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8. 2024

동백꽃 정취  ㅡ 박건옥 작가

김왕식








                 동백꽃 정취



                                  박건옥





         

동백꽃은 겨울에 피어 벌과
나비에 기대는 충수분이 아니다. 동박새와 직박구리 에 의존하므로 조수분이다.
동백꽃은 꿀이 많은데 새들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다. 새들이 향기를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다.

남해안의 마산의 귀산면龜山面에는 겨울이면  담록의 잎과 붉은 꽃이 조화로워 젊음을 노정露呈한다.

동백꽃의 꽃말은"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하오"이다.
연정이 봄에 피는 꽃들보다
짙어서 마음이 선혈처럼
뜨겁다.

겨울의 동백꽃은 꿋꿋한 기백이 서려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안온한 웃음으로
맞는다. 눈 내리는 오후의
동백꽃은 나뭇잎과 홍화에
눈꽃이 피어 두 손을 모으고
하늘에 소원을 비는 소녀의
소담한 모습처럼 아련하다.

기름기 잘잘 도는 섬  여인
그녀의 정념은 봄처럼 뜨거워

동백꽃이 피는 연정의 불길은 기름 도는 초록빛

그 연기가 바다로 가서
섬을  만들고

섬마다 동백나무 불을 지펴서
떠도는 나그네 가슴 녹이네


      


동백꽃


                            홍혜리

전남 강진군 만덕산에 있는
백련사는 정약용 선생과 교우한 혜장스님이 기거한 곳이다. 백련사 입구에서
오십 미터를 오르면 수령이
오래된 큰 동백나무가 군락
을 이루고 있다. 그곳 암자를
휴일이면 가끔 찾아 동백의
정취에 가슴을 펴고 느슨한
겨울을 보낸 때가 있었다.

낙조하는 저녁빛에 취한 다산과 혜장이 동백나무 숲의  새소리를 들으며 동백꽃 정취에 취해 가는 겨울의 풍경을 바라보았을
그때를 종종 그려보았다.

겨울의 남해는 동백꽃의 무대이다. 동백꽃은 붉은 꽃덩이가 마치 불꽃과 같아
겨울의 정취情趣를 해맑게
한다.

조숙한 외줄기 동백나무는
형상이 횃불과 같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목을
내밀고 주변을 살피는 동백꽃은 앙증스러운 붉은 참새떼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건옥 작가의 글 "동백꽃의 정취"는 동백꽃이라는 자연의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아름다움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그려낸 적 산문이다. 글은 동백꽃의 생태적 특징에서 시작하여, 그 상징성과 남해안의 풍경 속에서의 존재감을 섬세히 포착하고 있다.

먼저, 동백꽃의 생태적 특징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다. "조수분(鳥受粉)"이라는 독특한 번식 방식을 통해 동백꽃이 벌과 나비가 아닌 새들에 의존한다는 점은 단순한 꽃의 미적 묘사를 넘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탐구하는 시선이 드러난다. 꿀이 많으면서도 향기가 없다는 점을 새의 습성과 연결한 부분은 과학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독자에게 동백꽃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며, 그로 인해 동백꽃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또한, 작가는 동백꽃의 생명력을 겨울이라는 계절과 대비시키며 동백의 존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남해안 귀산면의 겨울 풍경과 동백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장면은 독자의 상상 속에 생생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담록의 잎과 붉은 꽃이 조화로워 젊음을 노정한다"는 표현은 동백꽃이 가진 활력을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시적인 정서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동백꽃의 꽃말인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하오"라는 구절은 동백꽃을 사랑의 상징으로 재해석하며, 그 붉은 색채와 선혈 같은 뜨거움을 연정의 불길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동백꽃의 정서를 단순히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사랑과 기백의 상징으로 확장하여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러한 정서적 확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동백꽃을 단순한 자연물 이상으로 느끼게 하는 데 기여한다.

이어지는 섬 여인과 동백꽃의 연결은 동백꽃의 열정과 정서를 인간적 감각으로 전이시키며,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형성한다. 동백꽃의 "연정의 불길"이 초록빛과 기름진 정념으로 연결되는 비유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섬마다 동백나무 불을 지펴서 떠도는 나그네 가슴 녹이네"라는 구절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선 시적 표현으로, 독자로 하여금 동백꽃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백련사와 동백나무 군락, 그리고 다산 정약용과 혜장 스님의 일화는 동백꽃에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부여하며 글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동백꽃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연의 상징임을 작가는 조용히 강조한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가 동백꽃을 단순한 계절적 정취로 느끼기보다는 삶과 사색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마지막으로, 동백꽃의 형상을 "붉은 참새떼"에 비유하며 마무리한 부분은 시적 이미지의 절정을 이룬다.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동백꽃을 통해 생동감과 따스함을 동시에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겨울의 남해는 동백꽃의 무대"라는 표현은 동백꽃의 존재감을 극적으로 부각하며 글의 전체적인 톤과 일관성을 유지한다.

박건옥 작가의 이 글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특성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며, 동백꽃을 통해 겨울이라는 계절에 대한 새로운 정서를 선사한다. 생태적 이해, 정서적 울림, 역사적 맥락, 그리고 시적 표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자에게 동백꽃의 다층적인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한다.




ㅡ 청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