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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저수지 ㅡ 홍중기 시인

홍중기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남 저수지


시인 홍중기



천마산 그림자를 띄우고
출렁이는 오남 저수지는
그리움이다

가을 하늘은 바다를 담고
하얀 구름꽃을 피웠다

발걸음 사이로 지나치는
바람은 나뭇잎을 떨구고
슬픈 흔적으로 비켜서는
외로움

우린 서둘러 다송 나무의자에
앉아 산채비빔밥을 들며
저수지로 내리는 철새들의 귀환을
바라본다







문학평론가ㆍ시인 청람 김왕식





홍중기 시인의 시 '오남 저수지'는 그의 생애와 경험이 담긴 자연의 모습과 고독의 정서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홍중기 시인은 도시에서 벗어난 저수지에서 자연의 원초적 아름다움과 이를 통해 느끼는 사색의 순간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 그의 삶은 고독과 애잔함 속에서 자연의 순환과 소소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노정이었으며, 오남 저수지는 그러한 철학을 반영하는 시로 보인다.
이 시에서 그는 저수지라는 장소를 통해 자연과 감정의 교차점을 그리고, 그 안에 서려 있는 그리움과 고독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언어로 전한다.

시의 첫 행, "천마산 그림자를 띄우고"는 저수지가 천마산의 그림자를 품어내는 장면을 그린다. 저수지는 단순히 물의 공간이 아닌, 주변 자연을 받아들이고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존재로, 시인의 눈에는 자연을 수용하는 마음의 그릇으로 보인다. 여기서 천마산은 굳건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인의 삶에 흔적처럼 자리한 과거의 기억이나 존재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출렁이는 오남 저수지는 / 그리움이다"라는 구절은 저수지의 잔잔한 물결 속에 담긴 그리움을 표현한다. 시인은 물결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와 고요함 속에 잔잔히 밀려오는 그리움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이 그리움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시인의 삶 속에서 부드럽게 일렁이는 감정의 파편들이다.

"가을 하늘은 바다를 담고 / 하얀 구름꽃을 피웠다"는 대목에서 가을 하늘이 거울처럼 바다의 모습을 품으며 구름의 순백 꽃을 피우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자신의 정서를 비유하고 있으며, 구름꽃은 시인의 마음에 피어난 순수한 소망과 같은 존재로 보인다.

이어지는 "발걸음 사이로 지나치는 / 바람은 나뭇잎을 떨구고 / 슬픈 흔적으로 비켜서는 / 외로움"이라는 구절에서는 가을바람이 나뭇잎을 떨어뜨리며 서늘한 외로움을 남기는 장면을 묘사한다. 시인은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남겨진 고독의 흔적 속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며, 그 안에 담긴 쓸쓸함을 공감하게 한다.

"우린 서둘러 다송 나무의자에 / 앉아 산채비빔밥을 들며 / 저수지로 내리는 철새들의 귀환을 / 바라본다"는 구절에서 시인은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누리며 철새들의 이동을 지켜본다. 이 장면은 단순한 풍경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시인의 삶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연의 흐름 속에서 평안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철새들의 귀환은 인간이 매년 반복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순환적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이 시 전체에서 시인은 오남 저수지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내밀한 관계를 표현했다. 그는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자연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듯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이는 시인의 삶에서 자연이 얼마나 큰 위안과 성찰의 대상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홍중기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종종 오남 저수지를 산책하는 사람으로서, 시인님의 작품 오남 저수지를 읽으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저수지의 깊이를 새롭게 경험하게 되어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남 저수지는 제게 일상의 풍경 중 하나로, 때로는 그저 평온하게 지나치는 시간이었지만, 시인님의 시를 통해 그곳이 단순한 공간을 넘어 제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시 속에 묘사된 "천마산 그림자를 띄우고 출렁이는 오남 저수지"의 모습은, 저수지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그 안에 세월의 흔적과 그리움을 담아낸 공간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하게 보았던 저수지가, 시인님의 시선으로는 모든 것을 품어내며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님께서 저수지에 부여하신 그리움과 외로움의 감정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또한, "가을 하늘은 바다를 담고 하얀 구름꽃을 피웠다"는 구절을 통해 시인님의 눈에는 하늘과 구름조차도 자연의 꽃으로 피어나는 장관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표현은 제가 그동안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해 주었으며, 이제는 저수지를 걸을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오르며 제 마음속에도 작은 구름꽃이 피어나는 듯합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부분, 철새들의 귀환을 바라보며 산채비빔밥을 드시는 시인님의 모습에서 일상의 소박한 행복과 자연의 흐름 속에서 위로를 얻는 법을 배웠습니다. 철새들이 돌아오듯, 우리 삶에도 매년 찾아오는 순간들이 있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저에게 오남 저수지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저수지를 걸을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자연의 순환을 더 깊이 느끼며 마음을 여유롭게 두고자 합니다. 시인님의 깊은 감수성과 따뜻한 시선 덕분에 저수지와의 관계가 한층 더 깊어졌음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더 많은 감동적인 시로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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