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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30. 2024

김석인 시인의 '가을 손님'을 김왕식 평하다

청람 김왕식









                 가을 손님

      



                                       시인  김석인    



               

여름 내내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열대야보다 더 건방지고
온몸이 끙끙 앓으면서도
그렇게 도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북쪽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잔뜩 끼었을 때나
남서쪽에서 후덥지근한 바람이
태풍을 몰고 왔을 때도
동구 밖 은행나무는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내 마음만 그렇게 애달파하며
하염없이 하염없이 기다렸나 봅니다

이제 하늘에서도, 부는 바람에서도
가을 냄새가 향긋합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맑은 저수지에도 가득가득 내려앉았습니다.
상쾌한 가을바람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이제 소쩍새 노래하는 기쁜 소리와
청명한 가을 햇살이
예쁘게 윙크하는 기분 좋은 시간에
꼭 찾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미소 지으면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석인 시인의 삶을 이해하려면, 그는 자연을 깊이 사랑하며, 계절의 변화를 통해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과 이를 기다리는 마음을 작품에 투영해 온 시인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을이라는 계절에 깃든 서정과 기대, 그리고 소망은 시인에게 있어 삶을 정화하는 계기이자 소중한 손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시는 대자연의 흐름과 함께하는 기다림의 순간들을 서정적으로 담아내며, 인생의 깊이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름 내내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
기다림의 감정은 단순한 계절적 변화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여름이라는 뜨거운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오게 될 '가을'에 대한 갈망은 시인에게 단순한 계절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열대야보다 더 건방지고 온몸이 끙끙 앓으면서도 그렇게 도도할 수가 없었습니다."
열대야와 더위 속에서 피어오르는 무더위는 기다림의 고통을 더욱 부각한다. 도도하게 다가오는 가을의 존재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서 상징화되며, 기다림의 고통을 통해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온다.

"북쪽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잔뜩 끼었을 때나 남서쪽에서 후덥지근한 바람이 태풍을 몰고 왔을 때도 동구 밖 은행나무는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시인은 외부 환경이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은행나무가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무심함과 견고함을 드러낸다. 자신의 마음만이 흔들리고 기다리며 애달파하는 모습을 자연과 대비시킴으로써 기다림의 주체로서의 인간적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 마음만 그렇게 애달파하며 하염없이 하염없이 기다렸나 봅니다'
자연과는 대조적으로, 시인의 기다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 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이 자아내는 애틋함과 기다림의 무게를 더욱 절실하게 드러낸다.

"이제 하늘에서도, 부는 바람에서도 가을 냄새가 향긋합니다"
가을이 드디어 다가왔음을 알리는 구절로, 기다림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가을의 향기는 시인의 감각을 일깨우며,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순간의 희열을 상징한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맑은 저수지에도 가득가득 내려앉았습니다"
밤하늘의 별빛과 맑은 저수지에 내려앉은 빛은 가을의 청명함과 차분한 감성을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가을을 맞이하며 느끼는 정서적 충만함을 상징하며, 평화롭고 온화한 가을의 풍경을 통해 감정의 정화를 이룬다.

"상쾌한 가을바람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가을과의 동행을 꿈꾸며, 함께 나누고 싶은 시간을 향한 시인의 기대감을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자연과 동화되며 얻고자 하는 심적 평화와 즐거움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제 소쩍새 노래하는 기쁜 소리와 청명한 가을 햇살이 예쁘게 윙크하는"
 기분 좋은 시간에 가을을 대표하는 소쩍새 소리와 밝은 햇살이 시인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시인은 이를 통해 가을이 주는 소소한 행복감과 자연 속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기다림의 결실을 기쁘게 맞이한다.

"꼭 찾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미소 지으면서"
마지막으로, 가을을 향한 기다림이 이루어졌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시를 마무리한다. '미소'는 기다림의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의 완성을 의미하며, 시인의 감정이 평온함으로 돌아왔음을 알린다.

김석인의 시 '가을 손님'은 기다림을 주제로 한 시인의 철학적 가치관을 담고 있다. 이 시는 단순한 계절 변화의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기다림 속에서 느끼는 애틋함과 끝내 다가온 가을에 대한 환희를 감각적으로 표현해 낸다. 시인은 가을을 기다리며 겪는 감정적 여정을 통해 독자에게 자연과 삶을 대하는 그의 깊이 있는 시각을 전하고자 한다.







존경하는 김석인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아름다운 작품 ‘가을 손님’을 읽고 마음이 깊이 울려 이 편지를 드립니다. 시인님의 시가 가을에 대한 감성적 소회와 기다림의 깊이를 담아낸 것을 보며, 독자로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설렘과 애틋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인의 섬세한 표현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순간이 얼마나 고귀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의 시작부터 여름 내내 이어진 기다림은 마치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인연을 향한 기대감처럼 느껴졌습니다. ‘열대야보다 더 건방진’ 여름과 대조되는 고요한 가을의 도래가 한층 더 소중하게 다가오며,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다림의 진가를 시인님께서 잘 그려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동구 밖 은행나무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묘사하신 부분에서, 자연의 거대한 무심함 속에서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인간의 연약함과 절실함이 느껴졌습니다.

시의 후반부에 가을이 마침내 찾아오는 장면은, 마치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을 바라보는 것처럼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과 저수지에 내려앉은 가을빛을 그리신 대목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시인님의 시적 시선이 얼마나 섬세하고 따뜻한지 느껴졌습니다. 가을바람과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소쩍새와 가을 햇살의 윙크를 기쁘게 맞이하는 그 순간이 독자인 저에게도 큰 위로와 평온함을 주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계절을 넘어,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기다림과 만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며, 자연과 삶을 존중하는 시인님의 가치관에 감동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작품이 주는 감동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습니다. 계절의 변화가 주는 깊이 있는 여운을 계속해서 시로 만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가을의 손님이 되어 주신 시인님의 시에 감사드리며, 평안과 건강이 늘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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