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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22. 2024

노을 속 가을 ㅡ 시인 권미현

김왕식






                     노을 속 가을



                            
                        시인 권 미 현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처럼
가을의 깊이를 말없이 속삭인다

붉은 노을 사이
구름은 불타는 산맥처럼 흘러가고
그 아래 고요히 잠든 풍경은
한 폭의 꿈같은 순간으로 멈춘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
바람이 실어 나르는 가을 속에
노을은 하루의 끝을 새긴다

노을이 스러지면
짙푸른 세상이 어둠을 덮겠지만
찰나의 빛 속엔
계절의 영원함이 담겨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권미현 시인은 자연을 통하여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 세계를 펼친다. 이 시에서는 가을의 노을을 통해 찰나적 아름다움과 영원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자연의 섭리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다. 작가는 자연의 변화를 통해 삶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며, 그것을 고요하고 섬세한 언어로 전달한다.
이 시는 가을 노을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순간의 아름다움과 깊은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처럼 / 가을의 깊이를 말없이 속삭인다"

가을을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로 묘사한 표현은 계절의 도래를 신비롭게 그린다. 편지는 전언과 교감의 매개체로, 가을의 고요하고 깊은 메시지를 암시한다. 시인의 표현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며, 가을의 내면적 깊이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붉은 노을 사이 / 구름은 불타는 산맥처럼 흘러가고 / 그 아래 고요히 잠든 풍경은 / 한 폭의 꿈같은 순간으로 멈춘다"

노을과 구름, 풍경은 각각의 이미지로 분리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불타는 산맥'은 역동성과 장엄함을 부여하고, '고요히 잠든 풍경'은 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 대비는 순간적인 아름다움의 강렬함과 그 속의 고요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한 폭의 꿈같은 순간'이라는 표현은 이 장면을 초현실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 / 바람이 실어 나르는 가을 속에 / 노을은 하루의 끝을 새긴다"

새들의 노랫소리와 바람은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이들은 자연의 역동성과 조화를 상징하며, 노을이 '하루의 끝을 새긴다'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이 보여주는 규칙성과 영속성을 시사한다.


"노을이 스러지면 / 짙푸른 세상이 어둠을 덮겠지만 / 찰나의 빛 속엔 / 계절의 영원함이 담겨있다"

노을이 스러진 후 다가오는 어둠은 자연의 순환성을 암시하며, '찰나의 빛'은 순간적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안에 '계절의 영원함'이 담겨 있다는 시인의 통찰은 순간의 아름다움이 가진 본질적 가치를 드러낸다. 이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시간의 상대성을 깨닫게 한다.

권미현의 시 노을 속 가을은 가을 노을을 중심으로 자연의 찰나적 아름다움과 영원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시인은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를 조화롭게 배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자연의 경이로움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또한,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와 같은 은유적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며, 순간적인 아름다움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시는 노을이라는 일몰의 순간을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성 속에서 재조명하며, 찰나적 아름다움 속에서 영원한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불타는 산맥'과 같은 장엄한 묘사와 '고요히 잠든 풍경'의 평화로운 이미지가 교차하며 자연의 다양성을 드러내고, 그 속에서 인간의 내면적 성찰을 유도한다.

이 시는 단순히 가을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의 삶과 시간을 사유하게 만드는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독창적이고 정교한 표현 속에서 시인의 가치철학과 미의식이 유기적으로 드러나는 뛰어난 작품이다.






 권미현 시인님께






가을이 깊어가는 이 계절에 시인님의 작품 노을 속 가을을 읽고 제 마음은 마치 붉은 단풍잎처럼 떨리고 말았습니다. 가을을 유독 사랑하는 저에게 시인님의 시는 단순한 시어의 나열이 아니라, 마치 제 마음을 꿰뚫고 지나가는 가을바람처럼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시인님께서는 가을을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라고 하셨지요. 이 표현이야말로 제가 가을을 대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노을빛, 바람의 소리, 그리고 낙엽 하나까지, 모든 것이 저에게는 편지의 한 구절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메시지를 끝내 다 읽어내지 못하고, 그저 그 아름다움에 취해 감탄할 뿐입니다.

특히 시에서 묘사된 '붉은 노을 사이 흐르는 불타는 산맥'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아프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저는 자연스레 이 계절에 몰두하게 되는데, 시인님의 시는 그러한 저를 더욱 깊이 가을 속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마치 시인님께서 가을 병을 앓고 있는 제 마음을 이해하시고, 위로해 주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을이 스러지면 짙푸른 세상이 어둠을 덮겠지만 찰나의 빛 속엔 계절의 영원함이 담겨있다'는 구절에서는 시간의 유한함과 영원의 본질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가을의 끝은 곧 다가올 겨울을 예고하지만, 그 순간 속에서 저는 오히려 계절의 영원성을 느꼈습니다. 시인님께서 제게 가르쳐주신 이 통찰은 단순히 자연에 대한 사랑을 넘어, 삶의 모든 순간을 깊이 사랑하라는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단순히 계절의 풍경을 노래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스쳐가는 찰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노래였습니다. 가을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시인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가을이 깊어질수록 마음이 어딘가 아리고 허전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마 가을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인님의 시를 읽고 난 지금은, 그 허전함조차도 이 계절이 제게 남기는 소중한 선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마치며, 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가을을 사랑하는 제 마음에 이렇게 따스한 위로와 깨달음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는 순간만큼은 가을이 저를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시를 통해 더 많은 계절을 만나고, 더 깊은 삶의 이야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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