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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09. 2024

말과 마부

김왕식








                  말과 마부






한겨울의 깊은 산골, 눈 덮인 산길을 달리던 한 마부가 있었다. 그의 곁에는 평생을 함께해 온 말이 있었다. 이 말은 단순한 짐을 나르는 존재가 아니었다. 마부의 손길과 마음을 가장 잘 알아차리는 벗이자,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동료였다.

마부는 평소 말의 체온을 느끼며 위안을 얻곤 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에도, 말의 등에서는 불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마부는 이런 말을 보며 생각했다. ‘너의 충성심은 인간의 마음보다도 훨씬 깊고 단단하구나.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이 말의 체온과 충성은 마부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그의 삶을 살아갈 힘이 되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거친 회오리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고,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말은 멈추지 않았다. 마부는 흔들리는 수레를 붙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험난한 산길과 거센 강물도 너를 멈추게 할 수 없구나.’ 말은 거침없이 달렸다. 마치 자신이 짊어진 것이 단순한 짐이 아니라, 마부의 목숨과 그가 이루려는 목적까지 모두 포함된 것처럼.

산을 넘어 강에 다다를 때까지, 말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날카로운 말굽 소리가 대지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단순한 발소리가 아니라, 용맹함과 충정의 함성이었다. 마부는 그런 말을 보며 감동했다. ‘너의 마음은 천 년의 푸른 솔과 같구나. 늘 곧게 서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구나.’ 그는 말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나는 너와 함께라면 생의 끝까지 달릴 수 있겠다.’

마부는 나이가 들었다.
말은 여전히 그의 곁을 지켰다. 험난한 여정이 이어져도, 둘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묵묵히 걸음을 이어갔다. 어떤 날은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말은 마부를 싣고 앞을 향해 나아갔다.
마침내, 둘은 목적지에 도달했다.

목적지에 이른 순간, 마부는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며 깨달았다. 그의 삶이 거친 풍파를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말의 충성과 용맹 덕분이었다. 그는 말과 함께 천년의 푸른 소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그의 생은 비록 끝나갈지라도, 말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영원히 그의 가슴속에 남을 것임을 확신했다.

다짐했다. "생이 다할 때까지 너를 안고 함께하리라." 이 약속은 단순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 두 존재가 서로의 생명과 가치를 공유했던 이야기가 되었다.

마부는 그렇게 말의 등에 기댄 채 평온히 눈을 감았다. 말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고요히 서 있었다. 그 순간, 바람이 잠잠해지고 하늘은 맑아졌다. 마부와 말은 다시 한 번 함께 산을 넘고, 강을 건넜던 여정을 떠올렸다. 두 존재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어, 시간의 강물 속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ㅡ 청람









말과 마부, 그들이 전해준 삶의 교훈






마부와 말의 이야기를 읽으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꼈습니다. 한겨울 눈 덮인 산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삶의 본질과 닮아 있었습니다. 때로는 고난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용기, 그리고 서로를 지탱하며 목적지로 향하는 동료애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말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위안을 얻는 마부의 모습은 우리 삶 속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관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차갑고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의 온기로 지친 마음을 덥혀주는 그런 관계야말로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모습 아닐까요?

거친 회오리와 먹구름, 험난한 산길은 곧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말이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은 어떤 장애물도 우리의 의지와 믿음을 꺾을 수 없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마부가 그런 말을 보며 느낀 감정들, 그리고 “너의 마음은 천 년의 푸른 솔과 같구나”라는 고백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야기가 끝날 무렵 마부가 말과 함께 천년의 소나무 아래에서 자신의 생을 되돌아보는 장면은 삶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말과 마부의 동행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서로의 삶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 충성, 신뢰, 그리고 헌신이라는 가치를 깊이 새기게 합니다. 특히 “생이 다할 때까지 너를 안고 함께하리라”는 마부의 다짐은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낄 때 갖게 되는 마음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 자신은 내 삶 속에서 과연 무엇과 누구에게 이런 충성과 사랑을 보여주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도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그 따뜻함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습니다.

말과 마부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서사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험난한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안, 우리 역시 서로에게 온기와 힘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따뜻한 이야기와 교훈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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