배선희 시인님의 시 '납월매臘月梅'를 읽고 큰 감동을 받은 한 독자입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도 매화를 사랑해 왔지만, 시인님의 '납월매臘月梅'를 접한 이후로 제가 매화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감정이 한층 더 깊어지고,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매화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를 통해 시인님께 저의 경외심을 담아 몇 마디 전하고자 합니다.

시인님께서 그려내신 매화의 모습은 단순한 자연의 경치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인내와 고독,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아우르는 생명력의 찬미라고 느꼈습니다. 눈보라 속에서도 당당히 얼굴을 내미는 설중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인생의 가장 혹독한 순간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빛처럼 다가왔습니다. 매화가 혹한의 겨울을 견디며 피어나는 과정은 인간의 삶과 닮아 있음을 시인님께서 설중매의 모습에 담아내셨다는 점에서, 저는 시인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느낍니다.

‘매화는 흐드러지게 피는 것보다 한 송이 한 송이 귀한 자태를 드러내며 애타게 다가옴이 백미라더니’라는 구절에서 저는 매화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화려하게 피어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반면, 매화는 그 속도와 방식이 다릅니다. 하나의 꽃이 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 송이 한 송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이는 곧 매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중요한 삶의 교훈처럼 다가옵니다. 화려하고 빠르게 이루어지는 성공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저는 시인님의 시를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납월매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려 드니 한 송이 한 송이 바깥 날씨를 가늠하면서 견딜만하면 앞서 나와 낯을 붉힌다’는 구절은 매화의 고요한 용기와 신중함을 보여줍니다. 매화는 날씨를 가늠하며 자신이 피어날 때를 기다립니다. 이처럼 매화는 자신의 순간을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구절을 읽으며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때를 알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인님께서는 매화의 섬세함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본질적인 지혜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혹한이 어찌 여기만 있으랴! 인생살이 언 마디를 풀 일인들 없으랴!’라는 시구에서는 시인님의 깊은 통찰력이 느껴졌습니다. 자연의 혹한을 인간 삶의 고난에 비유하시며, 매화가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 역시 고통 속에서도 꽃을 피워야 한다는 메시지가 저에게는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과 시련을 겪습니다. 그러나 그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인내와 강인함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시인님께서는 매화를 통해 우리에게 일깨워주셨습니다. 시인의 이러한 통찰은 단순한 자연 시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사유로 확장됩니다.

납월매가 밤의 고요 속에서 홀로 피어나는 장면을 묘사한 구절은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고독하게 피어나는 매화의 모습은 인간 내면의 고독과 겹쳐져, 더없이 깊고 고요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처럼 시인님의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투영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저 역시 삶의 많은 순간들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과 고독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매화처럼 자신을 믿고 인내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인님께서는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지혜를 끊임없이 전하고 계십니다.

특히 매화의 향기에 취한 벌들의 모습을 묘사한 마지막 구절에서는 매화의 향기와 아름다움이 주변 생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자연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하며, 나아가 인간 사회에서도 우리의 행동과 마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시인님께서 매화를 통해 보여주신 자연의 조화로움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력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시인님의 '납월매'는 매화라는 작은 꽃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자연과 인간의 깊은 교감을 노래하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시인님이 가진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 속에서 인간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탐구 정신에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시인님께서 표현하신 매화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예술이자 철학이었으며,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겪는 고통과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선희 시인님의 '납월매'를 통해 저는 매화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그 속에 담긴 생명력과 지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시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을 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시인님께서 앞으로도 아름다운 시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ㅡ 청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