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어머니, 한국의 어머니

청람 김왕식











나의 어머니, 한국의 어머니






열네 살, 아직 어린 소녀였던 어머니는 선택의 여지없이 운명처럼 시집을 가게 되었다. 그 당시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부모의 뜻에 따라 어머니는 한 가정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었으며, 곧 일곱 남매의 어머니가 되었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마다 어머니의 삶은 점점 더 바빠졌다.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을 살뜰히 챙기느라 계절이 바뀌는 것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어머니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남편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어머니는 홀로 일곱 남매를 키워야 했다. 하루하루는 눈물과 함께 시작되고 끝났다. 그래도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며, 그들의 미래를 위해 밤낮없이 일해야 했다.

봄이 오면 어머니는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고, 메주를 띄워 장을 담갔다. 가을에는 땡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고, 배추를 절여 김장을 하며 겨울 준비에 나섰다. 호박과 무를 말려두고, 생선과 육포, 유밀과 같은 먹거리를 정성껏 만들어 다락에 쌓아두었다. 어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고, 모든 것은 가족을 위해 준비되었다.

살림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찼지만, 어머니는 그 외에도 할 일이 많았다. 찹쌀을 쪄 술을 담그고, 술이 익으면 가장 먼저 제사에 쓸 술을 준비했다. 시아버지께 드릴 맑은 술도 정성스럽게 떠내고, 막걸리를 만들어 일꾼들에게 새참으로 내보냈다. 술을 내리기 위한 소주도 빠뜨리지 않고 준비해야 했다. 집안일과 제사 준비, 자식들을 돌보는 일까지 어머니는 쉴 틈이 없었다.

전쟁이 터지면서 피난 온 친척들이 집에 몰려들었다. 갑자기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 집에 모이게 되면서, 어머니의 일은 배로 늘었다. 좁은 부엌에서 보리쌀을 찧어 밥을 짓고, 하루에 두세 차례씩 차려내는 식사를 준비했다. 늦은 밤까지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피곤에 절어 몸을 겨우 가눌 수 있을 정도였다.

어머니의 손은 항상 바늘을 잡고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자식들의 옷을 꿰매야 했다. 때로는 바늘 끝이 손톱 밑을 파고들어 피가 솟아났지만, 어머니는 이를 악물고 바느질을 계속했다. 자식들의 옷은 대강 꿰매도 괜찮았지만, 시아버지의 옷은 그럴 수 없었다. 공들여 꿰매도 시어머니의 눈에는 늘 부족해 보였다. 시집살이의 고단함이 그렇게 어머니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만들었다.

밤이 깊어 집안이 조용해지면, 자식들이 아랫목에서 윗목까지 꽉 차서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불깃을 여미며 막내를 안아 요강에 쉬를 시켰다. 그 과정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런 한숨조차 사치였다. 쉬를 시키고 나면 다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남편이 떠난 후에도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셔야 했다. 학식 높고 점잖은 시아버지의 사랑방에는 끊임없이 손님들이 드나들었고, 그들을 대접하는 일도 어머니의 몫이었다. 게다가 사대봉사의 제사, 정월 한식, 단오, 추석 차례상까지 챙겨야 했다. 매년 여덟 번씩 치러야 할 제사 준비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시어머니는 여전히 상전 같았고, 어머니는 홀로 그 모든 일을 감당해 냈다.

어머니는 큰아들이 장가를 가면, 그토록 고단했던 삶이 조금은 편해지리라 기대했다. 시간이 지나도 어머니의 신세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가고, 어머니는 가끔 죽음이 이 모든 고생의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생각마저도 어머니에게는 쉽지 않은 미련이었다.

자식들이 성장해 각자의 짝을 찾아 살림을 차리고 떠나면서, 어머니는 빈집에 홀로 남게 되었다. 어머니의 작은 소망은 자식들과 함께 오순도순 여생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 소원조차 이루기 어려워 보였다. 명절이 되면 자식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찾아오곤 했지만, 손주들이 금세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쌓였다.

어머니는 늘 자식들 생각뿐이었다. 자식들을 위해 손톱이 닳도록 일했지만, 노년이 되어 효도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여겼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자식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100세에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서야, 어머니는 이제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북망산에 묻힐 채비를 위해, 어머니는 손수 자신의 수의를 지었다. 그 순간에도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자식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세월이 무심히 흘러가는 동안, 어머니는 그저 자식들이 잘되기를 빌며 평생을 보냈다.

"나 죽거든 울지 마라." 어머니의 마지막 당부에는 인생의 무상함과 고단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평생을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그 고단한 노정을 마무리하고 조용히 삶을 마감하려고 했다. 마지막 순간에도 어머니는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며, 흔적 없이 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남겼다.





작가님께,




안녕하세요.

먼저, 이 글을 읽으며 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하는 감정을 느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어머니의 삶을 이렇게 진솔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글은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저에게 단순히 한 여인의 삶을 넘어, 한국의 수많은 어머니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제 어머니, 그리고 그 위 세대 어머니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삶은 언제나 자식과 가족을 위해 헌신적이었고, 자신의 고통을 숨기며 묵묵히 감내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슴 아프고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집을 가야 했던 어머니, 부모의 뜻에 따라 남편의 아내가 되고, 시댁의 며느리가 되어 가정을 일구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시대를 초월하여 한 여성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처한 환경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은 존경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글을 읽으며 특히나 가슴 아팠던 부분은 남편을 잃고 일곱 남매를 홀로 키워야 했던 어머니의 삶이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삶이었더라도, 자신의 슬픔을 드러낼 겨를도 없이 자식들을 위해 끝없이 일해야 했던 어머니의 모습은 그저 참담한 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식들을 챙기며 그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모습은 진정한 사랑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고, 김장을 하고,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한 세대가 이어져 내려오던 전통적인 어머니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가족을 위한 것이었고, 가족을 먹이고 입히는 일뿐 아니라 그 안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특히 어머니가 홀로 모든 가사 일을 도맡으며 시댁 식구들, 심지어 전쟁 피난민들까지 보살폈던 부분에서는 어머니의 고통이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자식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던 어머니의 사랑이 참으로 위대하고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세월이 지나도 어머니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큰아들이 장가를 가면 삶이 좀 더 나아지리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고, 결국 자식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빈집에 홀로 남게 된 어머니의 모습은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들일 것입니다. 자식들이 자라서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바쁜 삶 속에서 부모님을 돌볼 여유를 잃게 되는 상황은, 이 글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가슴 깊이 와닿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손수 수의를 지어 장롱에 넣었다는 대목에서 저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평생을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가 이제 마지막 순간조차도 조용히 준비하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은 참으로 애잔하면서도 고결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당부, "나 죽거든 울지 마라"라는 말속에는 어머니가 평생 감내해 온 삶의 무게와 자식들에게조차 그 무게를 지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 그려내신 어머니의 이야기는 단순한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자, 어쩌면 수많은 이 시대의 어머니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모습, 그리고 그 고된 삶 속에서조차 끝까지 사랑으로 자식들을 돌본 모습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저는 어머니의 삶과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고, 돌아가신 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떠올렸습니다. 작가님께서 그려주신 이 이야기가 저와 같은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주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무게와 사랑을 다시금 일깨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감동적이고 진솔한 글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ㅡ 청람 김왕식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외로운 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