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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완성은 이별

수필가 김왕식







사랑의 완성은 이별






사랑은 네모난 수레바퀴로 시작한다. 날카로운 모서리마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며 돌아가는 그 시작은 어설프고 미숙하다. 서로의 모난 부분에 부딪히고 상처를 입히면서도, 우리는 그 수레바퀴를 함께 굴린다. 조금씩 닮아가는 과정, 그것은 사랑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일이다.

처음엔 둥글지 못한 수레바퀴처럼 덜컹거린다. 닿을 때마다 모서리에 베이고 상처를 입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둥근 모양을 닮아가고 원에 가까워진다. 사랑은 이렇게 서로를 조금씩 맞추어가면서 완벽한 원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두 사람이 함께 모든 길을 걸으며 부드럽게 굴러가는 완벽한 수레바퀴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완벽한 원이 되었을 때, 사랑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둥글게 다듬어지고 닮아간 두 사람은 축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더 이상 모서리에 부딪힐 일 없는 부드러운 원이 되었지만, 그 완벽함 속에서 어딘가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새로운 길, 새로운 여정을 향해 수레바퀴는 각자의 방향을 잡는다. 사랑은 원이 완성되는 순간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가며, 각자의 삶을 위해 새로운 모험을 꿈꾼다.

이별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고요한 준비다. 완벽한 수레바퀴가 된 이후에 오는 이별은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여정의 문을 열어준다. 그래서 이별은 사랑의 노정에서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다. 사랑의 끝은 사랑의 소멸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우리가 사랑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맞이하는 용기, 그리고 그 여정에서 피어날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랑은 네모난 시작과 원형의 고독을 오가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이다. 처음엔 네모난 수레바퀴처럼 서투르고 불완전하다. 그러나 함께 굴러가다 보면 원형의 형태를 닮아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고 배려하며 사랑은 성숙해진다. 그리하여 완벽한 원이 되었을 때, 사랑은 오히려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선다. 서로 다른 길에서 또 다른 사랑을 피우고, 그 사랑은 다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낸다. 이는 결코 멈추지 않는 여정이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변하고, 계속된다는 것을. 한 사람이 한 시점에서 경험하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별의 순간에도 우리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이별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은 끝없이 굴러가는 수레바퀴다. 네모난 모서리가 닳아 둥글게 다듬어지고, 완벽한 원이 되었을 때 또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 모양은 계속해서 변모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은 계속해서 다른 모양으로 피어날 것이며, 우리 또한 그 사랑의 여정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마침내 깨닫게 된다. 사랑은 완벽한 모양이 아니라, 그 모양을 찾아가는 과정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네모난 시작, 원형의 고독, 그리고 그 사이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과 경험들은 모두 사랑의 일부다. 그것들은 우리를 더 성숙하게 만들고,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해 준다.

완벽한 원을 이루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수레바퀴가 계속해서 굴러가는 것이다. 서로의 모난 부분을 닮아가며 조금씩 둥글게 다듬어지고, 그 과정에서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는 것. 사랑은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하며 계속된다. 우리는 그 사랑의 여정에서 또 다른 사랑을 만나고, 다시 꽃을 피워내며 살아간다.

결국,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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