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담고 가을이 익어가는
안최호 작가와 김왕식 평론가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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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담고 가을이 익어가는
안최호
긴 연휴가 끝나고 추석이 지나니 설거지하는 것도 즐겁다.
추석 전 작은아들이 올까 신경 쓰며 기다리던 중, 그가 여자친구와 함께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정성껏 만든 송편과 고추전, 들깨잎 전이 한가위 속에서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채반에 가득한 기름 냄새뿐이다.
모두 떠나고 툇마루에 놓인 송편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어젯밤 보름달은 예비 며느리 얼굴처럼 환하게 빛났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은 그 순간 더없이 행복했다.
이제 솥뚜껑의 기름 냄새도, 타오르던 굴뚝 연기도 사라졌다. 내년을 기약하며, 기울어가는 달을 바라보며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익어가는 가을벼도 고개를 숙이며 가을바람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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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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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최호의 글 "추석을 담고 가을이 익어가는"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전통적인 한국 명절 추석의 따뜻한 풍경, 그리고 그 안에 깃든 가족의 의미를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추석이라는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배경 속에서 풀어내며, 명절 후의 여운과 함께 깊어지는 가을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글 전체를 통해 작가의 삶의 철학과 가치가 드러나며, 이는 자연과 가족에 대한 깊은 존중,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이 글은 추석이라는 한국적 전통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상황은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띤다. 특히 작은아들이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기쁨과 설렘, 가족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미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곱게 빚어낸 송편과 고소한 전이 가득한 한가위의 풍성한 모습은 독자에게 따뜻함을 전달하며, 명절 후 남겨진 음식과 온기의 사라짐은 시간이 흘러가며 변화하는 인생의 단면을 암시한다. 이러한 변화는 추석과 함께 찾아온 가을의 성숙함으로 이어지며, 이는 작가가 자연과 인간의 시간의 흐름을 깊이 성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예비 며느리감 얼굴이 담긴 보름달"이라는 표현은 밝고 둥근달을 통해 가족의 결속과 사랑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작용한다. 둥근달이 유난히 밝다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자연 현상으로서의 달을 넘어, 가족의 화합과 기쁨, 그리고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자연 현상과 인간의 감정, 경험을 엮어내는 작가의 글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전달한다.
또한, 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다림의 테마는 작가의 철학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작은아들을 기다리고, 떠난 후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기다리는 장면은 일상 속에서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그리움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이는 우리 삶의 많은 순간들이 기다림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기다림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작가의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추석을 단순히 명절 이상의 경험으로 승화시키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순환을 연결하는 철학적 성찰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벼"와 같은 자연의 모습은 작가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나타낸다. 익어가는 벼가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자연의 질서와 순리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작가의 경외심을 담고 있다. 특히,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함께 흘러가며, 그 속에서 작가는 내일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을 다잡는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성찰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안최호의 글은 추석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작가의 철학적 가치가 담긴 서정적인 작품이다.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명절 후의 여운, 그리고 삶의 소소한 행복을 성찰하는 이 글은 삶의 본질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