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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ㅡ 시인 안혜초

안혜초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고백



시인 안혜초





이제 나이 팔순이
넘었음에도 나는
아직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내가
내가 바라는 시인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입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안혜초 시인은 평생에 걸쳐 깊은 성찰과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글을 써왔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이르러 시인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삶과 시에 대한 미완의 상태를 고백한다. 그의 작품은 겸손한 시선과 진솔한 언어를 통해 인생의 여정을 성찰하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이 시 '고백'에서는 삶의 성숙함과 성찰이 하나로 어우러져 자신의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안혜초의 시 세계는 스스로에 대한 높은 기대와 그에 도달하지 못한 자아를 마주하며, 진정한 성숙과 시인의 이상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를 담고 있다.

"이제 나이 팔순이 / 넘었음에도 나는 / 아직 내가 바라는 어른이 /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의 첫 연은 시인의 연륜을 드러내며 시작된다. 팔순을 넘긴 시인은 나이에 걸맞은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어른이란 단순한 나이의 개념이 아니다. 시인이 바라본 ‘어른’은 삶의 지혜와 성숙함을 두루 갖춘, 이상적 자아를 뜻한다. 시인은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그 이상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고백을 통해, 나이와 성숙함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 인간의 불완전함과 자신에 대한 겸손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삶의 긴 여정을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성찰과 성숙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내가 바라는 내가 / 내가 바라는 시인이 /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의 두 번째 연에서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백한다. 단순한 자신이 아닌, ‘바라는 나’와 ‘바라는 시인’이 되지 못했다는 시인의 자기 인식이 드러난다. 이는 시인이 지향하는 삶과 시의 방향에 대한 이상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으로,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목표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다. 또한 시인이 바라는 시인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그 이상의 자아를 추구하는 시인의 이상적 자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자기 부정과 성찰은 시의 주제 의식을 한층 깊게 만드는 동시에, 시인 자신의 끝없는 성장 의지와 자기 탐색을 보여준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도 / 숨기고 싶은 비밀입니다"

마지막 연은 시인의 깊은 내면을 드러낸다. 스스로도 숨기고 싶은 비밀은 앞서 고백한 ‘불완전한 자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바라던 어른이자 시인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시인에게도 고통스러운 진실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 비밀의 고백은 오히려 시인의 용기를 드러낸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진솔하게 드러냄으로써 시인은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이는 안혜초 시인의 글쓰기 태도와 철학을 잘 보여주며, 삶의 진실을 마주하는 데 있어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시인의 용감함을 드러낸다.

이 시는 단순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 속에 깊은 감성과 이미지가 담겨 있다. 각 연의 표현은 시인이 처한 삶의 위치와 내면의 고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의 전체적인 흐름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특히 '어른'과 '시인'에 대한 추상적인 이미지는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또한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는 표현은 시인의 내면의 고뇌와 상처를 은유적으로 드러내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이미지의 활용은 시의 정서적 깊이를 더하며, 시인의 고백이 단순한 진술이 아닌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느껴지도록 만든다.

안혜초 시인은 자신이 원하는 삶과 시인의 모습에 도달하지 못한 불완전함을 고백하면서도, 그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한다. 이는 시인이 가진 삶에 대한 태도와 철학이 진솔함과 성찰에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듦에 따라 완성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시인의 자세는 고백의 시어를 통해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시인은 자신이 바라는 어른이자 시인이 되기 위한 여정 속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오히려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삶과 시에 대한 시인의 철학이 그 깊이와 함께 겸손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시 '고백'은 시인이 삶의 노정을 통해 성찰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안혜초 시인은 팔순이 넘었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이 시는 간결하고 담백한 언어로 이루어졌지만, 그 속에 삶에 대한 깊은 철학과 고뇌가 담겨 있다. 또한 표현상의 간결함과 이미지의 사용은 시인의 심정을 더욱 섬세하게 드러내며, 독자로 삶의 깊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자신이 바라는 자아에 도달하지 못한 시인의 고백은 오히려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따뜻한 수용이자, 끊임없이 성숙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로 느껴진다. 삶과 시의 완성은 정해진 목표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며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노정임을 이 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고백'은 안혜초 시인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시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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