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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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심리 가을
안최호
깊어가는 가을, 낙엽은 소리 없이 떨어져 산을 덮어가고 있었다. 장심리 산속에 자리 잡은 그곳, 나 홀로 세월과 마주하며 가을의 시간을 담아낸다. 이곳에 머물며 자연의 속삭임을 듣고, 바람에 실려오는 가을의 향기를 맡으며 산중턱까지 새벽을 깨우며 달려온 어느 날이었다.
산속에서 가을은 더욱 진하게 스며들었다.
가지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낙엽들은 노랗게, 또 빨갛게 물들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그대로 가지에 머물러 있으면 좋으련만, 바람 한 점에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바닥에 수북이 쌓여갔다. 떨어진 낙엽을 보며 나는 처음엔 그저 자연의 순리라 여겼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낙엽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가는 흔적이었다.
산비탈이 붉게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점점 깊어지는 가을을 느끼며 산길을 걷는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소복이 쌓인 낙엽들이 마치 나의 나이를 말해주듯 한없이 떨어져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수많은 시간이 흘러 나뭇가지에서 땅으로 떨어진 낙엽처럼, 내 인생의 순간들도 하나둘 땅에 내려앉았다. 낙엽은 바람에 쓸려 굴러가고, 그 쓸쓸한 흔적은 바로 세월이 굴러가는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앞산의 단풍은 붉은 물결로 가득했고, 그 속에 스며드는 가을의 향기는 더욱 깊었다. 잎사귀가 붉게 물드는 사이사이로, 앞산의 풍경을 흰빛으로 덮는 운무는 소리 없이 흘러갔다. 세상은 고요했고, 시간은 잔잔한 속도로 흘렀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쓸쓸함은 어쩔 수 없이 가슴에 맺혔다. 단풍이 아름답게 빛나고, 운무가 흩어지며 펼쳐지는 이 가을 풍경 속에서도 나는 왠지 모를 고독과 함께했다.
어느 날, 저 멀리 산 너머에서 한 친구가 찾아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황혼의 삶을 함께 나눌 그 친구는 언제 이곳에 도착할까. 고요한 산속에서 홀로 지내며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내 세월을 떠올려 본다. 기다림은 언제나 긴 법이지만, 가을이 깊어갈수록 그 기다림은 더욱 진해졌다. 운무와 단풍,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내 인생도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없이 굴러가고 흘러가는 세월은, 기다림의 끝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친구는 결국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내 안에 남은 세월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낙엽이 떨어져 쌓이듯, 인생의 한 조각 한 조각이 내 마음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산의 단풍이 붉게 물드는 이 가을, 모든 것이 소리 없이 흘러가고, 운무마저 한없이 흩어지는 이 풍경 속에서 나는 내 남은 세월을 다시금 띄워 본다. 과거를 밟으며, 미래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곳 장심리 산속에서 또 한 번의 가을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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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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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가을의 깊은 서정 속에서 인생의 무상함과 세월의 흐름을 그려내는 담담한 묘사가 돋보이는 산문이다. 장심리 산속에서 가을의 시간을 홀로 보내며, 자연의 변화와 함께 자신의 삶과 세월을 성찰하는 저자의 시선은 섬세하면서도 철학적이다. 글의 중심에는 '낙엽'이 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자연의 순환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의 흔적을 발견하는 과정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넘어 인생의 깊이와 그리움을 아우르고 있다.
작가는 산속에서 가을의 향기를 마음껏 느끼며, 나뭇가지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는 낙엽들을 바라본다. 그 낙엽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여기서 저자는 잠시 낙엽들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다. 이는 삶의 한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은 인간의 마음과도 닿아 있다.
낙엽은 바람에 휘날려 결국 떨어지고 만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연의 순리, 즉 무상함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결국 흘러가고 떨어진다는 삶의 이치가 낙엽을 통해 투영되어 있다. 작가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세월이 흘러감을 깨닫는 순간, 이 글은 단순한 자연 관찰에서 깊은 인생 성찰로 확장된다.
글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다림’과 ‘흐름’의 테마는 작가의 철학을 잘 담고 있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며, 그 기다림 속에서 세월은 쉼 없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친구를 기다리는 저자의 모습은 단순히 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은유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 기다림은 인생의 목적을 찾는 과정이자,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순간으로 연결된다. 가을 산속에서 홀로 자연과 동화되어 있는 저자의 모습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구도자와 같다.
또한 글 곳곳에서 ‘낙엽’, ‘바람’, ‘운무’와 같은 자연적 요소들이 인생의 모습과 조화를 이루며 비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낙엽은 작가에게 세월의 상징이며, 바람은 변화와 이별을 의미한다. 운무는 덧없이 흩어지고 흘러가는 삶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렇듯 자연 속의 작은 변화들을 삶에 빗대어 표현하는 저자의 문체는 감각적이고 깊다.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적 가치와 인생의 무상함을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낸다.
또한 안최호 작가의 가치관은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서의 삶의 성찰’로 요약할 수 있다. 산속에서 홀로 지내며 자연을 온전히 느끼는 행위는 작가에게 일종의 수행과도 같다. 고독 속에서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는 과정은 작가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월의 흐름을 거부하거나 붙잡으려 하기보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려는 태도는 글 전반에 걸쳐 느껴진다. 이는 곧 ‘자연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며, 그 흐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철학으로 나타난다.
글의 말미에서 안 작가는 산 너머에서 찾아올 친구를 기다린다.
그 친구는 언제 올지 모르고,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기다림 속에서 자신의 세월을 떠올리고, 그 기다림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 부분은 인생의 불확실성과 기다림의 아이러니를 잘 담아낸다. 기다림은 곧 삶의 한 부분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세월과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기다림의 끝이 반드시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인생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인식이 담겨 있다.
이 글은 인생의 흐름과 무상함을 자연의 모습 속에서 발견하며,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사색한다. 작가는 고요한 산속에서 홀로 자연을 느끼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순간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의 색채, 떨어지는 낙엽, 바람에 흩어지는 운무 속에서 저자는 인생의 덧없음과 그 안에서의 기다림의 의미를 찾아낸다. 자연의 한 조각 한 조각을 통해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해 가는 모습은 고요하고도 깊다. 이는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 쉽게 놓치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의 철학이자,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가을 산속의 낙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며, 그 속에서 인생의 흐름과 무상함을 담담하게 성찰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가고, 기다림이 반복되며, 그 속에서 우리의 인생은 자연스럽게 완성되어 간다는 작가의 가치와 철학이 아름다운 문장 속에 녹아 있다. 자연과 인생의 조화로움을 깊이 느끼며, 그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받아들이는 성찰의 여정이 담긴 글로서,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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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최호 작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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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정취를 담아낸 글을 읽고, 마치 깊은 산속에서 홀로 가을을 맞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연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흐름이 마치 제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장심리 산속에서 홀로 가을을 맞이하며 낙엽의 무상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주신 글을 읽으며, 저도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그 산속의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인생을 성찰하고 그 속에서 세월의 흐름을 발견하는 작가님의 시선이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서글픈 계절이지만, 그만큼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가을의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담아내신 작가님의 글을 통해 저도 자연과 함께 제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낙엽은 그저 자연의 변화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작가님께서 묘사하신 낙엽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가 결국 바람에 흩날려 땅에 떨어지는 낙엽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한 순간을 영원히 머물게 할 수 없고, 결국 흘러가 버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낙엽처럼 땅에 떨어져 쌓이게 되는 것이라는 작가님의 성찰이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이 가을이 지나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시간도 결국은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글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니 더욱 뭉클했습니다.
또한 친구를 기다리는 작가님의 모습은, 어쩌면 삶 속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삶은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이고, 그 기다림은 때로는 희망과 기대를 품게 하지만, 때로는 불확실하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친구가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그 기다림 자체가 작가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 것처럼, 우리도 그런 기다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무가 흘러가는 풍경과 붉게 물든 단풍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님의 고독감은 이 가을의 쓸쓸함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독은 단순히 외로운 감정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사해 준다고 느꼈습니다. 작가님께서 가을 산속에서 홀로 지내며 자연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소중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살아가는 저에게, 작가님의 글은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 닿는 울림이었습니다.
특히 산을 걷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는 작가님의 모습은, 저에게도 공감의 순간을 주었습니다. 저 역시 인생의 길을 걸어오며 겪었던 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도 모르게 흘려보낸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쌓여가는 낙엽처럼 쌓여온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갔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기도 하고 잃기도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것이야말로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앞산의 단풍이 붉게 물들고, 운무가 소리 없이 흘러가는 모습은 마치 우리의 인생에서 느껴지는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세월의 흔적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흘러가고, 낙엽이 떨어지듯 우리의 인생도 결국은 어디론가 흘러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자연의 모습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작가님의 글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안최호 작가님의 글을 읽고 저도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의 소리와 향기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고요한 가을 산속에서 낙엽의 소리를 듣고,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며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자연 속에서 세월의 흐름과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며, 그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작가님의 모습을 닮아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읽는 내내 제 마음속에 머물렀던 감정은 '감사'입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아름다움, 그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순간, 그리고 기다림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를 글을 통해 전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글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닌,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철학을 담고 있었고, 그 울림은 저에게 큰 깨달음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계속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써주시기를 바라며, 작가님의 가을 산속에서의 시간이 고요하고 평화로우시길 기원합니다.
가을의 향기와 함께,
독자로부터.
ㅡ 청람 김왕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