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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30. 2024

느티나무 ㅡ 한연희 시인

청람 김왕식








              느티나무 






              시인 문희 한연희






마을 어귀 느티나무
누구라도 쉬어가는
무더위 쉼터
수런대는 소문은
들어도 못 들은 척
바람 일으켜 잠재우고

잔가지 흔들어
외로움 흩어지면
인심이 넘쳐
허무가 안개처럼 걷혀
하루가 잘 넘어간다

나이테마다 떨켜 품어
한겨울에 봄을 꾸는
새가 맘껏 깃드는 곳
보름달 뜨는 날 모여
품을 내주어 나누던
어미가 다독이는 손길 같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연희 시인의 작품 세계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따스함을 중심으로 흐른다. 그의 시에는 자연 속에서 삶을 응시하며 삶의 본질을 성찰하려는 철학적 깊이가 깃들어 있으며, 그중 느티나무는 단순히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나무로써의 기능을 넘어,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위로의 장소로서 그의 고유한 감성이 담긴 상징적 존재로 표현된다.
이 시에서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다독이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본연의 따뜻함과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주려는 시인의 가치철학을 드러낸다.



 "마을 어귀 느티나무 / 누구라도 쉬어가는 / 무더위 쉼터"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마을을 오가는 이들에게 자연스레 쉼터가 되어 준다. '누구라도'라는 표현에서 느티나무가 차별 없이 모든 이에게 열린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는 곧 자연의 너그러움과 보편적인 품을 암시하며, 이 느티나무가 마을 공동체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시사한다.

 "수런대는 소문은 / 들어도 못 들은 척 / 바람 일으켜 잠재우고"

느티나무는 사람들 사이의 소문을 듣고도 마치 무심한 듯 묵묵히 바람을 일으켜 그 소문을 잠재운다. 이는 느티나무가 오랜 세월 속에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초연함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나무가 소문을 받아들이고도 아무 말 없이 잔잔히 존재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다독이며 평온함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잔가지 흔들어 / 외로움 흩어지면"

느티나무가 흔드는 잔가지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흩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이 마치 사람들의 쓸쓸함을 흩어지게 해주는 장면으로, 나무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주변에 위안과 따뜻함을 전해 주는 듯한 감동을 준다.
이는 나무가 단순한 식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존재로 묘사된다.

"인심이 넘쳐 / 허무가 안개처럼 걷혀 / 하루가 잘 넘어간다"

나무 아래 모여드는 사람들의 마음은 인심으로 넘쳐흐른다. 이러한 공동체의 분위기 속에서 허무는 안개처럼 사라지고, 사람들은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하루를 보낸다. 느티나무 아래 모인 이들의 나눔은 하루의 힘든 일정을 견뎌내는 힘이 되고, 이 장면은 느티나무가 단순히 물리적 쉼터를 넘어서 정신적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나이테마다 떨켜 품어 / 한겨울에 봄을 꾸는"

느티나무의 나이테는 시간이 지나며 쌓인 생명력을 상징한다. 겨울의 엄혹함 속에서도 생명력과 희망을 꿈꾸며 이를 버텨내는 느티나무는, 나이테마다 깊이를 더해가는 성숙한 삶의 철학을 내포한다. 이 모습은 시인이 자연 속에서 발견한 삶의 회복력과 희망을 반영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새가 맘껏 깃드는 곳 / 보름달 뜨는 날 모여"

느티나무는 새가 깃들고 사람들도 모여드는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한다. 보름달이 뜨는 밤, 그곳에서 모여 사람들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은 평화롭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묘사는 시인의 삶 속에서 느티나무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상징하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온을 주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품을 내주어 나누던 / 어미가 다독이는 손길 같다"

느티나무는 사람들에게 품을 내어 그들의 정을 나누게 하고, 마치 어머니의 손길처럼 사람들을 다독인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느티나무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을 담아내며,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시인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드러내며, 느티나무가 주는 무한한 포용력과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에서 한연희 시인은 느티나무를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자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그려냈다. 느티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사람들의 정서적 쉼터이자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상징성을 지닌다. 시는 잔잔한 언어로 자연의 본질을 꿰뚫어 보며, 자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미와 따뜻함을 선사한다. 시인의 필체는 섬세하면서도 포근하며, 시에서 느티나무가 맡고 있는 역할을 통해 독자는 자신만의 자연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특히, 시 전체에 흐르는 따스한 정서는 삶 속에서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회복의 힘을 시사한다. 느티나무는 시인의 감성적 깊이와 인간 본연의 따뜻함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자연과의 교감에서 오는 위안을 전해 준다.
시적 표현의 섬세함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통해 한연희 시인은 사람들에게 쉼과 안식을 주는 시적 공간을 제공하고, 인생의 굴곡 속에서도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자연을 상기시킨다.






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시 ‘느티나무’를 읽으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느티나무가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쉼과 위로를 전해주는 따스한 존재로 그려져, 읽는 내내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얽히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께서 느티나무를 통해 전달해 주신 그 소박한 삶의 온기가 제 마음에도 스며들어, 마치 고향에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느티나무를 통해 자연이 주는 포근한 품과 위로를 그려내셨지요. 고향의 마을 어귀에서 쉼터가 되어주고, 사람들이 그늘 아래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흩어가는 그 모습은 단순한 나무의 역할을 넘어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오가는 이들의 감정을 받아주고, 허무를 안개처럼 걷어주는 느티나무가 되어주는 선생님의 섬세한 시선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나이테를 품어 한겨울에도 봄을 꿈꾸는 느티나무의 모습은 우리 삶의 고된 시간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이어가야 함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 보름달 뜨는 밤, 그 아래 모여드는 사람들과 새들의 모습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따뜻한 평화가 느껴져 깊이 감동했습니다. 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의 인심이 넘쳐나는 장면은 마치 오랜 친구들이 한데 모여 서로를 다독이며 온기를 나누는 장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였습니다.

선생님의 시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삶을 관조하고, 인간 본연의 따스함을 발견하게 합니다. 마치 어머니의 손길 같은 느티나무의 품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장면을 느낄 수 있어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시가 마치 저에게 속삭이듯 전해 주는 그 따뜻함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께서 그려내실 자연과 삶의 풍경 속에서 많은 독자들이 위로와 쉼을 얻기를 소망합니다. 선생님의 작품이 주는 그 따뜻한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도 널리 전할 수 있도록, 소중히 새기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시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 연희 시인을 응원하는 독자 드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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