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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도 인격이 있다

성악가 유미자 교수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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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도 인격이 있다





청람 김왕식





세계적인 소프라노 유미자 교수의 이 말은 단순히 귀에 들리는 소리에 대한 정의를 넘어, 소리를 살아있는 존재로 바라보게 만드는 신선한 통찰을 제공한다.
유 교수는 소리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여겼고, 그 소리가 지닌 힘과 의미를 발견하고 존중하는 과정을 평생 동안 실천해 왔다.
이 철학은 성악뿐만 아니라 소리를 다루는 모든 예술가, 나아가 소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소리를 접한다. 바람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음악 소리, 심지어 도시의 소음까지 모든 것이 소리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소리들을 단지 배경음처럼 흘려보낸다. 우리는 소리를 단순히 감각적으로만 받아들이고, 그 소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유미자 성악가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소리에 대한 불경'이라고 지적한다.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의미와 감정을 담고 있으며, 나름의 자리가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소리를 그저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상호작용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유미자 성악가가 말하는 '소리를 대접하여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말은 소리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유 교수는 소리가 우리와 상호작용하며, 소리도 하나의 인격체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자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과 같다. 소리를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단순히 음정을 맞추고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소리가 지닌 감정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는 물리적인 음파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유미자 성악가의 철학에서는 소리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선다. 소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며, 그 안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인격과 감정이 담긴다.
유미자 교수는 "소리가 내 몸의 일부라고 함부로 다루지 말라"라고 말했다. 이 말은 소리가 단순히 내가 내는 것, 혹은 내가 조작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소리는 우리의 일부일 수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독립된 인격체로 존재한다. 우리가 소리를 존중하고 그 소리에 합당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소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성악가가 무대에서 발하는 소리는 그저 훈련된 기술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평생을 바쳐 온 소리와의 대화, 소리에 대한 존경의 결실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 동안 단련되고, 자신만의 소리를 찾기 위한 끝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소리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인격과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소리를 함부로 다룰 수 없다. 마치 한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대할 수 없듯이 말이다.

특히, 성악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 철학은 매우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많은 학생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성대 결절 같은 문제를 겪는다. 이는 그들이 소리를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접근하고, 소리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소리는 단지 발성 기관을 통해 나오는 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와 교감하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소리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미자 교수의 말처럼, 소리를 잘 다루기 위해선 소리의 자리를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성악가로서 목소리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그 목소리가 지닌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소리를 대하는 방식은 악기를 다루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오케스트라를 생각해 보자. 각 악기 소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조화를 이룬다. 바이올린 소리가 플루트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고, 첼로 소리가 트럼펫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각 악기는 그 악기만의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소리를 잘 다룬다는 것은 그 소리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위치를 넘어, 소리가 가진 의미와 감정, 그리고 그 소리가 빚어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존중하고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소리에 대한 철학은 우리가 소리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는 소리를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리와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소리가 지닌 감정과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소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소리의 본질을 탐구하며, 그 소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깊이 있게 느껴야 한다. 소리는 사람마다 다르게 울리고,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소리와의 대화는 개개인의 고유한 경험이 된다.

잘 다뤄진 소리는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목소리나 음악을 듣고 감동을 느끼고, 그 소리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경험을 한다. 그것은 그 소리가 제대로 다루어졌고, 그 자리에 제대로 앉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소리가 가진 인격과 자리를 잘 이해했을 때 가능하다. 소리를 존중하고, 그 소리가 지닌 힘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소리와 하나가 될 수 있다.

결국, 유미자 성악가의 철학은 소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유 교수는 소리를 단순히 기술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인격체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소리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우리가 소리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 소리가 지닌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길을 열어준다. 우리는 소리를 통해 소리의 인격과 대화하고, 그 소리가 지닌 고유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소리의 본질을 이해하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소리에도 인격이 있다.
이 말은 이제 단순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소리를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소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 우리에게 더 깊은 의미와 감동을 전달할 것이다. 소리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소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소리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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