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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9. 2024

유숙희 시인의 '그 얼굴 그 미소'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그 얼굴 그 미소

                     


                                               시인 유숙희





3년 전에 홀로 된
이웃집 아저씨가
터지고 해진 바지
3개를 들고
가게에 들어선다

빨리 고쳐달라
잘 손 봐 달라
싸게 해 달라
보챔이 어린아이 같다

사흘 후 요구대로
닷새 걸릴 걸
이틀 빠르게
흠집들 감쪽 같이
또한.

싸게 해 드렸다

얼굴 전체로 말하는
크게 흡족함이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 상처 후 처음 보는
환한 저 웃음

나는
옷 만지는 여자
오늘은
이웃집 홀아비
차가운 가슴을
내 순한 솜씨로
살짝  뎁혔더니
내 가슴까지
따뜻해져 옴은 왜일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참 따뜻한 시다.
유숙희 시인의 고운 성품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다.
유숙희 시인의 삶을 통해 이 시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녀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감정들과 인간미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려는 시적 자세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숙희 시인은 주변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세심히 관찰하여 평범한 사건 속에서도 깊은 정서를 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이는 시인이 타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자 하는 애정 어린 시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 '그 얼굴 그 미소' 또한 이웃집 홀아비의 삶과 그 안에 자리한 고독함을 섬세히 다루며, 이웃과의 소소한 교감 속에서 발견되는 기쁨과 따스함을 표현한다.

첫 연에서 "3년 전에 홀로 된 이웃집 아저씨"라는 구절은 아저씨의 과거 상처와 현재의 쓸쓸함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며, 시인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어지는 "터지고 해진 바지 3개를 들고"는 그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삶을 영위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시인이 그의 삶에 깃든 현실을 소중히 포착하고 있다.

"빨리 고쳐달라, 잘 손 봐 달라, 싸게 해 달라"는 반복되는 요청의 어투가 마치 어린아이의 보챔을 연상시키며, 홀로 된 그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상처와 결핍을 암시한다. 이는 독자로  아저씨의 상처받은 마음을 애틋하게 느끼게 하며, 시인이 전하려는 인간적인 교감의 시작을 알린다.

다음 연에서는 아저씨의 요구대로 "이틀 빠르게" 옷을 수선해 주며, 시적 화자는 자신의 정성을 담아 그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시인의 따뜻한 손길이 그에게 닿아 그동안 잊고 있던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얼굴 전체로 말하는 크게 흡족함"과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은 아저씨가 오래간만에 경험하는 순수한 기쁨을 묘사하며, 시적 화자는 이를 통해 아저씨가 그동안 누리지 못한 따뜻함과 위로를 전해 받았음을 암시한다. 이는 단순히 수선된 옷이 아닌, 시인의 마음과 배려가 아저씨의 상처받은 마음을 덮어준 순간을 표현한다.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이웃집 홀아비의 차가운 가슴을 내 순한 솜씨로 살짝 뎁혔다"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행위가 아저씨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따뜻함을 가져다줌을 강조한다. 이는 물질적인 거래를 넘어 마음의 온기와 정서적 교류를 이루어내는 순간으로, 시인의 인간미와 배려심이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이 시는 삶의 소소한 순간 속에서도 마음을 나누는 교감의 가치를 강조하며, 따뜻한 관계의 힘을 진지하게 일깨워 준다.







유숙희 시인님과 이웃집 홀아비께,





안녕하세요. 시 '그 얼굴 그 미소'를 읽으며 제 마음 한구석이 따스하게 덮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작고도 소중한 만남들이, 유숙희 시인님의 섬세한 시선 속에서 얼마나 따뜻하게 되살아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웃집 홀아비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그 안에 깃든 소소한 기쁨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저 또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특히 "터지고 해진 바지 3개를 들고" 오신 홀아비 아저씨의 모습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잔잔한 슬픔을 전해줍니다. 생활의 여백에서 찾아낸 고독과 쓸쓸함, 그리고 그 속에서도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절절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한편, 그 따뜻함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한, 아저씨의 "빨리 고쳐달라, 잘 손 봐 달라, 싸게 해 달라"는 말속에는 마치 어린아이의 보챔 같은 순수함과 내면의 결핍이 함께 자리한 듯합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이토록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시인님의 섬세한 손길이 아저씨의 오래된 상처에 부드럽게 닿아 그가 오랜만에 느끼는 기쁨과 평온을 가져다준다는 점이 참으로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이웃집 홀아비의 차가운 가슴을 내 순한 솜씨로 살짝 뎁혔다"는 구절은 독자인 저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시인님께서 전하신 따뜻한 마음이 아저씨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전해졌기에, 삶 속에서 잃지 말아야 할 온기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됩니다. 이 시가 그려낸 교감과 온기가, 서로를 향한 따뜻한 손길이 되어 아저씨와 시인님 그리고 모든 이웃들에게 오래도록 남기를 소망합니다.

진심으로 이 시를 써 주신 유숙희 시인님께 감사드리며, 이웃집 아저씨께도 그 미소가 오래도록 남아 계속 따뜻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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