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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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그 고요한 사랑의 흔적
나무 끝에서 생을 붙잡던 잎맥이 마지막 숨을 내쉰다. 바람에 흔들리며 떨구는 잎사귀 하나, 그 안에 담긴 무언의 사랑은 세상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땅으로 내려앉는다. 이른 새벽이슬을 품고 햇살을 머금던 손길이 이제는 자리를 내어준다. 낙엽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비워준다. 흙을 덮고 바람을 막으며 자신이 있던 자리에 생명의 요람을 마련한다.
낙엽은 어머니와 같다. 아무런 말 없이, 어떤 요구도 없이 다만 존재로 세상을 감싸 안는다. 찬 바람에 떨던 뿌리를 따뜻하게 덮어주고, 땅 위에 부드러운 이불이 되어준다. 그 안에서 뿌리는 영양을 받아들이고, 다시 새싹이 자라난다. 낙엽은 지는 순간조차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희생으로 빛난다.
그 사랑은 예수의 사랑과도 닮았다. 예수는 자신을 내어주어 세상을 구원하셨다. 낙엽은 작은 몸짓으로 이 땅에 그 사랑을 새긴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새 생명을 잉태하는 온기가 있다. 한없이 낮아지면서도 그 존재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나무와 땅을 잇고,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떨어진 낙엽은 바람에 실려 가고, 흙에 섞여든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다. 낙엽의 희생은 다시 생명으로 이어지고, 다시 세상을 채운다. 흙 속에 스며든 낙엽은 이내 또 다른 생명의 기운으로 솟아오를 것이다.
낙엽은 우리가 살아가며 놓치는 가장 깊은 진리를 가르쳐 준다. 무엇인가를 내어주는 것, 자신의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인가를. 그것은 다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리는 기도이며, 가장 고귀한 희생이다. 낙엽은 고요히, 그러나 뜨겁게 사랑을 남기며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반드시 새로운 생명이 움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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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끝에서 바람을 배웅하던 잎맥이
마지막 숨결을 떨구며 땅에 안긴다.
새벽이슬 머금던 그 손길은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나
새 생명을 위한 요람이 된다.
흙 위에 깔린 낙엽의 품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고 부드럽다.
뿌리를 감싸 안고,
찬 바람을 막아주는 이불이 되어
나무의 숨결을 지킨다.
낙엽은 그저 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버려 세상을 채우는 사랑,
그 희생은 묵묵히 이어지는 기도다.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남긴 사랑처럼,
낙엽은 바람에 몸을 맡기며 땅으로 내려온다.
흙 속에서 다시 피어날 생명을 꿈꾸며,
고요히, 뜨겁게 세상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