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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무신

김왕식







하얀 고무신



동구 밖
문희네 집
섬돌 위에 남은
그 자취,
아홉 켤레 산발 속
단정히 놓인
한 쌍의 고무신.

흙내음 스며든
희끗한 흔적은
굽은 등으로 걸었던
지난날의 길 위에 서 있다.

아버지의 발,
그 걸음은 지금
흐린 하늘을 지나
저 먼 곳까지 닿았을까.

마당에 남은 바람만이
묵묵히 묻는다.
"가신 길, 편안하신가요?"

하얀 고무신,
다시 섬돌 위
가만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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