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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09. 2024

아직 안 한 것인가, 너무 늦은 것인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직 안 한 것인가, 너무 늦은 것인가





인생은 언제나 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나간 시간은 손에 닿지 않고, 다가오는 시간은 흐릿한 안갯속에 감춰져 있다. 지금의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 스스로를 묻는다. "너무 늦은 것인가? 아직 안 한 것인가?" 때때로 이 질문은 목소리 없는 울림으로 다가와 가슴을 헤집는다. 어떤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마다, 이 질문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다시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우리는 종종 늦었다는 생각에 길을 멈추고, 아직이라는 기대감에 발걸음을 옮긴다.

너무 늦었는지, 아니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인지를 아는 순간은 늘 한참 뒤에야 찾아온다. 마치 얇은 안갯속을 걷는 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낸다. 지나가는 바람은 우리의 뒷모습을 쓸어내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길이 펼쳐지지만, 내딛을 용기가 부족하여 다시 서성인다.

아직 안 한 것이 후회로 남을지, 혹은 너무 늦은 것이 이미 지나버린 기회로 자리 잡을지. 우리는 이 물음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걷는다. 그래도 아직 남은 시간이 있다면, 너무 늦었다는 두려움 대신 아직 남아 있는 가능성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남은 시간이 짧을지라도, 그 시간 속에 자신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혹은, 너무 늦었다는 순간을 넘어 이제야 비로소 나의 길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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