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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3. 2024

백영호 시인의 '초록 숲에서 별을 낚다'를 읽고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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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숲에서 별을 낚다'를 읽고



                        文希 한연희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자연에 깃들어 동화되고 싶었다.
긴 장화 신고 커다란 트랙터를 모는 농부가 근사했다. 황당한 생각이지만 자급자족을 꿈꿨다.

어릴 때 시골에 살았으나 대대로 한약방을 운영하였기 때문에 농사는 짓지 않았다.
60년대만 해도 부모의 농사일을 돕는 일이 공부보다 우선으로 꼽는 가정이 많았다.
친구들이 농사일에 넌더리를 내거나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이 무엇인지 몰랐으며 알이 밴 칡뿌리를 먹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을 뿐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 상급학교에 가지 못하는 설움이 뭔지 몰랐다.
  부모님이 도시락을 두 개씩 싸주면 한 개는 옥수수빵과 바꿔 먹었고, 그냥 주는 경우 친구들이 건네주는 잡곡투성이 누룽지가 얼마나 맛있는지 요즘도 가끔 조와 수수, 보리를 잔뜩 넣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다.
더구나 중학교부터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시골에 대한 그리움은 소복소복 쌓여, 어느 날인가는 시골에 살리라 벼르게 되었다.
그 꿈은 반세기가 넘어 목숨이 위태롭게 되어서야 성취되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지난날의 곤궁이 살아있는 촌사람의 일부가 되어 자연에 기대어 살고 싶었다.
가족을 비롯하여 아는 이의 대부분은 귀촌을 이해하지 못했다.
풍경 좋은 전원주택이 아니라 딱 봐도 끌리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곳이어서 더욱 그랬다.

어느새 십 년이 넘었다.
지금도 남편은 마땅찮게 여기지만 어쩌겠는가.
마을 분들조차 집을 새로 지어 편하게 살라 하신다. 그러나 불편이 주는 에너지는 번번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기꺼이 해준다.

  청람 문학에서 글로 만난 백영호 시인은 익살맞은 개구쟁이 같았다.
날 것의 맛, 매일 휘리릭 올리는 시엔 오타가 많았고 장난기가 마치 어릴 적 소년과 닮아 때론 그런 점이 신경에 거슬렸다. 특히 납짝은 진지한 사유를 흩트려놓았다.

어릴 때 신나게 고무줄 놀이하던  중에 후다닥 달려와서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다가 메롱 거리던 모습이랑 닮았다.

  마침, 시집을 주신다기에 신청했다.
받자마자 읽기 시작하면서 그의 시에 취하고 말았다. 그의 창의성과 위트, 거침없는 표현에 반했다. 새롭게 발견한 건 아니지만 나의 안목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송구스럽다.
시를 통해 자연과 멀어진 사람들을 초대하는 백영호 시인, 소년의 천진함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순박함이 시집 전체에 흐르고 있다.









       청람문학회의 비전을 꿈꾸며






한연희 시인님의 글은 단순히 한 권의 시집에 대한 감상을 넘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학을 잇는 가교로 다가왔습니다.
백영호 시인의 시집 ‘초록 숲에서 별을 낚다’를 통해 시인이 느낀 자연의 소박함과 시골의 정서는, 우리 청람문학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청람문학회의 미래가 더욱 찬란히 빛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마음에 가득 찼습니다.

2025년,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문학이 단순한 개인의 사유를 넘어서,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회를 잇는 다리가 되는 문학회를 꿈꿉니다.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자연의 소리를 되찾고, 디지털화된 현대사회에서 잊혀 가는 인간적인 온기를 문학 속에서 다시금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 될 것입니다. 한연희 시인님이 그려낸 귀촌의 꿈과 백영호 시인님의 천진함 어린 시는 바로 이런 비전을 향한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청람문학회는 2025년,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주제로 다양한 문학 활동을 기획해야 합니다. '초록 숲에서 별을 낚다'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우리의 주제로 삼아, 문학과 생태 환경을 아우르는 포럼과 시낭송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문학이 단순히 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묶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문학회는 새로운 세대와의 교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연희 시인님의 글에서 드러난 시골의 따스한 정서와 백영호 시인님의 소년 같은 천진함은 현대 젊은 세대에게도 깊은 공감을 줄 수 있습니다. 문학회는 이를 기반으로 청소년과 청년들을 초대하여, 자연 속에서 함께 시를 쓰고 나누는 캠프를 기획해야 합니다. 문학의 전통을 잇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와 연결되며 살아 숨 쉬는 문학회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2025년은 청람문학회가 문학의 틀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한연희 시인님과 같은 문학회원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문학이 단순한 글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시대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임을 깨닫게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문학회는 이러한 목소리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문학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청람문학회의 모든 회원들이 함께 손잡고, 자연의 소박함과 인간적인 온기를 되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합시다. 우리의 글이, 우리의 시가,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새로운 시대를 밝히는 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  12  13



한 번도 글을 올리지 않고 회원들의 글만 읽어 온  한 청람문학회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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